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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8
내가 노트북 앞에 앉으면 집안 어딘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던 랑지가 나의 기척을 듣고 나타난다. 내 옆에 앉기 위해서다.
랑지가 좋아하는 위치는 두 군데다. 한 군데는 테이블 위. 소파보다 높이가 낮아서 랑지의 길지 않은 다리로 만만하게 뛰어오를 수 있는 높이다. 노트북 옆에 나란히 랑지가 앉긴 하는데, 내겐 대체로 뒷모습을, 어쩌다 옆모습을 보여준다.
또 한 군데는 내가 앉은 거실 바닥의 오른쪽이나 왼쪽 옆이다. 내 허벅지 근처에 자신의 엉덩이를 대고 등을 보인 채 앉아 있다. 한 번은 내 무릎 위에 올려 주었더니 '아줌마와 이 정도로 친한 사이는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몸을 쑥 빼고는 뒷모습을 보일 수 있는 그 자리로 가서 다시 앉았다.
유일하게 나를 빤히 쳐다볼 때는 내가 무언가 먹을 때, 혹은 자신의 배변활동을 칭찬받고 싶을 때, 내가 외출에서 돌아온 직후, 세 경우이다. 서로 다른 상황이지만, 랑지에게는 모두 간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이다.
나와 랑지의 애착관계에 문제가 있는 걸까 싶어 검색을 해보니 이건 개의 오랜 습관이며, 오히려 등을 보이고 앉는 것은 주인에 대한 무한한 신뢰라는 글을 찾아볼 수 있었다. 나를 볼 수 있도록 의자를 돌려놓아도 다시 돌려 앉는 이유가 나에 대한 신뢰였다니!
랑지와 나는 쓰는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표정과 행동을 통해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한다. 끝내 그 이유를 찾지 못한 채 서로 답답해하다가 끝나기도 하지만, 랑지는 앞발로 내 다리를 긁어가면서까지 뭔가를 말하기 위해 애를 쓰며 나 또한 아이를 보듯 표정을, 드러난 이빨을 살핀다.
랑지랑 같은 언어를 썼더라면 지금처럼 마음을 알아내기 위해서 노력했을까?
만약에 말이 없었더라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 랑지와의 관계처럼 안타깝고 제한적이긴 하지만, -오히려 더 애달픈 소통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랑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드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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