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0205 구몬쌤의 주소록에 나는 엄마의 학부모로 저장되어 있다. 구몬쌤은 수업을 하는 동안 엄마의 반응과 모습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보내주고, 잘 따라 하시는지, 힘들어하시는지 등에 대해 학부모인 나와 의논한다. 오늘은 엄마가 8개의 영어단어를 읽는 모습이 찍힌 영상을 톡으로 받았다. 영상 속의 엄마는 각각 A,B,C,D로 시작하는 단어를 두 가지씩 소리내어 읽고 있다. 처음 읽을 때에는 구몬쌤이 먼저 읽고 엄마가 따라 읽는다. 두번째엔 엄마 혼자서 읽는다. ant :앤트 apple: 애플 bus:버스 bear:베어~ㄹ cat:캐~ㅌ cake :케~이 ㅋ dog: 도그 desk:데스크 dog를 '도그'라고 또박또박 한글처럼 읽기도 하지만 cake를' 케이ㅋ'로 들리게 읽기도 하신다. 올 1월 1일..

작년에 도서관에서 일할 때까지만 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정해진 시간에만 일을 했고, 쉬는 날엔 쉬었다. 친구들도 가끔 만났고, 운동도 거의 빠지지 않고 했다. 도서목록을 만드는 9,10월 즈음에 책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느라 쉬는 틈틈이 메모를 하기는 했지만, 그 정도가 힘이 부친다거나 내 생활을 뒤흔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시간을 쪼개어 쓰느라 피곤하긴 했지만, 안 해본 일을 시작했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설 연휴 기간을 포함해 3주째 한의원에서 일하고 있는 지금, 내 생활은 점점 엉망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ㅜㅜ 생활에서 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져버렸기 때문이다. 아니, 커졌다기보다는 낯선 업무에 적응하고 파악하느라 다른 일들에 상대적으로 소홀해졌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하루..
20191120 며칠째 전화를 해도 일기를 통 안 쓰셨다. 며칠 동안 잔소리와 설득을 번갈아 했다. 오늘도 일기를 쓸 수 없는 이유만 늘어놓으셨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그럼 쓰지 말라고. 내가 엄마와 통화하는 것을 들은 아이는 자기가 할머니에게 당근을 드리겠다면서 다시 전화를 드렸다. 아이는 엄마를 달래고 다시 설득했고, 20분 뒤에 다시 엄마가 내게 전화를 하셨다.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되겠어서 다시 일기를 썼네. 오늘부터는 매일 쓸라고. 작심 3일이 없다. 오늘 일기 쓴 거 읽어 줄게.” 「오늘 예수병원에 약 타러 가는 날이다. 너무 추운 날이다. 지금은 BB(엄마의 남편 애칭)가 차로 같이 다니지만 언제까지 이 생활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나이를 먹으니까 압박이 닥쳐온다. 여러 가지로 불편한 점이 ..

20191015 “7년여를 망설이다가 나이 82살에 처음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다섯째 딸이 내가 쓴 일기들을 책으로 묶어 선물로 주었어요. 내 이름이 들어간 일기책이지만 내가 모르는 글자들도 있었어요. 'BB'라는 말이 내 일기책의 제목에 들어있었는데, 나중에서야 이것을 '비비'라고 소리 낸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영어를 배운 적이 없어요. '영어'라는 말도 소리 내어 말한 적이 거의 없지요. 이건 내가 써 온 말이 아니에요. 일기책을 받아봤을 때도 이것을 어떻게 읽느냐고 차마 묻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좋았고, 신기했습니다. 살면서 글이라곤 써 본 적 없는데, 책이라곤 초등학교 때 읽은 교과서와 나이들어 읽은 성경책뿐인데, 내가 손으로 적은 일기가 책으로 나오니까, *'조선왕조실록을 쓴다..

20190821 엄마의 일기를 다시 천천히 읽어 보았다. 편집자가 아니라, 딸이 아니라, 독자가 되어서... 그리고 알게 된 것들이다. 1. 엄마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신다. “70년 전 일을 상상하면서 그렸는데, 아주 엉망이 되어서 내일 다시 시도를 해봐야겠다. 아니 종달새를 못 그리겠어. 보리밭 하고 하늘은 그리겄는디 종달새를 못 허겠어.”(20190407 일기 중) “내일은 핸든폰을 가지고 가서 외가리 사진 찍어서 그림을 그려야겠다.”(20190608 일기 중) “나무들이 꽃송이처럼 봉올봉올. 내일 다시 똑똑이 보고 그림을 남겨야지.“(20190506 일기 중) “내가 화가였으면 좋은 작품 나올 뻔도 한데 아십다. 착각 속에서 살지.”(20190501 일기 중) : 가정방문 미술 선생님을 보내드려야..
20190714 지난 3월 18일 이후로, 나의 엄마는 꾸준히 일기를 쓰고 계신다. 학생이었다면 칭찬도 받고 상이라도 받을 일이지만, 우리 엄마의 일기 쓰기에는 딸인 내가 들어드리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쓰기 시작한 지 3주 정도 될 때까지는 자꾸 한 줄만 쓰시고, 내 전화를 회피하시고, 세 줄 이상 안 쓰시고, 먹는 얘기만 쓰시려고 하고, 길게는 못 쓰겠다고 하신 적도 있었다. 하지만 전화 일기를 쓰신 지 3주쯤 되었을 때, 너 없이-습관을 만들어드리기 위해 자청해서 청중이자 감시자가 되기로 했고, 엄마는 전화로 내게 그날의 일기를 전화로 읽으셔야 했다.^^ - 이제 혼자서 쓰겠다고, 힘들게 전화하지 말라고 선언을 하셨고, 이후 넉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말 꾸준히 쓰고 계신다. 가끔 불시에 전..
20190608 엄마가 일기를 쓰기 시작하시면서 행복해 하신다는 얘기를 지인과 나누게 되었다. 처음에 딱 세 줄만 쓰고 더 쓸 엄두도 안 내시던 분이 작은 노트 한 페이지를 다 채우실 정도로 글이 길어졌다는 얘기도 했다. 내 얘길 듣던 지인은 5w1h를 활용하면 글이 더 길어질수 있다는 얘기와 함께 국어시간에 배웠던 것과는 다른 해석의 5w1h를 내게 들려 주었다.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라고 기계적으로 외웠던 말들이 한 편의 시처럼 다가온다. 일기를 쓰고 있거나 쓰려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그대로 복사해서 붙인다. 공유하고 싶을 만큼 멋진 해석이라고 나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나의 지인이 해석한 5w1h이다. [언제와 어디서는 시간과 공간의 마당이 됩니다. 누구와 무엇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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