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 28 수심가를 부르고 나자, “(노래에) 기운이 없어 보이네요.” “할 땐 힘차게 한다고 하는데 들어보면 제가 들어봐도 맥이 하나도 없이 들려요.” “지난번에는 이러지 않았어요.^^” 여기서 ‘지난번’이란 선생님이 나의 노래할 때의 멍한 표정과 눈빛을 흉내 내셔서 나로 하여금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던 수업(노래일기 쉰넷)의 다음 수업(노래일기 쉰다섯)을 말한다. “시선 한 곳만 보시고, 좀 더 집중하시고~ 노래를 짜인 그대로 부르시는 게 아니라 ‘툭’ 하니 부르시니까 리듬이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요.” 처음엔 단순히 힘이 빠진 상태로 노래를 부르지 말라는 얘기인 줄 알았는데, 다시 여쭤보니 힘이 빠지면 빠지는대로, 숨이 모자라면 모자라는대로 감추지 않고 노래에 다 티를 낸다고 해석해 주셨..
2018. 11. 14 영변가까지 듣고 나시더니, “지금, 가장 지루하실 것 같아요.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으면서도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고…” 저런 말씀을 하실 만한 표정을 내가 지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 이제 끝났다. 가시고 나면 연습해야지. 노래일기도 바로바로 쓰고.’ 뭐 이런 생각들을 노래가 끝나고 할 때가 있긴 하다. 끝났다는 생각에 홀가분해진 표정, 혹은 기운 빠진 표정을 지었을까? 막상 수업이 시작되면 그렇지 않은데, 인터폰 화면으로 선생님 얼굴이 보이는 순간이면 반가운 마음 뒤로 살짝 무거운 마음도 함께 온다. 그 날이 그 날 같은 나의 노래들이 계속되고 있고, 개인레슨을 하기 전보다 오히려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은 나를 바라보는 것도 맘이 편치 않은데, 되지도 않는 노래를 배..
'니체의 말'(시라토리 하루히코 엮음) 중에서 2018. 11. 7 선생님이 흉내 내신 내 눈빛이 1주일 내내 아른거렸다.ㅜㅜ 처음에는 그렇게 멍한 눈빛을 하고 에너지 없이 부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는데, 내 모습을 내가 몰라서 오늘도 멍한 눈빛으로 부르고 있었다면 그 쪽이 더 별로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에 집중한다면 나아지지 않을까? 1시간 내내 집중하기가 힘들다면 한 곡에, 한 곡이 힘들다면 선생님이 끊어 가시는 한 소절에, 좀 더 집중해 보기로 했다. 힘 있게 부르려다가 몸과 목과 혀와 입술에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지 않도록 신경을 쓰자! 진짜 힘을 주어야 할 것은 배이다. 집중하는 것과 긴장하는 것을 혼동하지 말자! 내가 긴장하면 내 노래를 듣는 사람(지금은 선생님)도 불편해질 ..
2018. 11.2 수심가 2절의 후렴은 ‘아아아하아아아’이고 엮음수심가의 후렴은 ‘아아하~~~~~ 아아아아아아아아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이다. 두 후렴 다 ‘아’와 ‘하’ 두 글자로 되어 있어 비슷해 보이지만, 불러보면 둘의 느낌은 전혀 달라서 헷갈릴 만한 부분이 아니다. 수심가 2절의 후렴은 짧고 비장한 느낌이라면, 엮음수심가의 후렴은 길고 수심가의 본절에 나오는 선율과 비슷하다. 수심가 1절이 끝나고 수심가 2절을 부르는데 2절의 후렴을 맞게 시작해 놓고도 엮음수심가의 후렴을 하고 있다고 착각을 하고는 ‘아, 아니다’하고 다시 엮음수심가의 후렴을 찾아 불렀다. 부르다 말고 다시 ‘아, 헷갈렸어요.’ 변명을 한 번 한 뒤, 처음에 부르던 수심가 2절의 후렴으로 돌아가 겨우 맞게 불렀다. 1년 반을 매주..
2018. 10. 17 '영변가'가 잘 안 된다. 안 되도 많이 안 된다. 다른 노래들은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가고 있는데 영변가만 런닝머신 위를 걷는 것처럼 제자리 걸음이다. 그래서 좀 멀어졌다. 사 놓고 1년쯤 읽지 않은 채 묵혀 둔 책 같다. 부르면서도 즐겁지가 않았고, 내가 노래가 좀 되나 싶은 생각이 전혀 안 드는 우울한 노래... 영변을 노래하는 노래? 내가 아는 영변은 김소월의 진달래꽃에 나오는 영변, 북한의 핵시설이 있는 도시 영변, 두 가지인데... 「1897년에 평안북도의 관찰사영(도청)이 정주에서 영변으로 이전하였고, 이후 1921년에 신의주로 이전될 때까지 영변은 평안북도의 도청소재지였다.」-위키피디아 - 「이 곡은 조선 말에 영변에 있던 행정부가 의주로 옮기면서 영변을 떠나게 된 사..
