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광고에서처럼 매끈하게 퍼낼 날을 기다리며~ . 2018. 2. 9 금 8개월 전 맨 처음 배웠던 ‘약사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가 ‘아’를 오르락내리락 5회 반복운동 하는 것이라면, 그 다음의 ‘약사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는 같은 과정을 모나미153 볼펜 속에 들어있는 용수철처럼 둥글게 감듯이 소리를 내는 것이다. 얼마 전부터 배우기 시작한 나의 세 번째 ‘약사~’는 좀 더 업그레이드되었다. 두 번째의 것과 같은 방법이지만, 소리의 시작 지점이 다르다. 두 번째 ‘약사~’는 높은 음에서 낮은 음으로 ↘내려오면서 소리를 감는다면, 얼마 전부터 배우기 시작한 세 번째 ‘약사~’는 낮은 음에서서 높은 음으로 ↗올라가면서 감는다. 소리를 삽으로 퍼내듯이 감아올린다. 두 번째는 알파벳 W가 이어지는 모양을,..
술 할머니의 장독대에서 사가지고 온 술 항아리 지난 9월에 배우다가 어려워서 잠시 미뤄둔 '술타령'의 가사 2018. 2. 2 금 박목월 시인의 ‘나그네’라는 시가 있다. 고등학교 때 이 시를 처음 배운 이래 수십 년이 흘렀는데도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이라는 구절은 기억이 난다. 그때의 국어수업은 ‘공감각적 이미지’라거나, 사용된 이미지는 ‘후각과 시각’이라거나, 시인이 ‘청록파’의 한사람이라거나 하는 시험을 위한 정보들로 가득 했다. 다른 시도 배워야 하니 이 시에만 머무를 수 없었지만, 그 시를 읽고 들여다보고 있으면, 나그네가 걷고 있는 그 길에 나도 서 있는 것 같았다. 교과서에 코를 박으면 술 익는 냄새가 퍼져 나올 것 같았고, ‘타는 저녁놀’이라는 말에는 이유 없이 가슴이 콩닥콩닥 ..
도망칠 뻔한 소리들을 잠시 내려 놓고 ~ 2018. 1. 26 금 1월 한 달 동안 기침이 멈추지 않는다. 기침의 강도와 지속된 기간을 기준으로 랭킹을 매긴다면 지금까지의 기침 중 최악이다. 하루 동안 나눠 쓸 칼로리를 기침에 다 쓰는 기분이다. 지난 번 수업 때보다 더 심해진 것 같고, 며칠 전부터는 갈비뼈 근처도 아파오기 시작했다. 숨을 쉬어도, 누웠다 일어나도, 스트레칭을 해도 아프다. 다른 감기 증상은 전혀 없는데 기침만 폭발하듯이…. 내 몸통보다 더 큰 기침 덩어리가 몸을 뒤흔들며 터져 나오는 것 같다. 평소 약을 잘 먹지 않는 편인데 이러다간 수업을 못할 것 같았다. 1월엔 오늘까지 합쳐야 두 번 수업을 하게 된다. 내과의사인 친구에게 카톡으로, “기침하다 갈비뼈가 부러질 수도 있나? 아프네...
선생님이 카톡으로 주신 가사를 타이핑 하고 한자를 채워넣었다. 큼지막하게 써 놓으면 슬쩍 보더라도 내용을 파악하기 쉽고, 여백에 챙겨야 할 것들을 그리거나 써넣기가 좋다. 2018. 1. 17 수 두어 달 전부터 ‘엮음수심가’를 배우기 시작했다. 초반에 배운 수심가 1,2절보다 가사가 길고 장단도 빠르다. 수심가와 엮음수심가 모두 내가 배운 세 가지 외에 더 많은 버전이 있다고 말씀하신다. 내가 지금 배우고 있는 엮음수심가는 ‘아아하~ ’하는 후렴구 뒤로 아래의 가사가 이어지는 버전이다. 「해는 지고 저문 날인데 옥창앵도가 다 붉었구나 시호시호(時好時好)는 부재래(不在來)라 원정부지(怨情不知)가 이 아니란 말가 ….」 수심가 1절은 노래 속의 슬픔이 내게 스며드는 듯하여 충격적이었는데, 이 엮음수심가는 ..
