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0216 3,4년 전, 처음 PPT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을 땐 구체적인 목표는 없었다. 초등학생이던 아이가 남편에게 전화로 PPT에 대한 질문을 하는 걸 보면서 '내가 할 줄 알아야겠구나' 생각했던 게 시작이었다. 작년 11월, 집 앞 공공도서관에서 5주 완성 PPT 강좌가 열렸고, 나는 의욕에 불타서 수강신청을 했다. 5주에 무료라니, 자기소개서를 PPT로 써보리라 가슴 설레면서 강의를 들으러 갔다. 강의는 아주 재밌었고, 강사는 정확하게 핵심만 짚어서 잘 설명해 주었다. 유머러스하기까지 했고, 수강생 한 명 한 명에게 질문을 하면서 참여를 유도했다. 10점 만점에 9.5를 주고 싶은 정도로 강좌는 재미있었는데, 막상 들은 대로 직접 해보는 일은 쉽지가 않았다. 분명 한국말인데도, 들으면서 바로..

20200205 구몬쌤의 주소록에 나는 엄마의 학부모로 저장되어 있다. 구몬쌤은 수업을 하는 동안 엄마의 반응과 모습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보내주고, 잘 따라 하시는지, 힘들어하시는지 등에 대해 학부모인 나와 의논한다. 오늘은 엄마가 8개의 영어단어를 읽는 모습이 찍힌 영상을 톡으로 받았다. 영상 속의 엄마는 각각 A,B,C,D로 시작하는 단어를 두 가지씩 소리내어 읽고 있다. 처음 읽을 때에는 구몬쌤이 먼저 읽고 엄마가 따라 읽는다. 두번째엔 엄마 혼자서 읽는다. ant :앤트 apple: 애플 bus:버스 bear:베어~ㄹ cat:캐~ㅌ cake :케~이 ㅋ dog: 도그 desk:데스크 dog를 '도그'라고 또박또박 한글처럼 읽기도 하지만 cake를' 케이ㅋ'로 들리게 읽기도 하신다. 올 1월 1일..

202001125 설 저녁~^^ 내 엄마가 내 아이에게 휴대폰 사용법을 배우고 계신다. 엄마의 입에서 네이버, 갤러리, 문자 보내기 등의 단어가 나온다. 문자 보내는 법을 물어보신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물으신 적이 있다. 나뿐 아니라 형부에게도 물어보셨다고 들었다. 한 번에 안 되어도 좋다. 아래의 캡처처럼 내게 연습을 하시다가 드디어 대학생 여자 조카에게 4개의 문자를 보냈다. 그중엔 물론 오타도 있지만 '할머니 문자 한다라는 문장과 하트 모양, 조카의 이름이 들어있다. 언제 답장을 받을 지 알 수 없는 문자를 엄마에게 보내 놓고 기다린다. 엄마가 내 이름만 써서 보내도 무안하지 않게 나도 딱 두 글자만. '엄마'라고.
20191030 학교 이름: 전주 주부 평생학교 통학거리: 엄마 집에서 버스로 31분(버스정류장까지 걸어서 12분. 버스 이동시간 18분, 학교까지 이동거리 1분. 엄마의 걷는 속도나 3층 교실까지의 이동시간을 생각하면 40~45분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수업시간 : 월, 수, 금 오전 9시 30분~12시 30분 1년 과정(현재는 야간반을 운영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주간 반도 운영할 거라고 함. 우리 엄마는 녹내장 때문에 시야가 넓지 못해서 야간반은 위험함....) 교실 위치: 건물의 3층. 엘리베이터 없음. 수업료 : 월 4만 원(야간반의 경우 대학생 재능기부로 이루어지므로 수업료 무료) 검정고시 시험 일정 : 연 2회, 4월, 9월 검정고시 응시료: 무료 중등 검정고시 합격한 다음 엄마의 예상..

20191015 “7년여를 망설이다가 나이 82살에 처음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다섯째 딸이 내가 쓴 일기들을 책으로 묶어 선물로 주었어요. 내 이름이 들어간 일기책이지만 내가 모르는 글자들도 있었어요. 'BB'라는 말이 내 일기책의 제목에 들어있었는데, 나중에서야 이것을 '비비'라고 소리 낸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영어를 배운 적이 없어요. '영어'라는 말도 소리 내어 말한 적이 거의 없지요. 이건 내가 써 온 말이 아니에요. 일기책을 받아봤을 때도 이것을 어떻게 읽느냐고 차마 묻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좋았고, 신기했습니다. 살면서 글이라곤 써 본 적 없는데, 책이라곤 초등학교 때 읽은 교과서와 나이들어 읽은 성경책뿐인데, 내가 손으로 적은 일기가 책으로 나오니까, *'조선왕조실록을 쓴다..
20191006 지난 10월 1일 일기에도 쓴 것처럼 내 엄마의 일기에 관한 이야기가 월간지 H 10월호에 실리게 된다. 필자이자 나의 지인인 L님은 엄마에게 3가지 숙제(?)를 내주었는데, 오늘 엄마는 2가지 숙제를 끝냈다. 엄마가 70년 전에 보았던 종달새와 아중 호수에서 본 왜가리 가족을 그린 그림이 그것이다. 엄마가 그린 그림들은 엄마 집 가까이에 사는 형부를 통해 휴대폰으로 내게 전달되었다. 3월부터 엄마의 일기를 받아 적고, 책으로 묶으면서 이 두 풍경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70년 전 엄마가 어려서 본 종달새는 한 마리가 아니었다. 무려 6마리. 6마리가 순서대로 줄지어 날고 있다. 심지어 보라색.(우연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보라색을 가장 좋아한다.^^) 상상 속의 새들은 높게 날지 않았다..

20190821 엄마의 일기를 다시 천천히 읽어 보았다. 편집자가 아니라, 딸이 아니라, 독자가 되어서... 그리고 알게 된 것들이다. 1. 엄마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신다. “70년 전 일을 상상하면서 그렸는데, 아주 엉망이 되어서 내일 다시 시도를 해봐야겠다. 아니 종달새를 못 그리겠어. 보리밭 하고 하늘은 그리겄는디 종달새를 못 허겠어.”(20190407 일기 중) “내일은 핸든폰을 가지고 가서 외가리 사진 찍어서 그림을 그려야겠다.”(20190608 일기 중) “나무들이 꽃송이처럼 봉올봉올. 내일 다시 똑똑이 보고 그림을 남겨야지.“(20190506 일기 중) “내가 화가였으면 좋은 작품 나올 뻔도 한데 아십다. 착각 속에서 살지.”(20190501 일기 중) : 가정방문 미술 선생님을 보내드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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