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미올라'에 대해 처음 설명해 주셨을 때 적어둔 부분. 소심하게 물음표까지 그려놓았다. 2018. 5.11 금 ‘헤미올라’를 찾느라 처음으로 초한가 전체의 박자를 세어 보았다. 작년 7월에 배우기 시작했으니 11개월만이다. 앞부분의 가사는 몇 번 세어본 적이 있는데 셀 수 없는 박자들이 자꾸 등장하는 바람에 -아마 그 박자들이 ‘헤미올라’였을 수도 있다 - 중간에 포기한 적은 있다. 연습할 때 세면서 부르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박자가 머릿속에 없다보니 부를 때마다 박자가 뒤죽박죽인 느낌이었다. ‘초한가가 늘어지고 질질 끌린다.’고 말씀하신 것도 정리 안 된 박자 탓인 것 같다. 손가락으로 세어보면서 박자를 찾고, 불러보고, 다시 확인하여 세시간 만에 초한가의 박자표를 완성했다. 3박으로 된 부분이 2/..
2018. 5.5 토 아이의 중간고사 기간에 한 주를 쉬고 토요일에 수업을 하게 되니 보름만이다. 오래 쉰 만큼 연습을 더 많이 해가려고 노력했던 한 주였다. 지난 서른다섯 번째 노래일기에도 썼던 엮음수심가의 ‘아니보며는’ 부분을 나름 집중 연습했다. 우리 선생님을 포함하여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문행일치(文行 一致)’를 보여주고 싶었고, 나 또한 연습하려고 하면 이 대목이 먼저 생각이 났다. 이렇게 노래가 일기의 덕을 보는구나 흐믓해 하면서… 근데 막상 수업을 하다 보니 이 부분을 어떻게 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지나갔다. 집에 와서 들어보니 별다른 지적은 안 하셨다. 수심가가 끝나고 나서 선생님은, “지난번보다 좋아진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네요.” 하셨다. ‘아니보며는’은 ‘좋아진 부분’에 ..
'정답과 해설'을 펴기까지는 사진 속의 책들, 그 이상의 과정이 필요하다 2018. 4. 20 금 나: 아니 보며느으은 선생님: 아니 보며느으은 나: 아니보며느은 선생님: 아니 보며느으은 … 음정도 박자도 맞는 것 같은데 자꾸 다시 불러주신다. 위에 소개한 ‘엮음수심가’의 일부만이 아니라 노래수업의 대부분은 ‘구간반복’으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을 정리해 보면, ①내가 먼저 부른다. ②내가 ‘10개월 배운 수준에서 가능한 맞는(?) 소리’를 내면, 끊지 않고 다음 소절로 넘어가신다.(이런 일은 가끔 있다) ③‘이 소리가 아니다’ 싶으시면 다시 불러주신 뒤 나의 소리를 들으신다. ④‘이번에도 아니다’ 싶으시면 또 불러 주신다. ⑤‘그래도 이 소리가 아닌데’ 싶으시면 이유를 설명해주시기도 한다. ⑥‘여전히 아..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부부의 뒷모습처럼 내게도 '빈'시간이 필요해~ 2018. 4. 13 금 현재 배우는 곡은 수심가, 초한가, 영변가, 세 곡이다. ‘해주아리랑과 몽금포 타령’(수업 초창기 한 달 정도 배움), 경기민요의 ‘청춘가’(전에 문화센터에서 배운 곡을 잠깐 다듬어 주심)를 제외하면 이 세 곡이 전부이다. 10개월 동안 세 곡만 배우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예체능 과목 없이 국, 영, 수만 10개월을 배우면 이런 기분일까 싶었다. ‘공개수업’ 파일을 열어보신 분들이라면 수심가, 초한가, 영변가가 반복적으로 - 가끔은 같은 곡이 연달아 나오기도 한다. - 나오는 것도 눈치 챘을 것이다. 어떤 가사는 두세 번씩 나오기도 한다. 잘되면 잘되는 대로 다음 단계를 배우느라, 안되면 안 되는대로 고치..
5년 전 4월 6일, 쌍계사 벚꽃을 보러 간 날, 뚝 떨어진 동백 하나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습니다. 2018. 4. 6 금 선생님이 ‘노래를 듣다가 혼자 울었다’고 하셨다. 그것도 새벽 1시에. 2,3주 전 쯤, “영변가를 부를 땐 산봉우리를 오르는 것 같아요. 수심가, 초한가보다 더 힘들어요.” 하고 하소연을 했었다. 연습 부족인 걸 감안하더라도 매번 같은 자리에서 틀리고 나면 재미가 없어진다. 내가 노래에게 놀림을 당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부르면서도, ‘아~ 여기, 또 틀렸어.’ 거의 비슷하게 부르면 ‘조금만 하면 되겠다’ 싶은데, 어디를 왜 틀렸는지 모를 땐, 아니 알고도 소리가 따라주지 않을 땐 답답하고 약이 오른다. 손에 잡히지도, 눈에 보이지도 않는 노래를 두고 성질을 부리다 보면 ‘내가..
