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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5
구몬쌤의 주소록에 나는 엄마의 학부모로 저장되어 있다.


구몬쌤은 수업을 하는 동안 엄마의 반응과 모습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보내주고, 잘 따라 하시는지, 힘들어하시는지 등에 대해 학부모인 나와 의논한다.

오늘은 엄마가 8개의 영어단어를 읽는 모습이 찍힌 영상을 톡으로 받았다.


영상 속의 엄마는 각각 A,B,C,D로 시작하는 단어를 두 가지씩 소리내어 읽고 있다.
처음 읽을 때에는 구몬쌤이 먼저 읽고 엄마가 따라 읽는다. 두번째엔 엄마 혼자서 읽는다.

ant :앤트
apple: 애플
bus:버스
bear:베어~ㄹ
cat:캐~ㅌ
cake :케~이 ㅋ
dog: 도그
desk:데스크


dog를 '도그'라고 또박또박 한글처럼 읽기도 하지만 cake를' 케이ㅋ'로 들리게 읽기도 하신다.

올 1월 1일 처음 영어학습지를 시작해서 수업을 거르지도 숙제를 빠뜨리지도 않고 6번째 수업까지 무사히 달려 왔다.

엄마가 힘들다고 포기하실까봐 학습지 수강료의 반액을 내가 부담하고 있는데, 매달 입금하면서 딸의 반액지원 사실을 한 번씩 상기시켜드리곤 한다.^^
엄마의 피같은 돈(2만원)과 딸의 반액(2만원)이 합쳐져야 내 돈으로 공부한다는 자부심도 지킬 수 있고, 후원자인 내게 미안해서라도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나의 짐작에서다.

영어학습지를 시작하기 전까지 엄마에게 좋을 여러 교육 기관을 찾아보고 전화상담을 했었다.
주부학교를 보내드리고 싶었지만 등교여건이 엄마의 건강상태와 맞지 않아 포기.
2월부터 시작하는 복지관 수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바로 시작할 수가 없어 연기.
지난해 봄부터 쓰기 시작하신 일기는 쓰지 않는 날엔 부담으로, 쓰는 날엔 딸에게 자랑하고 싶은 얘깃거리로 남지만, 그래도 서서히 자리잡혀 가는 일과 가운데 하나.

하루에도 여러 개의 학원을 다녀야하는 학생에게 방문학습지는 빨리 헤치우고 싶은 스케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내 아이에게 시킬 땐 몰랐던 사실 하나. 하고 싶을 때 공부할 수 없었고,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엄마에겐 방문학습지가 매우 유익하고 비용도 저렴한 학습도구라는 것이다.


엄마의 공부체력이 좀 더 나아지면, 월, 수, 금 3과목(방문 책읽기수업, 수학을 생각하고 있다)을 꾸준히 배우면서 화목엔 복지관에 나가 예체능 강좌를 신청해서 듣고, 친구도 사귀고, 외식(복지관 식당밥)도 하는 일상을 만들어 드리고 싶다.

가족 밖의 세계는 익숙치 않은 엄마가 조금씩 엄마만의 공간을 만들어 가기를 나는 바란다.

정해진 학교도 선생님도 없고 커리큘럼도 없지만, 엄마와 나는 엄마만의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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