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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수업 여든.m4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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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5

 

도서관 지역 전담 사서로 일하게 되면서 노래 수업 시간도 조정하게 되었다. 방학 중 도서관 근무 시간은 오후 6시까지라 기존의 낮 1시에는 수업을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7/22, 7/29, 8/5, 8/12, 4번의 수업은 도서관이 끝난 이후인 오후 6시 반에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낮보다 오후 시간은, 특히나 방학 동안의 오후 6시 반 이후의 1시간은, 저녁식사를 하거나, 일하러 간 부모들이 집으로 돌아오거나, 어린아이들이 학원에서 돌아오거나, 큰 아이들이 저녁을 먹고 학원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 시간대이다. 가족들이 모이기 시작하는 시간. 다 저녁에 웬 장구냐고 하면? 장구만 포기하면 된다. 하지만, 시끄럽다고 하면? 방법이 없다.

물론, 시끄럽다고 바로 우리 집 인터폰을 누르지는 않을 것이다. 3년 전 우리 집 가스레인지 위에서 냄비가 타고 있을 때에도 경비초소에서 전화가 왔을 뿐, 윗집에서 직접 인터폰을 하지는 않았다. 서로 얼굴 보기 불편하지 않도록 불만도 직접 얘기하지는 않는 센스^^

 

낮 1시 수업 때에 나의 위층과 아래층에 몇 명의 사람이 있었는지 한 번도 확인해 본 적은 없지만, 적어도 낮보다는 저녁시간에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한번은 내 노랫소리가 신경이 쓰여서 위층 아주머니에게 물어본 적도 있다.

“제가 가끔 노래를 부르는데, 혹시 들리세요?”

“아뇨. 모르겠던데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일부러 귀를 쫑긋하고 어떤 소음을 내는지 들어봐야지 작정하지 않는 한 들리지 않고, 들린다 해도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반대로 자신들이 낸 소음엔 엄청 미안해하는 분들이기도 하다. 한번은 손자 손녀들이 놀러 와서 엄청 뛰어다녔다면서, 나를 보자마자 쫓아와서는 사과를 하신 적도 있다.

물론 안 들리는 것은 아니었다. 또렷이 들리긴 했지만, ‘꼬마들이 놀러 왔구나.’ 생각했을 뿐이다. 들리긴 들렸던 소리들이, 천장의 미세한 울림들이 다른 일상에 묻혀서 서서히 사라졌고, 들려도 들리지 않는 상태가 되었던 것 같다. 나의 이웃들도 나처럼 생각해 줄까?^^

 

아래층에 사는 아이들은 일단 피아노를 자주 친다. 적당한 소음을 평상시에 제공해 주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럴 땐 고맙게 느껴진다.

여름에 이중창을 다 열어두면(아마 아래층도 열어둔 상태) 아랫집의 피아노 소리가 우리 집 거실에서 들리는 것처럼 선명하게 들린다. 피아노 선생님인 듯한 사람의 목소리도 아주 잘 들린다. 내가 배울 수도 있을 것처럼...^^ 세 아이가 모두 피아노를 치는지 일주일에도 여러 번 피아노 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한 번도 민원을 제기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 피아노를 치고 있구나.' 심지어 모르는 곡은 엘리베이터에서 만났을 때, 곡명을 물은 적도 있다.

 

전에 살던 아파트에선 밤 10시 반에 학원에서 돌아온 아이가 히사이시 조의 ‘여름’을 여름 내내 친 적도 있다. 바로 위층이어서 잘 들렸다. 처음엔 좀 심하다 싶었지만, 학원 때문에 칠 시간이 그때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묵묵히 '여름'을 견딘 적도 있다. 그 아이도 미안했는지 하루에 두세 번 이상 치지는 않았다.

지금도 ‘여름’을 들으면, 밤 10시 반에 듣던, 그 아이의 연주가 생각난다. 처음 치던 날의 어설픈 ‘여름’에서 초가을 무렵의 무르익은 ‘여름’을 듣게 되기까지 나의 묵묵한 배려가 있었음을 그 아이는 알고 있을까?

 

선생님은 일단 다음 주 22일(월) 6시 반에 해보고 혹시 민원이 들어오거나 하면 다시 시간을 조정해보자고 하셨다. 최악의 경우 방학 내내 수업을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떻게든 수업을 해야 한다. 

 

작년엔 초가을 무렵에 열린-연습 부족을 이유로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전국 서도민요 경연대회가 올해는 8월 15일에 열린다는 사실을, 오늘 아침 국악신문사 홈페이지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다.

무조건 나가야 하는 대회라고 생각하고도 아직까지 한 번도 나가지 못한 대회! 지역 사서 모집공고의 근무 일정을 다시 확인해 보았다. 다행히 공휴일은 휴무였다. 최소한 도서관 근무 때문에 15일 대회를 못 나가는 일은 없게 되었다. 아직까지 한 번도 나가지 않은 그 대회를 이런 악조건에서 나가고 싶지는 않았는데, 도서관 근무 때문에 못 나가요 하는 핑곗거리조차 사라졌다. ㅎㅎ

 

산길로 걸어서 도서관에 갈 거라는 말에 선생님은,

 

“산에서 연습하세요.”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의 작은 동산 정도라 구간도 짧고, 급경사인 데다가, 산과 마주한 세대의 베란다와 나의 동선이 매우 가까워서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방법이 없다. 더우니까 다들 베란다의 이중창을 닫아두고 에어컨을 틀고 있으리라 가정하고 불러야지. 히사이시 조를 치던 아이가 두세 번 이상 치지 않았던 것처럼 나도 갈 때 5분, 올 때 5분, 딱 그만큼만. 혹시 내 노랫소리가 들리더라도, '누군가 노래를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해 주었으면. 나와 달리, 그 누군가가, “조용히 좀 하세요!”라고 소리를 지른다면? 그땐 바로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ㅜㅜ

산 너머 보이는 아파트 아래 학교도서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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