나의 고민이 무엇이었는지 알게해 준 책 2018. 3. 31 토 일기를 쓰려고 앉으니 마음이 잡히질 않는다. 32번째 일기를 막 쓰기 시작하던 토요일 저녁 7시 무렵으로 돌아가 본다. 아이의 ‘다항식의 덧셈과 뺄셈’ 문제지 채점을 했다. 틀린 문제에 드러난 실수유형을 두고 아이랑 설전. 아이는 답답해 죽겠다는 듯이 머리를 쥐어뜯고 책상을 한두 번씩 주먹으로 내리치기도 했다. 나는 나대로 "몇 개 이상 틀리면 오늘 축구 중계를 못 볼 수 있다는 절박함을 가지고 좀 풀어봐! 응? 틀려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니까 자꾸 틀리지." 잔소리를 해 가면서 1시간 가까이 서로의 진을 뺐다. (분노게이지↑) 5시 무렵 아이의 전화, “엄마, 나 지금 편의점에서 김밥 먹고 있거든? 좀 있다가 애들이랑 독서실 갈 거야.” “뭐..
나의 '초한가'와 '영변가'에게도 이 꽃을~ 2018. 3. 23 금 일기에 쓰려고 틀린 곳을 적어보니 생각보다 많다. 수심가 1,2절과 엮음수심가 전체에서 13군데나 된다. 귀로만 들을 땐 고쳐 불러주시는 선생님 목소리가 '가끔씩' 등장한다고 생각했는데, 적어보니 ‘꽤 자주’다. 듣기만 하는 것과 듣고 써보는 것은 차이가 많구나. 타이핑 하던 것을 다시 지운다. “수심가, 많이 좋아지셨네요.” 이 한 마디에, “감사합니다!” 를 외친다. 숱하게 틀리던 것이 13군데로 확~~ 줄었구나. ‘감사합니다.’ 보다는 ‘아이고 좋아라, 잘한다고 하시니 기운이 펄펄 납니다, 더 열심히 할게요.’가 더 내 마음에 가까운 말인데 칭찬을 받으면 나도 모르게 ‘감사합니다.’가 먼저 튀어나온다.ㅎㅎ “왜죠?” ‘왜! 내 노..
지난 주와 이번 주 수업을 듣고 만든 페이퍼 2018. 3. 16 금 영변가를 배우기 시작한 5개월 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노래 반 지적 반’의 수업을 하고 있다. 주로 박자가 문제다. 영변가 뿐 아니라 초한가도 박자가 늘어진다는 지적을 자주 받았다. 물론 수심가, 초한가에 비해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12월에 대회연습 한다고 소홀히 한 것도 있었고, 1월에는 수업을 두 번 밖에 못해서 다른 노래에 비해 배우는 시간도 적었다. 하지만 들리는 대로 따라한다고 하는데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질 않는다. 이유가 뭔지 생각해 보았다. 1. 연습부족: 노래일기 ‘전’보다 노래일기 ‘후’는 연습량이 3.5배 정도 늘었지만, 이것은 듣는 시간만을 비교했을 때 그러하고, 부르는 시..
호수에 하늘이 담겨있는 것처럼 노래 일기 안에는 나의 노래가 담겨있습니다 2018. 3. 9 금 1월 첫날, 노래일기를 시작하면서 작년 6월부터 시작한 28번의 수업을 두 달 반에 걸쳐서 쓰고 올렸다. 어떤 날은 하루에 두 편, 어떤 날은 2~3일에 한 편, 잘 안 써지는 날엔 1주일 만에 한편을 올리기도 했다. 하고 싶어 시작한 일이지만 안 써져서, 졸려서, 피곤해서, 힘들어서, 다른 일에 밀려서, 감추고 싶은 얘기들을 늘어놓았나 걱정이 되어서 등등, ‘쓰는 나’와 ‘그러지 못하는 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글이 서너 편정도만 올라가 있을 무렵에는 이사는 했지만 아직 풀지 못한 짐들이 집안 곳곳에 쌓여있는 듯 어수선했다. 방문자의 흔적을 볼 때면 괜히 미안해지기도 했다. 글이 현재 ..
'나'를 찾기 위해서 노래를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노래를 하면서 묻혀있던 수많은 '나'들을 만나고 있다. 2018. 2. 23금 설 연휴가 끝났는데도 일상의 ‘나’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벌써 1주일이나 지났는데…. 집안을 가득 채우던 기름 냄새, 수없이 차리고 치운 밥상들, 북적대는 사람들 틈에서 풀풀 날리던 먼지들이 내 몸 어딘가에 달라붙어 있는 것 같다. 내 의지나 선택과 무관하게 가족관계 내에서 배정된 역할을 수행하느라 노래는 구석자리로 내몰린 채 지냈다. 2박 3일,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완벽하게 ‘나아닌 나’로 지내다보니 다시 ‘나’로 돌아오기가 힘들다. ‘올해는 며느리 역할은 쉬고 딸 노릇만 하겠어요’ 라든가 ‘질부 역할은 영구 사퇴합니다. ‘나’노릇 할 시간도 부족하거든요, 라고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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