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5 이제 겨우 87번째 일기를 올리는 건데 미루지 않고 올리는 것이 이렇게 힘들구나 새삼 깨닫고 있다. 수업은 지난 달 15일에 해 놓고 아직까지 일기를 쓰지 않고 있는 건 어떤 마음일까? 이번엔 바로 써서 올려야지 수업이 끝나는 순간 마음을 먹지만, 이런 저런 일- 쌤의 공연, 나와 쌤의 컨디션 난조 등-들로 휴강이 생기고 나면 내 마음도 같이 미뤄진다. 이렇게 약하디 약한 내 마음을 붙들고 서도민요를 해보겠다고 덤볐구나 싶다.ㅜㅜ 그렇게 약해빠진 줄 알고도 또 포기하지 않고 붙들고 있는 게 '또 나구나!' 싶다.^^
20191008 보고 있으나 보지 않은 듯한 눈빛, 소리는 들리지만 노래는 되지 못한 소리, 나름 힘을 다해 부르고 있지만 힘이 전부인 안타까움... 내 노래를 들으시더니 선생님이 두 버전으로 초한가를 불러주신다. 눈빛이 살아있지 않은 채로 부르는 노래, 눈빛에서 이미 말하듯이 부르는 노래. 노래를 부르던 순간, 내 눈빛은 어디에 가 있던 걸까? 딴생각에 빠져있던 걸까? 거실 구석의 스피커나 소파를 바라보는 순간 그 물건에 대해 생각하게 될까 봐 두려웠던 걸까? 나는 허공을 향해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다. 사람인 내가 사람인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빠져들 듯이 경청하게 만드는 사람이 내게 어떻게 얘기를 들려주었는지를 떠올려본다면 내가 가상의 청중을 향해 어떤 마음을 담아 노래를 할 것인지 알 수 ..
20190926 서른두 살 때 6시간 42분 만에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적이 있다. 서울에서 여럿이 타고 온 단체버스도 떠났고, 주변에 뛰는 사람 한 명 없었지만 걷다 뛰다를 거듭하면서 처음 출발했던 경기장에 되돌아왔다. 지금처럼 10월이었다. 내가 트랙 안으로 들어섰을 땐, 이미 어두워져 있었고, 음악이 흘러나왔고, 대회 장비를 실을 대형 트럭이 대기 중이었고, 같은 색깔의 조끼를 입고 있던 진행요원들이 빨간색 플라스틱 의자를 트럭 위에 싣고 있는 중이었다. 걷는지 뛰는지도 모르는 걸음으로 움직이면서 생각했다. '완주했다.' 누군가 나를 발견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갑자기 박수소리와 환호성이 들려왔고, 순식간에 귀가 따가워질만큼 커다란 소리가 되었고, 마치 1등이라도 한 것처럼 피니싱 라인을 통과했다...
20190919 “시선! 고개! 움직이지 않을 것!” “제가 그렇게나 많이 움직여요? 혹시 제가 머리를 앞뒤로 막~~ 이래요?” “계속 끄덕끄덕. 목 쓸 때마다 한 번씩 힘을 새로 주시고 그래요.” “되게 보기 싫던데…” “(보실 수 있게) 영상을 찍어드릴까요?^^” 맨 처음 나갔던 민요대회의 영상을 보면 나는 정지화면처럼 거의 움직임이 없다. 소리도 배에 힘을 주지 않고 목에서만 겨우 내던 때라 몸을 움직이지 않으려 노력할 필요조차 없었던 때다. 그때 내 모습을 보면 한복만 입었을 뿐, 초소 앞에 서 있는 군인 같다. 두세 번째 대회에서는 선생님(그때 배우던 경기민요 선생님)이 발림(:손동작)을 가르쳐 주셨다. 나뿐 아니라 같이 배우던 분들 서너 명이 모두 배우고, 무대에서 발림을 하면서 노래를 불렀다..
20190902 빠짐없이 도서관에 출근을 했고, 일상도 비슷하게 이어갔고, 매일 쓰는 일기도 겨우겨우 써냈지만, 노래 연습은 거의 하지 못했다. 핑계를 대 본다면 기운이 한 톨도 없었다. 돈을 받고 하는 일(도서관 일)이 내 에너지를 가져갈 우선권이 있다고 생각했고, 내 자식 먹이고 키우는 일 또한 소홀히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서 시작한 노래 수업은 자꾸 후순위로 밀려났다. 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다른 선택이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부터는 근무시간이 많이 줄어서 좀 더 편안해진 상태에서 노래 수업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하루하루 버티듯이 방학을 버틴 몸은 1시간의 노래 수업도 버텨내질 못했다. 겨우 앉아만 있다고 해야 하나? 이전의 수업 때도 겨우 겨우 노래를 했던 날..
