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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4. 8
매일 쓰는 하루 일기는 거른 적이 없는데, 일흔 번째 노래 일기는 배운 지 25일 만에 쓰고 있다.
이 전의 노래 일기를 읽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미 일기를 미룬 적이 여러 번 있다. 수업을 녹음한 음성파일이 있고 수업이 끝나고 바로 그날의 느낌들을 메모해두긴 해도, 바로 쓰지 않는 노래 일기는 어제 끓인 찌개나 국을 데워 먹는 것 같아서 쓰는 나로서도 생동감이 사라진 느낌이다. 폴라로이드 사진, 크로키, 인스턴트 음식 등이 주는 순간의 느낌이 정제되고 깎여져서 지나치게 정돈되어서, 가끔은 반성문 같은 일기가 되고 만다. 게다가 그 날의 느낌에 다른 날들의 생각들이 더해져서 일흔 번째 일기라기보다는 일흔 번째 '즈음'의 일기가 되는…
처음 노래 일기를 미룰 땐 그다음엔 안 미룰 거라고 나 자신을 믿었기 때문에 미룰 수 있었다. 하지만 한 번 미루고 나니 두 번째는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미루게 되었다. 1주일을 미루다 보니 3,4일이 지나서 늦은 일기를 쓰게 될 때는 이 정도면 지난번보다는 빨리 쓰는 거야 하는 안도감을 갖게 되었다.^^
월요일 낮 1시(선생님의 출강 학교의 스케줄에 따라 6개월 단위로 나의 수업시간도 달라진다)에 시작하는 노래 수업을 마치고 나면 2시 반 정도. 그때부터 미뤄 둔 집안일들- 하나하나 열거하자면 정말 사소하고 중요하지 않은 일들처럼 보이지만- 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이런 사소한 일들에 중요한 노래 일기가 밀리다니! 노래가, 노래 일기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었나? 생각한 적도 있다.
중요하기보다는 급한 일, 급하지는 않지만 오늘 안에, 지금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생활이 불편하고 마음이 찜찜한 일을 먼저 하다 보니, 다음 날이 다음 주가 되고 다음 주가 다음 달이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내가 변했나? 변한 게 맞다. 변화가 진행되는 동안은 변화의 질감이 어떤 성질의 것인지 잘 판단이 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보니 노래를 배우고 기록하는 일에 대해 처음보다 편안하게 느껴져서 생긴 변화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노래에 애면글면 하지 않아서, 생활 속에 들어와 있어서,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아서 좋다. 새 옷일 땐 입을 때마다 낯설더니 이제야 비로소 내 옷이 된 것 같은 좋아하는 옷처럼...
미룬 것에 대한 변명은 아니지만 빨리 써야 해, 미루면 안 돼 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하기 힘들 것 같다는 것이 현재 나의 생각이다. 안 쓰는 것도 아니고 조금 늦게 쓸 뿐인데 어때? 반성 모드이면 어때? 생동감이 조금 사라졌어도 사라져 가는 생동감을 붙잡을 여력도 없이 그 무렵의 내가 조금 바빴고, 아팠고, 여유가 없었을 뿐이라고.
2019년 4월의 내가 어떠했는지 일흔 번째 ‘즈음’의 일기가 이야기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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