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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4

지난 3월 18일 이후로, 나의 엄마는 꾸준히 일기를 쓰고 계신다. 학생이었다면 칭찬도 받고 상이라도 받을 일이지만, 우리 엄마의 일기 쓰기에는 딸인 내가 들어드리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쓰기 시작한 지 3주 정도 될 때까지는 자꾸 한 줄만 쓰시고, 내 전화를 회피하시고, 세 줄 이상 안 쓰시고, 먹는 얘기만 쓰시려고 하고, 길게는 못 쓰겠다고 하신 적도 있었다.

하지만 전화 일기를 쓰신 지 3주쯤 되었을 때, 너 없이-습관을 만들어드리기 위해 자청해서 청중이자 감시자가 되기로 했고, 엄마는 전화로 내게 그날의 일기를 전화로 읽으셔야 했다.^^ - 이제 혼자서 쓰겠다고, 힘들게 전화하지 말라고 선언을 하셨고, 이후 넉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말 꾸준히 쓰고 계신다. 가끔 불시에 전화해서 일기를 낭송해 달라고 해도, 여유 있게 읽어주신다.

식후에 클로렐라나 노니, 녹내장 약, 신경외과 약, 현미가루를 챙겨 드시듯이, 매일 아침 토마토 간 것이나 홍삼즙을 드시듯이, 미세먼지가 안 좋거나 비가 오거나 길이 얼어붙지 않는 한 꾸준히 금평저수지 길을 돌 듯이. 지금까지 어지간한 일은 10년, 혹은 2,30년씩 반복해 오셨듯이 일기 또한 그렇게 해나가실 것만 같다.

다음 달 10일이 엄마 생신이다. 지금 나는 엄마에게 평생 받아본 적 없는 선물을 준비 중이다. 우리 형제들 중 누구도 받은 적이 없고, 나 또한 받은 적이 없어서 그런 선물을 받는다면 정말 감동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선물이다. 나를 제외한 딸들 혹은 사위들, 아버지도 전혀 모르게, 엄마만을 위한 이벤트를 준비할 것이다. 이런 얘기를 여기 써도 걱정할 게 없는 것이 내 가족들은 내 일기를 거의 읽지 않는다고 알고 있어서 나의 계획이 드러날 염려는 거의 없다.

그래도 불안하니까 자세히 쓰는 것은 8월 10일 이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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