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19. 1. 10
심하게 틀린 부분들을 중간중간 고쳐 불러주시는 것을 제외하면 오늘은 수업 내내 거의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선생님이 하신 거의 유일한 말씀은 지난 주에 새로 배운,
“(긴)난봉가 할 만하세요?” 정도이다.
많은 얘기를 해 주실 때보다 오늘처럼 아무 말 없이 듣기만 하실 때가 나로 하여금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쭉 이어 부르는 것이 필요해서일 거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하나하나 다 짚어서 얘기할 수 없을 만큼 총체적 난국이거나 몇 주 간에 걸쳐 말씀하신 ‘노래에 대한 자세와 호흡’이 별반 달라지지 않아서, 더 이상 말할 의욕을 잃으셨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선생님이 되어 내 노래를 한 줄 한 줄 들어보기로 한다.
‘행유적이면’의 ‘이’가 충분히 소리를 내지 못하고 급하게 내려왔다.
평소대로라면 선생님은,
“이히이이이이이이이이며허어어어어어어어언~” 하고 고쳐 불러주셨을 것이다.
‘문전석로’의 ‘문’에서 아이스크림 퍼내듯 소리를 퍼내지 않고 바로 ‘문’ 하고 일 자로 뻗어서 소리를 냈다.
역시 선생님이라면,
“무운전~”
하고 고쳐 주셨을 것이다.
‘문전석로’의 ‘문’을 뻗은 뒤로 계속 박자가 늘어지기 시작한다.
“박자 늘어져요!”
손 박자로 늘어진 박자를 일으켜 세워주려고 하셨을 것이다.
"로호오오오오오오오오구후우우우우우우우나아아하아아"를 고쳐불러주신 이유도 짐작해본다. 떠는 깊이(오르락 내리락 하는 구간의 음의 차이)가 얕아서, 그리고 소리를 앞으로 보내지 않고 안으로 먹어서, 두 가지 이유일 것 같다.
깊이 뿐 아니라 위처럼 떠는 부분들의 속도가 늘어진다. 아마도,
“떠는 거 빨리 하세요!”
라고도 하셨을 것이다.
수심가 2절을 시작했는데도 1절에서 느려진 박자가 회복이 되질 않고 있다.
'옥창앵도'가 되게 불러야하거늘 내 노래는 '옥창앵도'로 들린다. 평소대로라면,
“옥창앵도가 다 붉었구나!”
라고 고쳐 불러주셨을 것이다.
'옥’을 어떻게든 강하게 부르려고 하다보니 ‘옥’만큼이나 ‘창’도 강하게 소리가 나왔다. ‘옥’에 악센트를 주려하기보다 하던 힘의 크기대로 하되 ‘창’의 힘을 조금 빼는 것이 더 나을 듯하다. 이 쉬운 방법을 왜 그동안은 생각 못했지?
전에 스트로크 주법을 배울 때 기타 선생님이 한 말도 떠올랐다.
‘초보자들이 스트로크를 하면 마디 전체를 다 세게 쳐서 강약이 잘 안 느껴지는데, 강박을 세게 치려하기보다는 약박의 힘을 빼는 것도 방법이다.’ 라고…
선생님의 말씀이 비워진 자리에는 어떻게 하면 선생님의 노래를 흉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나의 생각이 채워져야 할 것 같다.
'노래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순셋 -장구가 내게 온 사연 - (2) | 2019.02.12 |
---|---|
예순둘 - 점점 느리게ㅜㅜ - (0) | 2019.01.25 |
예순 - 들리는 대로 - (4) | 2019.01.09 |
쉰아홉 - 오래된 습관 - (0) | 2019.01.07 |
쉰여덟 - "노래가, 별로 안 무서우신 거죠?" - (3) | 2018.12.22 |
- Total
- Today
- Yesterday
- 한의원에서 일하기
- 사서
- 도서관
- 일기
- 한의원
- 아카바 유지
- 초한가
- 주부학교
- 서도민요
- 학습지
- 엄마
- 아저씨의 꿈
- 필사
- 구몬쌤
- 노래
- 수심가
- 가객
- 댓글
- 그림
- 82년생 김지영
- 알바
- 입문코디교육
- 냉이주먹밥
- 한의원에서 알하기
- 도스토예프스키
- 독서모임
- 0초사고
- 보르헤스
- 구몬영어
- GC클럽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