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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둘.m4a

점점 느리게 가고 있는 엮음수심가

2019. 1. 16

 

시김새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선율을 이루는 골격음의 앞이나 뒤에서 그 음을 꾸며주는 임무를 띤 장식음. 또는 음길이(時價)가 짧은 잔가락을 뜻하는 용어(다음 백과사전)라고 나와 있다.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시김새가 주는 느낌은 기타의 트레몰로 주법과 비슷한 것 같다. 클래식기타 연주곡인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들어보면 기타의 한 줄 한 줄이 끊임없이 우는 것처럼 들리는데, 나는 서도민요의 시김새를 들으면서 비슷한 느낌을 받곤 한다.

 

대입학력고사가 끝난 겨울, ‘유리동물원이라는 연극을 보게 되었다. 당시 중학생이던 동생이 연극 티켓을 주어서 보게 되었는데, 중학생이 무슨 돈으로 연극 티켓을 샀는지, 아니면 초대권이었는지 등은 기억에 없지만, 극장이 아주 작고 어두컴컴했다는 것, 관객이 많지 않았다는 것,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 맞춰 남녀 주인공이 느릿느릿 춤을 추는 장면에서는 여주인공이 입고 있는 드레스가 너무 낡아 보여서 극단에 돈이 없나 보다.’ 하는 생각을 했던 것 등이 기억이 난다.

연극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데도 검색을 해서 굳이 알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 건 내게 '유리동물원'은 슬픔으로 마구 칠해진 듯한 연극이었고, 그런 느낌을 받은 건 순전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때문이었으며, 왠지 그 느낌을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기타를 배우고 나서야 트레몰로 주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트레몰로 주법이 아니면 그런 슬픔을 표현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다른 주법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그런 소리

 

맨 처음 선생님이 수심가를 불러주셨을 때 내가 악기 소리 같아요.”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자잘하고 가지런하게, 또 여러 번 떠는 그 소리(그땐 시김새가 뭔지 몰랐다)들이 생소했지만 경이로웠다. 사람의 목소리로는 낼 수 없을 것 같은 소리였다.

 

엮음수심가를 들으시더니 말씀하신다.

 

송백수양 푸른 가지~ 하면서 늘어지고,

녹의홍상~ 하면서 또 늘어지고,

마지막 우리나 벗님은~까지 가면 점점 더 느려지는 노래로…ㅋㅋ

 

박자를 겨우 지켜 부르면 시김새를 빠뜨리고, 시김새를 챙겨부르고 나면 박자 안에 부르지를 못한다. 18개월째 배우고 있는 노래의 박자를 못 맞추고 있다고 쓰자니 내가 너무 한심해 보이는데, 선생님이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도 나와 같은 고충을 겪는다고 말씀해 주셔서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시김새는 정말 어렵고 또 어렵다. 고르게, 빠르게, 자잘하게, 정해진 박자 안에 소리를 집어넣어야 한다. 시김새가 들어가면 3음절이 10개 음절이 되고, 6음절이 18음절이 되기도 한다.  

 

필라테스 강사는 코어에 힘을 주되 다른 곳의 불필요한 힘은 다 빼라고 얘기한다.

기타 선생님은 빨리치고 싶으면 손목에 힘을 빼라고 했다.

분야는 다르지만 힘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배에 힘을 주고 배를 바깥으로 밀어내는 힘으로 소리를 내고 있지만 배를 제외한 다른 부분의 힘은 다 빼야, 언젠가 말씀하신 '입술의 힘까지도 그대로여야' 하는...

 

시김새, 박자, 그리고 힘의 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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