20190813 지난 여든한 번째 수업에 이어 오늘도 초한가만 불렀다. 혼자서 두 번, 마지막 한 번은 선생님과 같이. 선생님이 오시기 전에 30분을 듣고 혼자 세 번을 불렀더니 더는 부르기가 힘들었다. 전업주부이던 때와 하루 8시간 일을 하고 난 후에 수업을 하는 지금과는 너무 큰 차이가 난다. 한 소절 한 소절 버틴다는 느낌으로 부르게 된다. 고작 세 번 부르는 것이 어젯밤의 숙취(^^), 수면부족, 영양부족(잘 못 먹고 다녔음)의 상태에서 할 수 있는 나의 최선이다.ㅜㅜ 자주 틀리는 부분들은 귀가 아닌 뇌로 들으려고 노력해 본다. 혼자 연습하는 동안엔 선생님과 같이 부른 부분을 돌려들으면서 늘어지는 박자를 챙겨야 할 것 같다. 대회에서 신경 써서 불러야 할 부분들을 적어본다. '만고영웅의 리듬을 좀..
20190803 오늘이라도 수업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지난달 15일 수업을 한 이래, 22일, 29일 계속 수업을 하지 못했다. 갑자기 달라진 나의 시간표와 선생님의 일정을 맞추기가 힘들었고, 겨우 만들어낸 시간이 오늘 토요일 오후 6시 반이다. 만약 노래 수업이 아닌 다른 일정이었다면, 미루거나 취소하고 싶었을 만큼 몸이 힘들었다. 도서관 일을 시작하면서 컨디션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나빠진 상태로 2주를 버텼다. 병이 난 것은 아닐 것 같아 병원에는 가지 않았지만,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일(job)이 아닌 것은 전부 다 취소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나를 10년 넘게 봐 온 한의사 선생님은 달라진 생활 패턴에 몸이 적응하느라 그럴 수 있다고 얘기하신다. 몸이 아프거나 나빠진 것이 아니..
20190715 도서관 지역 전담 사서로 일하게 되면서 노래 수업 시간도 조정하게 되었다. 방학 중 도서관 근무 시간은 오후 6시까지라 기존의 낮 1시에는 수업을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7/22, 7/29, 8/5, 8/12, 4번의 수업은 도서관이 끝난 이후인 오후 6시 반에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낮보다 오후 시간은, 특히나 방학 동안의 오후 6시 반 이후의 1시간은, 저녁식사를 하거나, 일하러 간 부모들이 집으로 돌아오거나, 어린아이들이 학원에서 돌아오거나, 큰 아이들이 저녁을 먹고 학원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 시간대이다. 가족들이 모이기 시작하는 시간. 다 저녁에 웬 장구냐고 하면? 장구만 포기하면 된다. 하지만, 시끄럽다고 하면? 방법이 없다. 물론, 시끄럽다고 바로 우리 집 인터..
201900708 녹음된 수업을 돌려 듣다 보니 첫 수업 때가 생각난다. 기계적으로 ‘약사~~아아아아아아~’를 소리 내면서, 올라가는 ‘아’는 몇 번이고, 내려오는 ‘아’는 몇 번인지 몰라 손가락으로 세면서 불렀던, 세면서 부르면서도 계속 틀려서 집에 와서 녹음을 들으면서 겨우 그 횟수를 알아내곤 해서 한없이 답답했던 때다. 정해진 횟수는 없고 능력 되는 만큼 여러 번 떨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지금은 몇 번을 떠는지 굳이 세지는 않고, 내 호흡에 맞게 끊어지기 자연스러운 부분을 찾아 마무리하곤 한다. 그 지점을 잘못 찾아서 부르다 만 듯 끊길 때도 있지만, 숫자를 세지는 않고 있다. 능숙해져서라기보다는 하다 보니 저절로 그렇게 되었다.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된다는 것은 시간의 은공이다.^^ 수업 ..
20190628 신체능력은 점점 쇠퇴해 가는데, 하는 일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하는 일’의 범주에는 하고 있는 운동의 가짓수, 읽으려고 벌려 둔 책의 권 수, 매일매일 반복 처리해야 하는 주부이자 엄마로서의 여러 일들, 심지어 요즘에는 어떤 주제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야 하는 일들까지 생겨났다. 여기서 ‘어떤 주제’는 나의 일은 아니고, 내 지인이 추진하는 일에 관련된 것이지만, 생각하고 책을 보는 일이 내게도 재밌는 데다가 도움이 되기도 해서 요청이 있을 때마다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압도할 정도로 나의 에너지를 많이 뺐아가고 있는 일이 하나 있다. 돈을 벌고 싶다는 욕망에 관한 것이다. 노래 일기에 웬 돈 버는 이야기일까 싶겠지만, 최근 나는, 봄보다 여름 들어 더욱, 이 생각이 머릿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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