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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도서관에서 일할 때까지만 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정해진 시간에만 일을 했고, 쉬는 날엔 쉬었다. 친구들도 가끔 만났고, 운동도 거의 빠지지 않고 했다. 도서목록을 만드는 9,10월 즈음에 책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느라 쉬는 틈틈이 메모를 하기는 했지만, 그 정도가 힘이 부친다거나 내 생활을 뒤흔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시간을 쪼개어 쓰느라 피곤하긴 했지만, 안 해본 일을 시작했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설 연휴 기간을 포함해 3주째 한의원에서 일하고 있는 지금, 내 생활은 점점 엉망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ㅜㅜ 생활에서 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져버렸기 때문이다. 아니, 커졌다기보다는 낯선 업무에 적응하고 파악하느라 다른 일들에 상대적으로 소홀해졌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하루 3시간씩 주 5, 한 달만 일을 해 본 다음, 계속할지 말지를 결정하자고 원장은 내게 말했지만, 지금 나는 야근에 휴일 근무를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 이유는? 해야 할 일이 자꾸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빨리 해결할 수 있고, 조금만 신경을 쓰면 한의원에도 도움이 될 만한 일들이 빤히 보이는데, 약속한 3시간 근무를 지키느라 미룰 수는 없었다. 그렇게 조그마한 일부터 시간을 두고 해 나가야 하는 일들까지 계속 화석 발굴하듯이 일을 찾아내다 보니, 야근에 휴일근무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추가 근무한 시간은 급여에 반영된다.)

한 달만 일해보고 결정하자고 한 건 차라리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원장은 나를 채용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고, 나 또한 한 달을 지내보면서 할지 말 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가와 친정을 거쳐 내 집에 도착한 오늘 오후, 직원톡방에서 내일 해야 할 일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가 비로소 알게 되었다. 오늘이 GC클럽의 3주차 글 마감일이라는 것을. 내게 이번 주는 출근하는 날과 설 연휴 두 종류의 날 뿐이었다. 한의원에서 일하느냐, 명절 일을 하느냐의 차이. 마치 처음 알게 된 단어처럼 ‘3주 차 마감이라는 말이 머릿속을 천천히 스쳐 지나갔다. 내가 일에 정말 미쳤구나.ㅋㅋ

노래 일기는 짧아지고, 매일 쓰는 일기는 부쩍 성의 없어지고, 기타는 2주재 만져보지도 못했고, 노래 연습 시간도 줄어들고 있다.

한의원 원장과 약속한 한 달은 다 되어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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