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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일기

일흔 여섯 - 너의 의미 -

솔초 2019. 6. 23. 16:23

 

공개수업 일흔여섯.m4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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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4

지난 5월 27일(월) 이래 보름 만에 노래 수업을 하게 되었다.

원래대로라면 지난 6월 3일(월)에 했어야 하지만, 소규모 테마여행으로 제주도에 간 아이의 부재를 온전히 즐기고자 하는 나의 요청으로 기꺼이 오지 않아 주셨다. ^^

1주일 뒤인 지난 6월 10일(월)에 오실 예정이었지만, 내게 오시기 전에 수업하시는 학교의 스케줄이 지연되는 바람에 오늘(6월 14일)로 미뤄졌고, 76번째 노래 수업을 거의 보름 만에 하게 되었다.

그동안은 수심가 1절을 반복해서 듣거나 초한가의 첫 문장만 반복하는 부분적인 연습을 주로 했다. 많이는 아니고 아주 조금씩^^ 전체를 반복해서 부르고 듣는 것보다 짧은 구간을 반복해서 불러보는 것이 매번 틀리는 부분들을 교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지난 대회 연습 때 느꼈기 때문이다.

'약사' 두 글자만 구간반복을 설정해 놓고는 떠는 간격과 횟수, 높이, 방법(아래에서 퍼

서 올리는지 위에서 꺾어 내려오는지) 등을 따라 하는 식이다. 떠는 깊이가 잘 안 느껴질 땐 재생속도를 0.8~0.9로 해 놓고 듣기도 한다.

듣다 보면 같은 단어만 수십 번 듣게 되므로 소리 고문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럴 땐 얼른 다음 단락으로 넘어가거나 '약사 몽혼으로 행유적이면'까지 구간을 연장해서 듣기도 한다. 이럴 때 ‘야, 연습해야 하는데’라고 너무 진지하게 나를 다그치지 않는다. 안 했지만 꽤 한 것처럼, 지금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것이 많이 틀릴까 봐 조바심 내면서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여러 번의 비슷한 수업을 겪고 나서야 알았다. 그 순간의 나, 그 한 주간의 변화를 겪은 나이므로, ‘보름간의 연습 기간이 있었으니 이 정도는 되어야지’ 하는 제약에서 자유로워지려고 노력한다.

 

수업 초반에는 수업과 다음 수업 사이의 기간과 연습량이 정비례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오랜만에 오시는 선생님한테 쉰 기간만큼의 나아진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강박이 조금은 있었다.

 

오늘(2019년 6월 14일)은 서도민요를 시작한 지 2년이 되는 날이다.

2년 전(2017년 6월 14일)에 비해 달라진 게 있다면, 노래를 대하는 자세가 훨씬 편안해졌다는 것. 느슨함과 구별하기 힘든 이 편안함이 노래 실력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서 하게 되었다.

 

언젠가 선생님이 말씀하신 적 있다. 지난 수업과 이번 수업의 차이는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6개월 전이나 1년 전의 소리를 들어보면 달라진 것이 느껴질 거라고…

 

겨우 2년을 지나왔지만 달라진 것은 소리만은 아닌 것 같다. 뭔가를 해 내야 할 것 같고, 내가 상상하는 어느 수준까지 도달해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이 나던 시기가 있었다. 경기민요 선생님한테 배울 때 고칠 생각을 하지 못하고 갖고 있던 나의 습관들을 고치느라 멘붕이던 시기도 있었다. 매 수업이 딱 그만두기 좋은 날들이던 시간이 반복되던 때도 있었다. 지금은 노래랑 일기가 샴쌍둥이처럼 붙어있지만, 일기를 계속 쓰고 싶어서 노래를 배우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드는 시기도 있었다. 뭐가 될 것도, 될 수 있을 것도 아니면서 개인 레슨까지 하는 것에 심적인 부담이 커질 땐, 내가 하는 유일한 사치라고 합리화시키면서 명분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즈음엔 노래를 잘하는 할머니가 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지점을 넘어설 때마다 노래가 갖는 의미들이 조금씩 달라진다. 나라는 사람의 생각과 감정들이 변하고, 몸도 변하고, 노래가 익어가는 정도도 달라지고, 선생님을 통해 듣는 노래를 둘러싼 환경들에 대해 들으면서, 그 세계의 경계선에 서 있을 나를 떠올리면서, 조금씩 깎이고, 다듬어지며, 때론 발견한다. 그중 어떤 의미들은 왔다가 가고, 일부는 여전히 남아 내 안에 쌓인다.

20년쯤 후에 하나의 목표로 모아질 6개월, 1년 단위의 작은 목표들을 발견할 때마다 즐겁다. 아이유의 노래 ‘너의 의미’ 가사처럼 ‘너의 한마디 말도 그 웃음도 나에겐 커다란 의미’가 되어버린다면, 지쳐서 노래를 계속 배울 수 없을 것 같다.

 

‘좋은 취미 하나 갖는다 생각하시고…’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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