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200119
한의사: 환자의 얘기를 듣고, 침을 놓고, 환자에게 필요한 약처방을 하고, 추나, 물리치료 등의 여러가지 시술을 한다.

데스크에 있는 직원쌤들: 우는 아이 달래기, 호흡기 치료나 겨울뜸 도와주기, 결재하기, 그 밖에 쏟아지는 환자들의 질문에 대답을 한다.

이상은 내가 15년 동안 같은 한의원에 다니면서 환자 입장에서 보았던 한의원 원장과 직원들의 일이다.

그러던 내가 이 한의원의 직원이 되었다.
내가 이 곳에서 하는 일은 한의원과 한의사쌤을 알리는 홍보 일이다.

20~30대에 12년간 카피라이터로 일한 경험이 있지만, 그렇다고 그 경력 때문에 나를 뽑았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 또한 그 경력을 믿고 일하겠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다행히 12년간 다져졌던 일하는 근육은 아직 쓸 만했고, 15년간 같은 한의사를 주치의로 만난 시간들은 한의원 운영에 도움이 될 만한 아이디어를 끄집어 내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환자로만 지낸 15년이 한의원의 밖을 보는 것이었다면, 직원으로 보내는 지난 2주는 한의원의 안을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오늘은 다시 환자가 되어 예약을 하고 침을 맞은 뒤, 곧바로 직원이 되서 일을 하기도 했다. 오늘같은 날 나는 한의원의 안과 밖, 경계를 두루 볼 수 있는 사람이 된다.

그동안 "그럼, 네가 무슨 일을 하는 건데?" 라고 묻던 지인들을 위해 오늘 내가 했던 일들 가운데 생각나는 몇몇을 정리해 보았다.

1. 직원쌤들과 같이 교육용 동영상을 보고 보고서 쓰기.
2. 지난 토요일 회의의 안건 정리해서 직원 톡방에 공유하기.
3. 주말근무쌤들을 위해 주간동안 진행된 일 정리해서 올리기.
4. 직원쌤들과 환자들의 모습을 모니터링 하면서 고칠 것이나 도움될 만한 것을 직원 톡방에 올리기.
5. 일하다가 틈틈이 실장쌤에게 업무 배우기.
6. 환자로서의 경험을 글로 써서 나누기.

10년 넘게 전업주부로 살면서 지워버렸던 나, 잃어버린 된 나를 조금씩 되찾아가고 있다.

 

'한의원에서 일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의원에서 일하기3  (0) 2020.03.04
한의원에서 일하기2  (0) 2020.03.04
한의원에서 일하기6  (0) 2020.02.23
한의원에서 일하기5  (0) 2020.02.16
한의원에서 일하기3  (0) 2020.01.2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