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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수업 여든다섯.m4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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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6

서른두 살 때 6시간 42분 만에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적이 있다. 서울에서 여럿이 타고 온 단체버스도 떠났고, 주변에 뛰는 사람 한 명 없었지만 걷다 뛰다를 거듭하면서 처음 출발했던 경기장에 되돌아왔다. 지금처럼 10월이었다. 내가 트랙 안으로 들어섰을 땐, 이미 어두워져 있었고, 음악이 흘러나왔고, 대회 장비를 실을 대형 트럭이 대기 중이었고, 같은 색깔의 조끼를 입고 있던 진행요원들이 빨간색 플라스틱 의자를 트럭 위에 싣고 있는 중이었다. 걷는지 뛰는지도 모르는 걸음으로 움직이면서 생각했다. '완주했다.'

누군가 나를 발견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갑자기 박수소리와 환호성이 들려왔고, 순식간에 귀가 따가워질만큼 커다란 소리가 되었고, 마치 1등이라도 한 것처럼 피니싱 라인을 통과했다. 완주가 목표여서 완주를 했을 뿐, 대회장 입구가 닫혀있었더라도 나는 거기까지 갔을 것이다. 아무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곳에 사람이 있고, 음악이 있어서, 아직 끝난 것은 아니어서, 나의 완주를 지켜봐 준 사람들이 있어서 6시간 32분 **초(완주증을 못 찾아서 초는 기억이 안 난다)라는 기록이 남을 수 있었다.

노래를 배우고 부르는 것은 몇 십 년짜리 장기 마라톤이고, 나는 그 어디쯤을 달리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생계를 위해 일을 하듯이, 아이를 키우듯이, 숨을 쉬듯이, 공부를 하듯이~

노래하다 지칠 땐 일기로 힘을 얻고
노래일기가 안 써질 땐 노래를 듣거나 불러본다.
그래도 부족할 땐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의 노래와 에너지로 나를 채운다.

나는 그 시간들이 힘든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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