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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8시 반 경에 도서관에 가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필사를 꾸준히 하기 위해서이다. 재미없고 인내심이 필요한 일은 혼자 하기 힘들다. 250페이지 중에서 68 페이지까지 썼지만, 쓰면서도 이게 무슨 말일까, 왜 이런 문장들을 썼을까 궁금해진다. 중간중간 읽어보기도 하지만 잘 모르는 상태로 묵묵히 쓰고 있다.
또 하나는 아이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주기 위해서이다. 엄마가 멀리는 아니고 집에서 5분 거리의 도서관에 있다는 것은 적당한 자유와 안도, 두 가지를 동시에 준다고 생각한다.
마감 10분 전인 9시 50분이 되면 사서가 안내멘트를 한다.
"도서관 마감, 10분 남았습니다. 아직 빌리지 않은 책이 있으시면 대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멘트를 2층 계단을 올라가면서 한 번 더 한다. 소리가 서서히 작아지지만 들리긴 들린다. 도서관에 온 지 1시간 반밖에 안 됐지만, 이 멘트를 반복해서 듣고 있으면 와, 내가 문 닫을 때까지 있었어, 하는 만족감을 준다.
사서의 멘트를 듣고도 10줄쯤 더 쓰고 나면 55~57분 정도가 된다. 집에 가면 더 쓰지 않을 거니까 도서관에 있는 동안 한 줄이라도 더 쓰려고 한다.
이 시간에 도서관 문을 나서면 고 3때 생각이 난다. 고3 땐 야간 자율학습을 하는 것도 집에 가는 것도 둘 다 별로였는데, 지금은 사서의 마감 멘트도 좋고, 아이가 있는 집으로 가는 길도 좋다.
다시 공부하기 좋은 나이, 오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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