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0617 오늘까지 86페이지를 필사했다. 지난달 25일 밤에 시작해서 거의 매일 1시간씩 3주째 쓰고 있는데, 이 속도대로라면 한 달 반은 더 써야 필사가 끝날 것 같다. 아직 170페이지가 더 남아있다. 책의 내용 파악은 고사하고 필사만 두 달이 예상되는 일이다. 크지도 두껍지도 않으면서 적어도 한 계절을 보내고 나야 이 책을 읽었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 무시무시한 예감이 드는 책. 베껴 쓰곤 있지만, 여느 소설을 읽을 때 경험하게 되는 감정이입, 감동 등의 경험을 아직 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줄거리도 남지 않는다. 이미 옮겨 쓴 단편들에 대해서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읽은 티가 좀 나는 대답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 난해한 책을 왜 내게 읽으라고 했을까 그 이유를..
저녁 8시 반 경에 도서관에 가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필사를 꾸준히 하기 위해서이다. 재미없고 인내심이 필요한 일은 혼자 하기 힘들다. 250페이지 중에서 68 페이지까지 썼지만, 쓰면서도 이게 무슨 말일까, 왜 이런 문장들을 썼을까 궁금해진다. 중간중간 읽어보기도 하지만 잘 모르는 상태로 묵묵히 쓰고 있다. 또 하나는 아이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주기 위해서이다. 엄마가 멀리는 아니고 집에서 5분 거리의 도서관에 있다는 것은 적당한 자유와 안도, 두 가지를 동시에 준다고 생각한다. 마감 10분 전인 9시 50분이 되면 사서가 안내멘트를 한다. "도서관 마감, 10분 남았습니다. 아직 빌리지 않은 책이 있으시면 대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멘트를 2층 계단을 올라가면서 한 번 더 한다. 소리가 서서..

20190604 251페이지 중 43페이지를 필사했다. 아직 20%에 못 미치는 분량이다. 필사한 양의 적음보다 걱정스러운 건 지금까지 필사한 내용이 전혀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 단어들만 내용과 상관없이 떠다닐 뿐, 줄거리나 흐름이 남아있지 않다. 어느 부분은 쓰다 멈춘 채 읽어보아도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는 부분이 많았다. 부분 부분을 알 듯싶다가도 전체 맥락이 이어지지가 않았다. 이 책을 필사하기 시작한 건 '이 책을 읽기 전과 후의 글쓰기가 달라질 거'라는 지인의 말에 도전해 본 것인데, 현재의 나는 책의 내용을 옮겨 적으면서 띄어쓰기 연습, 손글씨 연습, 인내력 테스트, 나의 능력치 확인 등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 필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의미를 두는 날도 있다. 아직 포기하지 않았..

20190530 운동, 일기 쓰기, 랑지 산책, 그리고 필사.... 매일 하기로 한 일과가 하나 더 늘었다. 저녁 8시 40분경부터 도서관 폐관 10시까지가 내가 정한 필사 시간이다. 꾸준히 하려면 일정한 시간을 정해두어서 규칙적인 패턴으로 만드는 게 필요할 것 같았다. 집에서 할 수도 있지만 집 앞 도서관에서 한다. 눕거나 휴대폰을 보거나 랑지를 만지작거리는 동작을 하면서 집중력을 잃고 싶지 않아서이고, 느슨해질 때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다시 이어갈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폐관 시간 근처의 시간을 택한 것은 그 시간이 아이의 운동시간이거나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어서 자리를 비우기 좋은 시간인 것도 있지만,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는 생각에 딴 짓을 적게 할 것 같아서이기도 하다. 그렇게 시작한 지 ..
20190527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말들 투성인데도 옮겨적고 있는 동안 기분은 좋다. 오른쪽 어깨가 뻐근한데도 ,오른손 검지 안쪽이 샤프펜슬에 눌려서 아픈데도... 손으로 적는 행위가 마음에 안정감을 주는 걸까? 타이핑처럼 속도가 나지않아 답답했던 것도 잠시, 익숙해지자 견딜만해졌다. 쉬운 내용이 아니다보니 책의 내용보다 적는 행위 자체에 더 집중하는 순간도 있었다. 도서관 문닫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옮겨 적고 싶어서 부지런히 손을 움직여 보았다. 노트 가득 내 글씨가 채워지고 있다. 고등학교 때 숙제 이후론 이렇게 손글씨를 가득 채워 본 적이 거의 없다. 오래 쓰다보니 내 글씨체를 관찰하게 된다. 아, 못생겼다! 조그맣고 크기도 제각각이다. 빨리 쓰고싶은 아음에 쓰러지고 누운 글자들이 속출하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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