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190527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말들 투성인데도 옮겨적고 있는 동안 기분은 좋다. 오른쪽 어깨가 뻐근한데도 ,오른손 검지 안쪽이 샤프펜슬에 눌려서 아픈데도... 손으로 적는 행위가 마음에 안정감을 주는 걸까? 타이핑처럼 속도가 나지않아 답답했던 것도 잠시, 익숙해지자 견딜만해졌다. 쉬운 내용이 아니다보니 책의 내용보다 적는 행위 자체에 더 집중하는 순간도 있었다. 도서관 문닫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옮겨 적고 싶어서 부지런히 손을 움직여 보았다. 노트 가득 내 글씨가 채워지고 있다. 고등학교 때 숙제 이후론 이렇게 손글씨를 가득 채워 본 적이 거의 없다.
오래 쓰다보니 내 글씨체를 관찰하게 된다. 아, 못생겼다! 조그맣고 크기도 제각각이다. 빨리 쓰고싶은 아음에 쓰러지고 누운 글자들이 속출하기 시작하지만, 다시 속도를 늦추고 반듯하게 쓰려 애쓰는 시간이 찾아온다.

누가 봐도 '글씨 잘 쓰네'  하기 힘든 내 글씨! 그래서 감추고 싶어했고, 편지도 타이핑해서 보내곤 했었지만, 내 글씨들로 가득 찬 연습장을 바라보는 것은 의외로 황홀했다. 필사가 갖는 힘 중에 자신의 글씨를 관찰하게 되는 과정도 있는 거일까? 오늘은 연습장 두 페이지를 채웠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는 보르헤스는 잠시 내려놓은 채.^^

'하루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화하는 날  (0) 2019.05.29
뒷모습이라서 좋은 날  (0) 2019.05.28
필사(筆寫)적인 날  (0) 2019.05.26
1년만 반에 서보는 날  (0) 2019.05.25
놓았지만 잡은 날  (0) 2019.05.2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