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공개수업 일흔다섯.m4a

 

지난 달 25일에 받은 민요대회 상장

 

2019. 05. 27

 

지난 대회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물어보셨다.


“시험장 안에는 (참가자가 전부) 다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인가요?”


“시험장의 출입구를 열어두고 밖에서 기다리다가 번호대로 한 사람씩 들어가게 되어 있었어요. 재작년 대회 때는 일반부 참가자 전원이 시험장 뒤쪽에 대기한 채 한 명씩 앞으로 걸어 나가서 불렀거든요. 
그때와 비교하면 약간 산만하기는 했는데, 다른 참가자들이 전부 앉아서 내 노래를 듣고 있는 것보다는 부담이 없었고, 문이 열려있으니까 대회라기보다 그냥 사람들 보는 데서 노래한다는 정도의 느낌이라 덜 떨렸어요.”


“그리고, 휴대폰으로 녹음하는 것은 너무 드러내 놓고 하면 불쾌해 할 수도, 오해를 살 수도 있어요.^^”

 

생각해보니 나 외의 참가자들은 거의 일행이 있어서 그 사람들이 출입문 쪽에 서서 티 나지 않게 대신 녹음을 해주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스태프 중 한 명한테 부탁해도 될 일을 휴대폰을 들고 입장해서 뒤쪽 테이블에 올려놓았던 것이 좋지만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소리만 녹음하는 일이고 다음 대회를 위한 공부이긴 해도 굳이 드러낼 필요는 없다는 선생님 조언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노래는 3분 남짓하고 끝이 나지만, 등장부터 퇴장까지 3분을 둘러싼 나의 행동, 눈빛, 표정, 분위기 모두가 노래인 것이다. 심사항목이 아니더라도 신중하게...


“고수에게 부탁을 하거나 티 나지 않게 몸에 지니는 방법(속바지 안에 넣기도 한다는데, 그러려면 한복 속바지 안에 주머니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도 있고요.”


 이번에는 초한가의 박자에 대해서 말씀하신다.


“노래를 부르는 템포는 평소보다 빨랐고, 앞의 두 문장은 좋았어요. 근데 ‘이~~아니~~란~~말가’와 같은 부분을 할 때마다 조금씩 늘어졌어요. 선생님(:나)이 늘어지니까 장구가 속도를 늦춰 잡았는데 내가 다시 제 속도를 찾고, 장구가 다시 내 속도에 맞췄는데 문장이 끝날 때면 또 느려지고... 그러다 보니 장구와 노래 사이에 괴리감이ㅋㅋ”


‘이거였구나.' 
노래를 하는 동안 들었던 의문이 풀렸다. 장구가 느려진 듯하다가 다시 빨라지는 듯 느껴졌던 건 고수가 나의 노래에 맞춰주느라 그랬던 거였다.


 “그래서 고수들도 일반부의 그런(박자가 일정하지 않을 수 있음을) 상황을 감안하고 치죠. 참가자의 속도를 맞춰가면서 장구를 치려면 주도적으로 칠 수가 없어요. 장단을 다 잡아주면 노래랑 나중에 따로 갈 수도 있으니까 ‘장단을 비우면서 간다’고들 얘기해요. 고수 입장에서는 참가자의 박자가 명확하지가 않으니까.”


아침 9시 접수에 맞추기 위해 8시 반 무렵에 대회장에 도착, 이미 11시에 내 순서는 끝이 났지만 심사결과는  4시 무렵에 나왔고, 시상식은 6시, 끝났을 땐  7시. 책도 보고 일기도 쓰고 노래 공부도 하면서 기다렸지만, 노래가 끝나고도 7시간을  더 버티자니 빨리 집에 가서 젤을 듬뿍 바른 머리를 감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선생님 말씀을 들어보니 분야별(민요, 기악 , 판소리)로, 부문별(초등, 중등, 고등, 일반, 명인)로 심사하고, 결과에 따라 수상자(장려상, 동상, 은상, 금상, 대상)를 정하고, 길어지는 심사에 심사위원들도 쉬어야 하고, 수상자를 정하느라 토론이 길어질 수도 있고, 결과표를 받아 상장에 이름을 새겨야 하고.... 그 날은 힘들었지만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겠구나 이해가 된다.


초한가로 실기시험을 치르는 기분이었는데,  대회를 둘러싼 여러 일들을 주최 측과 참가자, 심사위원의 경험을 모두 해 보신 선생님과 정리하고 하니 대회를 바라보는 눈이 더 넓어진 것 같다. 내 순서, 내 시간만 중요했다면,  이제는 대회 전체 속에 나를 두고 보는 여유~


또 있다. '만고영웅'을 겨우 벗어나 '마안고영웅'이 익숙해지다 보니 수심가의  ‘몽혼으로’가 '몽' 하고 한 번에 툭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옹호온으로’ 임을 저절로 알게 되었다. '몽' 아니고 '모옹' 이라고 얘기하실 때 그렇게도 안 고쳐지더니, '몽'이 아니고 '모옹'으로 해야겠구나 스스로 생각하게 되었다.


내 순서만이 아니라 대회 전체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과 초한가 연습이 수심가에도 적용되는 경험을 하게 된 것. 


대회 한 번씩 나가고 나면 실력이 는다고 하더니 이런 뜻이었겠구나 싶다. 


  

 

 

 

'노래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흔 일곱 - 내가 나를 붙들고 -  (2) 2019.07.02
일흔 여섯 - 너의 의미 -  (2) 2019.06.23
일흔넷 -"습관이에요!"  (2) 2019.05.30
일흔 셋 -떠올리되 따라 하지 말 것 -  (2) 2019.05.22
일흔둘- 봄날의 여행-  (6) 2019.05.1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