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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수업 예순일곱.m4a

 

 

2019. 3. 11

 

나 자신에 대해, 시도하는 일들과 진행 과정, 성과에 대해 관대하게 말하는 편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남들이 인정해도 내가 나를 인정하지 않는 편이어서 받은 칭찬의 진정성을 의심할 때가 많았다. 이 정도가 칭찬받을 만큼 잘한 걸까 의심했고, 건성으로 듣거나 걸러서 들었다. 좋은 얘기를 들으면 반사적으로 하는 말이 진짜예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러한지 되묻는 것이다. 그럴 리 없다는 생각이 마음 바탕에 깔려 있어서 늘 의심한다. 선생님이 어쩌다 한 번 칭찬을 하셔도 오늘만 좋아할게요.’ 하거나 일희일비하지 않을 거예요.’라고 스스로를 단속하면서 칭찬이 주는 소소한 기쁨조차 차단했다.

 

요즘은 내가 아주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민요를 중단 없이 배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진심 그렇게 생각한다. 노래를 잘한다거나 연습을 열심히 한다거나 하는 것들은 계속하고 있는 것만큼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지금, 내 상황에서는 그렇다.

 

지난 몇 달을 돌아보니 나는 버티고 있는 중이었다. 노래를 계속 배우기 위해서 버티고, 다음 수업을 하기 위해서 오늘 수업을 했다. 지난주에 수심가에서 많이 헤맸다면 오늘은 초한가에서 많이 헤매고, 발음이 좀 나아지나 싶으면 시김새가 많이 틀리고, 시김새를 좀 따라 하는 것 같을 땐 입모양과 발음이 많이 틀렸다.

어느 지점에서 헤매느냐 차이가 있을 뿐 헤매는 것도 노래도 다 고만고만한출구를 못 찾기는 매한가지인 미로 속 같았다.

 

가끔은 그런 생각도 해 본다. 노래가 내게 어떤 의미가 있길래 이렇게 붙들고 있는 것일까 하고, 그날이 그날 같은 노래를 조금 더 잘해보겠다고 하는 지금의 시간들은 내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고

오늘 당장 그만둔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의 서도민요 배우기

 

몇 년 전에 본 영화 도리화가를 다시 보았다. 어려서 우연히 들은 신재효(류승룡)의 소리에 반해서 소리에 대한 꿈을 갖게 된 채선(수지). 신재효의 노래를 한 번이라도 더 듣기 위해 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신재효의 귀갓길 근처를 서성이고, 여자는 배울 수 없던 남자들의 판소리 수업을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며 청강을 하고, 판소리대회에 나가기 위해 남장을 한다. 소리를 하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물론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불사한다.

 

영화를 보면서, 그 마음은 어떠할지 헤아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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