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19 “긴 난봉가를 '다시 해보세요' 할 때는 괜찮은데, 늘 '자, 한 번 해볼까요?' 하고 시작하면 ‘아~~! 에~~~!’ 하면서 하나씩 그림을 그리시거든요. 근데 한 번 불러보고 나서 다시 부르면 또 안 그래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안 하려 하나요?” 노래는 내가 불러놓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내가 어떻게 했는지를 묻고 있다. “음... 이미 그전보다 조금은 나아졌는데, 계속 첫날 배운 것을 다시 하려고 하세요. 긴 난봉가를 처음 부르면 첫날 배웠던 상태예요.” 떨리는 마음으로 긴 난봉가를 처음 배우던 날을 찾아보았다. 2018년 12월 19일 쉰아홉 번째 노래 수업의 공개수업에 긴 난봉가 1절이 녹음되어 있었다. 무슨 생각으로, 무려 지난해, 7개월 전의 시간으로 돌아가려 하고..
20190614 지난 5월 27일(월) 이래 보름 만에 노래 수업을 하게 되었다. 원래대로라면 지난 6월 3일(월)에 했어야 하지만, 소규모 테마여행으로 제주도에 간 아이의 부재를 온전히 즐기고자 하는 나의 요청으로 기꺼이 오지 않아 주셨다. ^^ 1주일 뒤인 지난 6월 10일(월)에 오실 예정이었지만, 내게 오시기 전에 수업하시는 학교의 스케줄이 지연되는 바람에 오늘(6월 14일)로 미뤄졌고, 76번째 노래 수업을 거의 보름 만에 하게 되었다. 그동안은 수심가 1절을 반복해서 듣거나 초한가의 첫 문장만 반복하는 부분적인 연습을 주로 했다. 많이는 아니고 아주 조금씩^^ 전체를 반복해서 부르고 듣는 것보다 짧은 구간을 반복해서 불러보는 것이 매번 틀리는 부분들을 교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지난 대회..
지난 달 25일에 받은 민요대회 상장 2019. 05. 27 지난 대회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물어보셨다. “시험장 안에는 (참가자가 전부) 다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인가요?” “시험장의 출입구를 열어두고 밖에서 기다리다가 번호대로 한 사람씩 들어가게 되어 있었어요. 재작년 대회 때는 일반부 참가자 전원이 시험장 뒤쪽에 대기한 채 한 명씩 앞으로 걸어 나가서 불렀거든요. 그때와 비교하면 약간 산만하기는 했는데, 다른 참가자들이 전부 앉아서 내 노래를 듣고 있는 것보다는 부담이 없었고, 문이 열려있으니까 대회라기보다 그냥 사람들 보는 데서 노래한다는 정도의 느낌이라 덜 떨렸어요.” “그리고, 휴대폰으로 녹음하는 것은 너무 드러내 놓고 하면 불쾌해 할 수도, 오해를 살 수도 있어요.^^” 생각해보니 나 외의 참가..
2019. 05. 22 “오늘이 제일 힘든 것 같아요. 지금껏 했던 수업 중에서… 선생님이 얘기해주시면 그땐 알겠는데, 혼자 부르면 얘기해주신 것을 반영하지 않은 소리가 툭 튀어나와요." “습관이에요!!!” 선생님이 잘라 말씀하신다. 얼마나 배웠다고 그 사이에 습관이 되었나 보다.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지고, 박도 느려지고, 정해진 박자 안에 가사를 소화하지 못하면 내 맘대로 박자를 늘이곤 한다. “잠깐 오는 (가사를 처리하는 적절한 방법에 대한) 느낌들을 계속 (머릿속에) 저장해 두려고 해 주셔야 돼요. 노래를 단박에는 못 고쳐요. 하지만 ‘여기에서는 이런 에너지가 있는 느낌이었지’, 이런 게 남아있어야 해요. ‘맞게 불렀다’ 싶을 때에는, ‘아~ 이렇게 하니까 되는구나’ 하는 게 있어야 돼요. ‘절인지..
2019. 5. 13 “입을 부드럽게 움직인다고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요? 발음은 이어지는 게 더 자연스러워요. 연음법칙도 있고, 받침이 (그 음절에) 바로 붙는 경우도 있고, 그다음(음절)에 가서 붙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런데 계속 툭툭 떨어지니까 오히려 노래가 뚝뚝 끊어져요.” “제가 말할 때도 과하게 힘을 주어서 하나요?” “말할 때는 그렇지 않은데, 노래할 때는 툭툭 끊겨요. 아마 생각하면서 열심히 발음하시느라 그러는 것 같아요. 둥글게 둥글게 한다고 생각하시면서 발음해 보세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발음하다 보니, ‘구추 삼경 깊은 밤에’가 ‘구 추 삼 경 깊 은 밤 에’가 되고, ‘하날이 높고 달 밝은데’가’가 ‘하 날 이 높고 달 밝 은 데’가 되는 식이다. 발음이나 입모양은 노래 일기..
