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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일기

일흔 여덟 - 붕~~~ -

솔초 2019. 7. 1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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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8

신체능력은 점점 쇠퇴해 가는데, 하는 일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하는 일’의 범주에는 하고 있는 운동의 가짓수, 읽으려고 벌려 둔 책의 권 수, 매일매일 반복 처리해야 하는 주부이자 엄마로서의 여러 일들, 심지어 요즘에는 어떤 주제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야 하는 일들까지 생겨났다. 여기서 ‘어떤 주제’는 나의 일은 아니고, 내 지인이 추진하는 일에 관련된 것이지만, 생각하고 책을 보는 일이 내게도 재밌는 데다가 도움이 되기도 해서 요청이 있을 때마다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압도할 정도로 나의 에너지를 많이 뺐아가고 있는 일이  하나 있다.

돈을 벌고 싶다는 욕망에 관한 것이다. 노래 일기에 웬 돈 버는 이야기일까 싶겠지만, 최근 나는, 봄보다 여름 들어 더욱, 이 생각이 머릿속에 꽉 찼다.

‘욕구’라고 썼지만, ‘생존본능’이라고 읽어도 무방할 것 같다. 다행히 내가 벌지 않아도 우리 집은 경제적으로는 무난한 삶을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지만, 엄마로만 사는 것은 건강하지도 자연스럽지도 않을뿐더러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림자 같은 삶은 허망하다. 가족의 인생에 녹아들어 가 눈사람처럼 흔적도 없어져 버리면 그땐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원망할 것 같았다. 내가 내 존재를 스스로 지워버렸다고 말이다. 그러고 싶지 않다.

일을 놓은 이후로는 내가 벌던 사람이라는 사실도 잊고 살았다. 다시 벌고 싶어 하는지 어떤지 들여다볼 생각도 안 했다. 다시 벌 수 있을 사람이라고도 인정하지 않았다. ‘경제활동을 하는 나’는 그 기능이 퇴화해버린 것처럼 외면하고 살았다.

이제 겨우 엄마 노릇16년 했는데,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엄마 노릇에 벌써 이렇게 지쳐버리면 안 될 것 같았다. 조정이 필요했다. 엄마인 나와 사람인 나 사이에. 지금까지 엄마 : 나의 비율이 9:2이었다면 6:4 정도로 맞추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알바 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리고, 관공서의 경단녀 프로그램도 알아보고, 시급, 일급, 단기, 계약직, 내가 원하는 4 정도의 일을 찾아 두 달째 헤매고 있다.

노래를 부르면서도 안정이, 집중이 되지 않았다. 몸은 여기 있고, 정신은 알바 사이트에 가 있다.

10년쯤 지나 오늘 일기를 다시 읽는다면, 노래를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위성사진 보듯 멀리서 바라보는 느낌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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