2019. 3. 11 나 자신에 대해, 시도하는 일들과 진행 과정, 성과에 대해 관대하게 말하는 편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남들이 인정해도 내가 나를 인정하지 않는 편이어서 받은 칭찬의 진정성을 의심할 때가 많았다. 이 정도가 칭찬받을 만큼 잘한 걸까 의심했고, 건성으로 듣거나 걸러서 들었다. 좋은 얘기를 들으면 반사적으로 하는 말이 ‘진짜예요?’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러한지 되묻는 것이다. 그럴 리 없다는 생각이 마음 바탕에 깔려 있어서 늘 의심한다. 선생님이 어쩌다 한 번 칭찬을 하셔도 ‘오늘만 좋아할게요.’ 하거나 ‘일희일비하지 않을 거예요.’라고 스스로를 단속하면서 칭찬이 주는 소소한 기쁨조차 차단했다. 요즘은 내가 아주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민요를 중단 ..
*오늘 공개수업은 없습니다.^^* 2019. 2.21 수업이 끝날 무렵에야 생각이 났다. 녹음을 하지 않고 기억에만 의존해서 연습을 하고 일기를 써보자고 생각했던 것이… 이미 1시간의 수업을 모두 녹음한 상태여서 선생님께 한번 여쭤 보았다. “음성 녹음에 의지하는 것 같아서 한 번쯤 녹음하지 않고 해보고 싶었어요.. ‘지금’ 해 보는 게 아니라 ‘나중’에 해야지 하게 되고, 일기도 자꾸 미루게 되고…” 선생님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가벼운 말투로 말씀하셨다. “지금 지우세요.” “네? 지금요?” “네~ 새로 배운 노래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때요? 오늘 수업은 두 가지만 기억하시면 돼요. 입모양(발음과 연결된), 그리고 떠는 것…(지난 시간에도 얘기하신 '라' 음에서 올라가는 음과 내려가는 음을 처리하는..
'일일시호일' 252p에 실린 사진 2019. 2.14 다도에 대한 책을 읽다 보니 노래가 떠올랐다. 일본의 다도와 서도민요라니,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 두 가지가 서로 통하기도 하는 것일까? 다도에 대한 책을 보게 된 건 찻집 ‘공부차’에서 만난 팽주(:차를 우리고 차를 마시는 자리의 대화를 이끌어 가는 사람)의 말 때문이다. 공부차는 오래전에 알고 지낸 선배와 처음 가 본 곳인데, 카톡의 친구 목록을 살피다가 있는 줄도 몰랐던 선배의 전화번호를 우연히 발견하는 바람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주소록의 친구 목록을 살피는 사소한 행동에서 비롯된 셈이다. 지금까지 내게 차란, 커피나 다른 음료의 과잉섭취를 막기 위해 마시는 음료 정도였는데, 차를 우릴 때 나는 여러 소리들이 귀에 ..
2019. 1. 31 요즘 들어 노래 일기를 쓰는 일이 힘들게 느껴진다. 쓰기 싫다거나 그만두고 싶다는 것과는 다른 느낌인데 쓰려고 하면 멍해지거나 딴생각들이 난다. 전에는 딴생각이 나다가도 수업내용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말이 떠올랐고, 가끔 떠오르지 않을 땐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기도 했다. 요즘은 뭔가가 떠올라도 망설이게 되고 쓰려다가도 머뭇거리게 된다. 게다가 하루 일기처럼 매일 쓰는 것이 아니다보니 안 써지면 내일 혹은 모레 쓰지 뭐, 늦어도 다음 수업 전까지는 써야지, 하지만 나중에는 다다음 수업 전까지는 기필코! 이런 식으로 미루게 되었다. 갑자기 드는 생각 하나. 쓰는 일이 힘들어서 미루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루다 보니 점점 쓰기가 힘들어진 건 아니었을까? 만약 휴대폰에 저장된 음..
2019. 1. 24 이전의 노래 일기에서도 쓴 적 있지만 서도민요를 배우기 전에 경기민요를 배운 적이 있다. 어디에서 누구한테 배울까 여기저기 알아보고 결정했다기보다는 문화센터 안에서 장구 치는 소리가 들리길래 궁금한 마음에 민요교실 문을 열었다가 시작하게 되었다. 수강생 대부분은 70대 전후의 분들로 80대 초반 분도 한 분 계셨고, 대체로 몇 년씩 계속 배우고 있는 분들이었다. 민요를 배워서 돈벌이를 하겠다거나 대회에 나가 상을 한번 타야지 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가 좋아서, 혹은 같이 배우는 사람들을 이 수업을 계기로 계속 만나는 것에 더 의미를 두시는 것 같았다. 수업 사이사이 아침방송 시청후기나 관절수술 정보도 공유하고, 나는 모르고 그 분들만 아는 제3의 인물에 대한 얘기와 아들 며느리 이야..
