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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수업 예순여덟.m4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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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3. 18

 

아무 노래라도 좋으니까 딴 노래 한 번만, 한 소절이라도 좋으니까 한 번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무슨 노래를 하고 싶으세요?”

그것도 없어요. 그냥 아무 노래라도 이 패턴에서 잠깐만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런 생각을 최근 한 달 동안 계속하고 있었다. 결국 견디질 못하고 이런 말이 터져 나왔다. 바람 쏘이듯이, 여행 다녀오듯이 다른 노래를~ 수심가, 초한가, 영변가, 긴 난봉가, 잦은 난봉가의 반복되는 시간표를 벗어나 보고 싶었다. 선생님이 강압적으로 이 노래들을 몇 년씩은 해야 한다고 얘기하신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노래들이고, 배워두면 다른 민요를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말씀하셨던 것은 기억하고 있다.

내가 요청하지 않아도 배우고 있는 노래들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것 같으면 적절한 시점에 새로운 노래를 가르쳐 주시는데, 최근 들어내가 그러한 시점을 만들지 못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일에 살짝 지쳐 있었다.

다른 노래 부르고 싶다고 말한들 '안 돼요'라고 하실 리는 없건만, 나 혼자서 수심가에서 난봉가로 이어지는 시간표에 스스로를 묶어두고, 이대로 해내고 싶다는 사명감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면 영변가 건너뛰고 잦은 난봉가 한 다음에 다른 노래를 한 번 해볼까요?”

 

하지만, 그렇게 말씀하시고도 현재의 내 수준에서 새로 배울 만한 노래가 없으셨는지 노래 수업 초반에 배우던 해주아리랑을 다시 불러보기로 했다. 그동안 한두 번 흥얼거려 본 적이 있을 뿐 110개월 만이다.

해주아리랑을 좋아했던 것도 아닌데 상대적으로 덜 어렵게 느껴지는 노래를 해서인지 마음이 가벼웠고, 잘하려고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불렀다. 틀려도 맘 편히 틀려가면서 불렀다. 

 

느껴지세요? (그 때에 비해) 힘 많이 생긴 거?”

~^^”

오르막을 걷다가 푹신푹신한 흙길의 평지를 걷는 기분이고, 책장이 안 넘어가는 난해한 책을 읽다가 아이들 눈높이의 동화책을 읽는 기분이다. 해주아리랑도 제대로 못 부르긴 마찬가지지만, 늘 하던 5곡보다는 덜 못 부르고 있다는 뜻이다. 원래의 시간표로 돌아갈 힘을 찾아주는 순간이다.

시김새나 목 쓰는 방법을 익히고 부르니까 훨씬 수월하죠? 예전에 배웠을 때 불렀던 것을 찾아들어보시면 비교가 될 거예요.”

 

오늘 부른 해주아리랑을 들어본다. 아리아리의 와 얼쑤의 ’, 아라리요의 가 같은 음으로 들린다. 아직 그렇게 부르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들린다. 전에는 그런지 어떤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따라 부르기 바빴다.

 

2년 가까운 시간 만에 찾아낸 것이 고작 음정 틀린 것뿐이라면 허무할까? 아니, 그렇지 않다. 해주아리랑을 덮고 있던 막이 한 꺼풀을 벗겨진 느낌이다. 내가 하는 만큼만 딱! 내가 다가서는 만큼만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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