2018. 10. 10 대학 때 학교 앞 호프집에서 노래를 하는 남녀커플이 있었다. 캐주얼한 차림으로 편하게 앉아 기타를 치던 남자에 비해, 여자는 결혼식 하객으로 가도 될 것 같은 정장 스타일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등받이가 없는 동그란 의자에 두 다리를 가지런히 모으고 무릎 위에 두 손을 올려놓은 채 가만히 노래를 불렀다. 가끔씩 관객들이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조심스럽게 손으로 박자를 맞추는 것 외엔 거의 움직임이 없었다. 같이 맥주를 마신 사람들이 누구였는지는 기억에 없는데, 이 여자의 공손한 두 손과 스트로크로 치던 송시현의 ‘꿈결 같은 세상’, 기타를 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여자보다 멋있어 보이던 남자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다. 이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여자도 기타를 치면 멋있을 텐데…’ 하..
2018. 10. 5 한 글자 한 글자 너무 의미를 담아서 부른다는 말씀을 자주 하셔서 오늘은 나름 힘을 빼고 노래를 해 보았다. “오늘 너무 설렁설렁 부르시는데요?” 머리로는 나도 알고 있다. 강세를 주되 힘을 빼고 불러야 하고, 박자를 맞춰 부르되 티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빼야 할 힘과 빼지 말아야 할 힘이 따로 있나 보다. 그게 뭔지는 전혀 모르겠는데… 요가 강사가 허벅지와 발바닥은 힘을 주되 무릎은 힘을 빼야한다고 말했을 때처럼 난감하다. 어디를 주고 어디를 빼라는 건지, 아니 어떻게 주고 어떻게 빼라는 건지… “연습하실 때 큰 소리로 부르시면서 벽에 기대서 앉았다 일어섰다 하면서 해 보세요.” “자세 때문에요?” “뱃심! 앉았다 일어섰다 해도 목소리가 흔들리지 않아야 해요.” 지난 ..
쉽게 찢어지고 뒤집어져서 조심조심 쓰곤했던 파란 비닐우산~ 2018. 9. 19 「제가 3년째 하고 있는 단체수업이 있어요. 제가 가르치기 전에 2년을 더 배우신 5,60대 분들이신데, 그 중에 열 분 정도가 동아리를 만들어서 봉사활동을 하고 공연도 다니시거든요. 그 열 분 중에 영화 ‘시스터 액트’에 나오는 부끄럼쟁이 수녀같은 분이 있어요. 뭣만 하면 늘 뒤로 빠지고, ‘저 못해요~’ 하시고, 춤추라고 하면 쑥스러워하시고, 평상시에 노래할 때도 자기는 높은 음이 잘 안 나온다면서 조금만 높은 음이 나오면 가성을 쓰고, 공연 때 화장하는 것도 부끄러워하시는 분이예요. 그 분들이 처음 공연할 때 제가 보러 간 적이 있는데, 제가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했더니, 그 분이 화장한 얼굴을 손으로 가리시고는..
2018. 9. 12 연습을 전혀 하지 않고 노래를 하는데도 칭찬을 받을 때가 가끔 있다. 순간 당황하게 된다. ‘어? 연습 하나도 안 했는데…’ 그렇다고, 사실대로 말씀드리긴 곤란하다. 왠지 연습 안 해도 잘 할 수 있다고 잘난 척 하는 것 같고, 한편으로는 연습 안 한 것이 무슨 자랑인가 싶은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습을 했다고 거짓말을 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잠시 망설이다가, 나중에는 사실대로 말해버리곤 한다. 반대로 연습을 어지간히 한 날에 오히려 ‘오늘 노래가 왜 이러죠?’ 라고 말씀하실 때가 있다. ‘어? 연습 했는데…?’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그럼 연습을 하지 말았어야 하나 잠시 생각하다가, 연습 방법에 문제가 있거나 틀린 부분을 바로잡지 않고 무작정 연습만 했는지 등을..
술타령을 배우는 계기가 된 전주가맥축제 2018. 9. 5 내 기억이 맞는다면 작년 8월 9일은 전주 가맥 축제 기간 3일 중의 하루였다. 당일 생산 맥주를 당일에 마실 수 있다는 모토에 혹해서 무작정 기차를 타고 전주에 갔고, 나처럼 맥주여행을 온 다른 친구들을 만났던 우연이 있었고, 은색 양동이 가득 얼음과 맥주를 채워 놓고 여름 저녁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 내가 가맥축제에 다녀온 즈음, 선생님은 공연이 있어서 전주에 다녀오시게 되었다. 공연 다녀온 얘기를 하시면서 전주의 막걸리촌 등 술 얘기를 하다가, “선생님(:나) 술 좋아하시니까 우리 술타령 한번 해보죠.^^” 그렇게 술 좋아하는 나^^를 위해 처음 배운 게 작년 9월 6일인데, 내가 너무 어려워해서 두어 번 배운 후 중단했다가, 1년 만에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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