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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수업 여든 셋.m4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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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902

빠짐없이 도서관에 출근을 했고, 일상도 비슷하게 이어갔고, 매일 쓰는 일기도 겨우겨우 써냈지만, 노래 연습은 거의 하지 못했다. 핑계를 대 본다면 기운이 한 톨도 없었다.

돈을 받고 하는 일(도서관 일)이 내 에너지를 가져갈 우선권이 있다고 생각했고, 내 자식 먹이고 키우는 일 또한 소홀히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서 시작한 노래 수업은 자꾸 후순위로 밀려났다. 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다른 선택이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부터는 근무시간이 많이 줄어서 좀 더 편안해진 상태에서 노래 수업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하루하루 버티듯이 방학을 버틴 몸은 1시간의 노래 수업도 버텨내질 못했다. 겨우 앉아만 있다고 해야 하나? 이전의 수업 때도 겨우 겨우 노래를 했던 날들은 있었지만, 10년 만에 다시 시작하게 된 일은 내 몸에 새로운 패턴을 그려 넣느라 바빴고, 몸이 급속도로 재편되는 시련을 겪었다. 그 여파라 생각하고 여전히 버티고 있는 중이다.

지지난주와 지난주 두 번의 수업을 선생님은 노래는 한 곡도 하지 못하시고 나와 얘기만 하시다 가셨다노래 대신 내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놓게 되었고, 선생님도 선생님의 고민을 조금 이야기하셨다. 그렇게 노래 수업보다 더 긴 시간을 보내다 가셨다.

노래 없는 노래 수업도 좋았다. 노래도 내려놓고, 선생과 제자라는 관계도 내려놓고, 나이도 내려놓고, 나와 선생님 각자의 혹은 주변의 일에 대해 얘기를 하게 되었다. 나도, 선생님도 지난 2번의 수업에서는 노래만큼 이야기가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오시는 것 자체가 이미 수업인데, 두 번 다 레슨비도 받지 않으셨다.

그렇게 3주만에 다시 부르는 수심가는 처음 배울 때처럼 새롭다. 너무 오랜만이라 이미 아는 길인데도 낯설다. 이 길이 맞나? 왼쪽일까, 오른쪽일까? 순간순간 갈등한다. 알면서도 모르는 것 같은 아니, 아는 것도 모르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서 다시 불러보는 수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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