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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수업 여든 하나.m4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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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3

오늘이라도 수업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지난달 15일 수업을 한 이래, 22일, 29일 계속 수업을 하지 못했다.

갑자기 달라진 나의 시간표와 선생님의 일정을 맞추기가 힘들었고, 겨우 만들어낸 시간이 오늘 토요일 오후 6시 반이다.

만약 노래 수업이 아닌 다른 일정이었다면, 미루거나 취소하고 싶었을 만큼 몸이 힘들었다.

도서관 일을 시작하면서 컨디션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나빠진 상태로 2주를 버텼다. 병이 난 것은 아닐 것 같아 병원에는 가지 않았지만,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일(job)이 아닌 것은 전부 다 취소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나를 10년 넘게 봐 온 한의사 선생님은 달라진 생활 패턴에 몸이 적응하느라 그럴 수 있다고 얘기하신다. 몸이 아프거나 나빠진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활패턴에 적응하느라 용쓰는 중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잘 먹고 가능한 쉬고 보약도 조금 먹기로 했다.

하지만 당장 오늘 수업 1시간을 버틸 자신이 없다. 선생님은,

“대회장에 가면 시작하기 전에 혼자서 연습 한 번 정도는 하실 거고, 고수랑 한 번쯤 맞춰 볼 수도 있을 거고, 본 경연에서 또 한 번 하실 거고... 그러려면 최소한 3번은 힘 있게 부를 수 있어야 해요. 그러니까 오늘도 최소한 세 번은 하셔야^^”

수심가, 난봉가, 영변가 다 생략하고 초한가만, 그것도 ‘은하수 오작교는~’이 시작되기 바로 직전까지만 세 번을 반복했다. 한 번 하고 쉬고, 한 번 하고 쉬고, 겨우겨우. 내가 힘이 달려서 선생님이 중간중간 도와주셨다. 안 된다고 틀렸다고 뭐라 하지 않으시고 내 힘이 달리는 부분마다 같이 불러주셨다.

처음에 계획했던 것처럼 도서관으로 가는 산길에서 노래를 부르지는 못했다. 하지만 점심 먹고 남은 10여 분 동안은 노래를 들었고, 가끔은 녹음도 했다.

처음엔 도서관 앞에 있는 휴게실에서 듣기만 했다. 그러다 두세 번은 도서관 안에 있는 작은 창고 안에 들어가 초한가 앞 소절 3분 정도를 녹음하기도 했다. 낮 1시에 다시 문을 열어야 하니 녹음 시작 시간이 12시 55분이면 타이머로 4분을 설정해두고 타이머가 울릴 때까지만 노래를 녹음을 하는 것이다. 처음엔 내 소리가 복도로 새 나갈까 봐 신경이 쓰여 부르다 말고 복도에 나가보기도 했다. 

지금 아니면 오늘 소리내서 부를 시간이 없다는 절박함이 나를 창고 속으로 숨어들게 했다. 별다른 소득이 없을지라도...

부르지 못하고 듣기만 한 도서관 앞 휴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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