2019. 4. 29 4년 전 처음 '한 송이 떨어진 꽃을~'을 들었을 때, 첫 가사만 듣고도 이미 슬픈 노래라는 느낌이 왔다. 후렴구에 가서는 ‘얼씨구나~~~~ 지화자 좋네’라고 체념한 듯, 달관한 듯 노래를 하지만, 본절의 가사를 보면 위로(한송이 떨어진 꽃을 낙화 진다고 설워마라)와, 현실 파악(한번 피었다 지는 줄은 나도 번연히 알건마는)과 비장함(모진 손으로 꺾어다가 시들기 전에 내버리니), 원망(버림도 쓰라리거든 무심코 밟고 가니)’ 하소연(근들 아니 슬플쏘냐), 한탄(숙명적인 운명이라면 너무도 아파서 못살겠네) 등이 다 들어있는 슬픔의 종합 선물세트 같다. ‘낙화 진다’는 말의 어감이 마음에 들었거나 낙화의 뜻을 정확히 몰라서였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꽃이 진다는 말을 강조하고 싶어서 의..
'못 잊어'의 시간이 지나가면 '먼 후일'처럼 되지 않을까? 2019. 4. 22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을 날 있으오리니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임자 당신 나 싫다고 울 치고 담치고 배추김치 소금 치고 열무김치 초를 치고 칼로 물밴 듯이 그냥 싹 돌아서더니 이천 팔십 리 다 못 가서 왜 또 나를 찾아 왔나.」 김소월 시인이 '창부타령'의 가사를 가져다가 '못 잊어'를 지었다는 얘기는 김소월의 시를 배울 때에나 혹은 그 뒤에라도 들은 적이 없으니 그 반대의 경우가 맞을 것 같다. 선생님도 '못 잊어'가 발표된 이후 누군가가 시를 가져다 노래에 붙였을 것 같다고 말씀하신다. 가사를 지은 사람은 시가 세상에 나온 1920년대부터 최근 100년 사이에 살다 간..
2019. 4. 8 매일 쓰는 하루 일기는 거른 적이 없는데, 일흔 번째 노래 일기는 배운 지 25일 만에 쓰고 있다. 이 전의 노래 일기를 읽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미 일기를 미룬 적이 여러 번 있다. 수업을 녹음한 음성파일이 있고 수업이 끝나고 바로 그날의 느낌들을 메모해두긴 해도, 바로 쓰지 않는 노래 일기는 어제 끓인 찌개나 국을 데워 먹는 것 같아서 쓰는 나로서도 생동감이 사라진 느낌이다. 폴라로이드 사진, 크로키, 인스턴트 음식 등이 주는 순간의 느낌이 정제되고 깎여져서 지나치게 정돈되어서, 가끔은 반성문 같은 일기가 되고 만다. 게다가 그 날의 느낌에 다른 날들의 생각들이 더해져서 일흔 번째 일기라기보다는 일흔 번째 '즈음'의 일기가 되는… 처음 노래 일기를 미룰 땐 그다음엔 안 미룰 거..
2019. 4. 1 “근데 이제 제가 50살이잖아요.” 밑도 끝도 없이 이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그래서 뭐? 그게 어떻다는 것인지...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는 말인데 암튼 나는 그렇게 얘기를 시작했다. “무슨 얘기를 해도 단위가 20년 전, 30년 전 일이고, 생각이 늙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몸이 늙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생각이 늙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중요한 시절이 다 끝나버린 느낌? 그래서 꽃을 보는 것이 너무 슬퍼요.” 서른을 넘긴 지가 얼마 안 된 선생님이 이미 인생의 반을 산 내게 어떤 조언을 해 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서 이런 말을 한 것은 아니다. 그저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을 누군가에게 얘기하고 싶었나 보다. 그 날의 나는. ‘싶었나 보다’라고 말하는 것은 내가 작정하..
2019. 3. 18 “아무 노래라도 좋으니까 딴 노래 한 번만, 한 소절이라도 좋으니까 한 번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무슨 노래를 하고 싶으세요?” “그것도 없어요. 그냥 아무 노래라도 … 이 패턴에서 잠깐만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런 생각을 최근 한 달 동안 계속하고 있었다. 결국 견디질 못하고 이런 말이 터져 나왔다. 바람 쏘이듯이, 여행 다녀오듯이 다른 노래를~ 수심가, 초한가, 영변가, 긴 난봉가, 잦은 난봉가의 반복되는 시간표를 벗어나 보고 싶었다. 선생님이 강압적으로 이 노래들을 몇 년씩은 해야 한다고 얘기하신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노래들이고, 배워두면 다른 민요를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말씀하셨던 것은 기억하고 있다. 내가 요청하지 않아도 ..
- Total
- Today
- Yesterday
- 아카바 유지
- 도스토예프스키
- 입문코디교육
- 0초사고
- GC클럽
- 독서모임
- 도서관
- 일기
- 댓글
- 수심가
- 초한가
- 주부학교
- 사서
- 필사
- 한의원에서 일하기
- 그림
- 구몬쌤
- 학습지
- 한의원에서 알하기
- 알바
- 냉이주먹밥
- 한의원
- 가객
- 구몬영어
- 서도민요
- 보르헤스
- 82년생 김지영
- 노래
- 엄마
- 아저씨의 꿈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