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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5. 13

공개수업 일흔셋.m4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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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부드럽게 움직인다고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요? 발음은 이어지는 게 더 자연스러워요. 연음법칙도 있고, 받침이 (그 음절에) 바로 붙는 경우도 있고, 그다음(음절)에 가서 붙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런데 계속 툭툭 떨어지니까 오히려 노래가 뚝뚝 끊어져요.”

“제가 말할 때도 과하게 힘을 주어서 하나요?”

“말할 때는 그렇지 않은데, 노래할 때는 툭툭 끊겨요. 아마 생각하면서 열심히 발음하시느라 그러는 것 같아요. 둥글게 둥글게 한다고 생각하시면서 발음해 보세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발음하다 보니,

‘구추 삼경 깊은 밤에’가

‘구 추 삼 경  깊 은 밤 에’가 되고,

‘하날이 높고 달 밝은데’가’가

‘하 날 이 높고 달 밝 은 데’가 되는 식이다.

 

발음이나 입모양은 노래 일기에 여러 번 쓸 정도로 자주 지적받는 부분 중의 하나이다. 내가 들어도 어떻게 노래를 이렇게 부르고 있지? 싶을 때도 있다.

 

‘은하수 오작교~’까지 들어보시고는 다시 발음에 대해 얘기를 하신다.

“장면으로 치면 fade out 되는 게 아니라 갑자기 뚝! 끊기는 그런 느낌이에요.”

 

내 소리는 흐르지 않고 분절되고 있다.ㅜㅜ

 

“노래할 때 내는 소리가 선생님이 갖고 있는 목소리의 색깔이랑 달라요. 뭔가 특별한 소리를 내려고 하시는 것 같아요. 제가 부르는 걸 들으면서 중후하거나, 튼튼하거나, 무겁거나 그런 느낌은 굳이 흉내 내려고 하지 마세요. 그거는 공력이 쌓이면서 저절로 생기는 거예요. 저희 선생님은 그것을 소리에 살찌운다고 말씀하시거든요. 소리에 살이 쪄서 점점 탄탄해지는 거고, 그리고 저는 원래 음색이 조금 낮기 때문에 제가 그냥 부를 때보다 더 두껍게 느껴질 거예요. 제가 말할 때 목소리는 두꺼운데 노래할 때 목소리는 얇아지거든요.

근데 선생님은 되려 두껍게 내요. 더 굵게 내는 게 문제가 아니라 선생님 목소리가 나와야 해요. 그리고 그게 정확하게 전달돼야 해요. 흔들리면(중간에 소리가 바뀌는 것) 안 되고...”

 

“노래를 그림으로(소리를 기억하기 위해 해 놓은 나만의 암호 같은 표시들)으로 기억하시는 것 같아요. 저는 지금도 노래를 하면서 기호를 안 써요. 그냥 외워서 부르다 보니까 여기서 어떻게 부르는 지를.... 어느 부분을 잘 모를 때면 그 부분의 노래가 맴돌거든요. 상상이 돼요. 저희 선생님이 부르시는 소리가...

근데 선생님은 소리가 기호로 기억하시는 건 같아요. 아니면 글로 한다거나. 올라간다? 내려간다?"

 

생각해보니 어떻게 내야 할지 잘 모를 때 순간적으로 표시해 놓은 암호들을 떠올리기도 했던 것 같다. 선생님의 소리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했었지?아, 이렇게 했었지! 하는 생각.

 

"그렇게 하기보다는 소리를 상상해서 불렀으면 좋겠어요. 노래 부르는 분위기, 방식, 숨을 쉬는 방법, 목소리 톤, 음색, 발성까지 들리는 걸 기억해서 노래를 부를 때 나도 그렇게 부르고 있나 비교가 되어야 해요."

 

1. 선 생님의 목소리를 흉내 내지 말고 내 목소리를 내야 하지만,

2.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를 때는 선생님의 노래를 상상해서 불러야 한다.

분위기나 소리 내는 방식, 숨 쉬는 방법, 목소리톤, 음색, 발성까지 선생님의 소리를 떠올리고 상상하지만, 심지어 귓가에 맴돌 정도가 되어야 하지만, 선생님 소리가 아닌 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이걸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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