점점 느리게 가고 있는 엮음수심가 2019. 1. 16 ‘시김새’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선율을 이루는 골격음의 앞이나 뒤에서 그 음을 꾸며주는 임무를 띤 장식음. 또는 음길이(時價)가 짧은 잔가락을 뜻하는 용어」(다음 백과사전)라고 나와 있다.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시김새가 주는 느낌은 기타의 트레몰로 주법과 비슷한 것 같다. 클래식기타 연주곡인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들어보면 기타의 한 줄 한 줄이 끊임없이 우는 것처럼 들리는데, 나는 서도민요의 시김새를 들으면서 비슷한 느낌을 받곤 한다. 대입학력고사가 끝난 겨울, ‘유리동물원’이라는 연극을 보게 되었다. 당시 중학생이던 동생이 연극 티켓을 주어서 보게 되었는데, 중학생이 무슨 돈으로 연극 티켓을 샀는지, 아니면 초대권이었는지 등은 기억에..
2019. 1. 10 심하게 틀린 부분들을 중간중간 고쳐 불러주시는 것을 제외하면 오늘은 수업 내내 거의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선생님이 하신 거의 유일한 말씀은 지난 주에 새로 배운, “(긴)난봉가 할 만하세요?” 정도이다. 많은 얘기를 해 주실 때보다 오늘처럼 아무 말 없이 듣기만 하실 때가 나로 하여금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쭉 이어 부르는 것이 필요해서일 거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하나하나 다 짚어서 얘기할 수 없을 만큼 총체적 난국이거나 몇 주 간에 걸쳐 말씀하신 ‘노래에 대한 자세와 호흡’이 별반 달라지지 않아서, 더 이상 말할 의욕을 잃으셨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선생님이 되어 내 노래를 한 줄 한 줄 들어보기로 한다. ‘행유적이면’의 ‘이’가 충분히 소리를 내지 못하고 급하게 내려..
2019. 1. 2 우리 선생님의 옛날이야기 하나. 초등학교 4학년 때인가 노래수업을 가는 길에 민요책을 버스에 두고 내렸다고 한다. 선생님께 말씀 드려서 ‘한 권 더 주세요!’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잃어버렸다고 말하면 혼날 것 같아서 말씀드리지 않았고, 대신 선생님이 불러주시는 노래를 그 자리에서 외워서 부르셨다고… 지금의 나처럼 부르다가 궁금해지는 단어가 생겨도 확인해 볼 책이 없었으니 선생님의 소리와 자신의 귀에 의지하면서 듣고 부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긴 난봉가의 1절 가사는 「정방산성 초목이 무성한데 밤에나 울 닭이 대낮에 운다.」이다. 펼쳐놓고 보면 이해하기 힘든 가사는 아닌데, 소리로만 듣다 보면 어떤 단어 길래 소리가 이렇게 날까 싶은 단어가 있다. ‘울..
고3때 나~ 2018. 12. 19 수업이 끝나갈 즈음에 선생님이 내게 말씀하신다. “숨 쉬는 것만 좀 연습해 주세요. 노래는 뭐, 틀리고 말고 할 게 없어요.” 이 말만 놓고 본다면 ‘다른 부분은 별로 문제될 게 없는데 호흡이 불안정하니 숨 쉬는 것에 신경을 좀 더 쓰시면 좋을 것 같아요.’로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내겐 이렇게 들린다. ‘숨 쉬는 게 안 되면 노래고 뭐고 다 의미 없어요. 숨 쉬는 것이 먼저 되어야 다른 부분을 이야기할 수 있어요.’ 라는 뜻으로 … 1년 전 일기에서도 숨 쉬는 것 때문에 지적받은 이야기를 여러 번 썼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요즘은 노래를 하다가도 ‘내가 또 얕게 들이마셨구나.’ ‘숨이 부족해서 소리를 충분히 내보내지 못하고 있구나.’ 하고 깨닫기도 ..
노래에 대한 예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2018. 12. 5 이미 여러 달째 배우고 있는 노래의 가사를 틀릴 때가 가장 창피하다. 해서는 안 되는 실수를 한 것 같은, 기본 중의 기본을 놓친 것 같은, 나의 바닥을 들킨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선생님은, “아, 괜찮아요.^^” 라고 웃으면서 말씀은 하신다. 수심가 2절의 후렴인 ‘아아아하아아아’를 해야 하는데 엮음수심가의 후렴인 ‘아아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가 자꾸 나온다. 습관적으로 틀리다 보니 맞게 부르고도 틀렸다고 생각하고, 다시 부르다가 다시 부른 것이 틀렸다는 것을 알아채고 원래대로 돌아가는 식이다. 이전의 일기에서도 쓴 적이 있지만 오늘처럼 부르는 일은 이전에도 이미 여러 번 있었다. 지금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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