대회 4~5일 전부터 다림질한 한복을 옷걸이에 걸어두고는 '아, 내가 대회에 나가는구나' 생각한다. 2017. 12. 30 토 스물두 번째 일기를 읽은 분이라면 17일 대회의 결과가 궁금하신 분도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 선생님 외에 내가 대회에 나간 사실을 기억할 사람은 거의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얘기하려고 한다. 앞으로 노래를 배우면서 더 많은 대회에 나가게 될 텐데, 그러다보면 서도민요를 처음 부른 이 대회의 이름도, 나의 온갖 실수도, 여기서 얻은 처절한 결과물도 가물가물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회의 이름은 ‘제15회 대한민국 여성전통예술 경연대회’이고, 2017년 12월 17일(일) 오전 9시 반부터 오후 늦게까지 상명대학교(서울캠퍼스) 대신홀에서 진행되었다. 대회장에 도착하니 로비..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 2017. 12. 13 수 오늘은 다른 날과 수업 준비가 조금 다르다. 대회처럼 한복을 입고 입장과 퇴장도 연습해 볼 생각이다. 대회장소도 미리 가보고 싶었는데 선생님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하셔서 생략. 이전에도 대회에 나가본 적이 있지만, 그 땐 같이 나가는 사람들이 있었고, 선생님이 화장도 해 주셔서 노래 연습만 하면 되었다. 지금은 나 혼자이기도 하지만, 도와줄 사람이 있다 해도 화장과 쪽머리 정도는 혼자 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앞서의 대회를 겪으면서 하게 되었다. 수업은 오후 3시였지만 오전 11시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일단 화장. 오늘 직접 해보려고 어제 화장품 가게에 가서 이것저것 사왔다. 내가 직접 골랐다기보다는 직원에게 “집에 스킨, 로션, 선블럭..
열두번째 일기에 소개한 선생님의 공부방법을 응용하여, 선율이 같은 가사들을 같은색깔로 표시하여 구분해 놓았다. 가사는 뒷페이지에서도 한참 더 이어진다. 2017. 12. 9 토 “이 노래에 출연하는 음 중에서 가장 높은 음이 ‘만고영웅’할 때 ‘만’자에요. 뒤에 나오는 ‘절인지용’의 ‘절’은 같은 음이고, ‘장대에 높이 앉아’의 장‘은 ’만‘보다 낮아요. 그러니까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예쁘고 높은 음으로 ‘빰!’하고 지르시면 되요. 우선 낼 수 있는 가장 높은 음으로 시작해 볼게요.” “만고영웅 호걸들아 초한승부 들어보소~” 좀 버겁다 싶게 높은 음으로 불러 보았다. 이렇게 부르다간 몇줄 못 부르고 숨이 찰 것 같다. 선생님이 내 소리보다 좀더 낮게 첫음을 잡아 노래를 불러 주신다. “만고영웅 호걸들아..
녹음 기능이 없던 시절엔 '기억해서 따라부르느라'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했을 것이다. 저장된 소리를 꺼내듣는 것조차 열심히 하지 못한 나... 2017. 12. 2 토 수업은 주 초반일 때도 있고 금요일이나 토요일 오후일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수요일 오후에 수업을 하면 남은 목~금요일은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데, 토요일 오후에 하면 월~금요일만큼의 연습을 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이 생기고, 목요일이나 금요일 저녁에 노는 것이 편치가 않다. 만약, 지난주에는 화요일 오전에 수업을 하고 이번 주에는 토요일 오후에 수업을 하는 날이라면, 열흘이나 되는 연습시간이 생겨나서 연습시간이 짧게 주어졌던 다른 수업 때보다 더 잘해가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말해본다면, 열흘만에 하건 5,6일 만..
초보인 내게 와서 군가가 될 뻔한 '청춘가' 가사의 일부. 내가 가진 책에는15절까지 나와 있는데, 두 절씩 주고받는 형태로, 뒤의 가사는 혼자 연습해 볼 수 있다., . 2017. 11.24 금 “와! 오늘은 노래가 엄청 정리가 잘되어 있네요. 연습 많이 해오셨나 봐요?” “제가 연습한 게 많이 한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요? 지난 주보다도 훨씬 낫고요. 이제 이 상태를 유지하면서 계속해서 불러야 능숙해지죠. 물론 오늘 잘 했다고 다음 주도 잘한다는 보장은 없지만요.^^” 겸손해서라기보다는 얼마나 연습을 해야 많이 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몰라서 잠시 생각해 보느라 그리 대답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그 ‘많이’는 단순히 시간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배운 것들을 충분히 혹은 수업을 할 만큼은 소..
지난 12월, 북한산 백운대에 갔다가 어두워져서 혼자 허겁지겁 내려오던 날. 사진에선 작게 보이지만 나뭇가지 사이로 달이 보여서 무섭지 않았다. 2017. 11. 17 금 가끔 산을 오르다 ‘그냥’ 멈출 때가 있다. 그리고 가만히 주변의 것들에 귀를 기울여 본다. 미세먼지가 ‘나쁨’이거나 오전에 비나 눈이 올 때, 평일이거나 남들이 하산할 시간대에 오르게 되면 온 사방이 조용하다 못해 적막해지고, 내 시야가 닿는 곳 어디에도 사람의 기척이 안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이럴 땐 무서워서 발걸음이 빨라지기도 하는데, 대신 주변이 떠들썩할 때는 들을 수 없는 여러 소리들을 들을 수가 있다. 그냥 ‘바람소리’였던 것들이 마른 나뭇잎들이 바람에 뒹구는 소리, 가늘고 여린 나뭇가지들끼리 맞닿아서 나는 소리, 센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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