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24 여린 잎들이 왕벚나무 몸통을 뚫고 나오고 있다. 몸통을 타고 올라가 줄기를 만날 때까지 기다리기엔 너무 열정적이거나, 삐딱하거나, 내 친구의 말처럼 사춘기이거나 ? 7시에 일어나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집안을 정리하고, 아이가 두고 간 교과서를 발견, 학교 보안관실에 맡기고, 저녁에 먹을 용기면, 딸기, 업진살 한 팩을 사서 집으로! 청소를 하고 이디아 커피를 마신 뒤 세탁기를 돌려놓고 강아지랑 산책을 하다 다시 집으로! 강아지 옷 세 장을 손으로 조물조물 빨고 간식을 숨겨놓은 신문지뭉치를 던져주고, 점심을 먹고 나서 하루 일기를 쓰는 중이다. 지금 시각 1시 48분! 지금부터 하교 전 4시까지 노래연습, 지난 주 노래일기 구상, 아이랑 같이 풀 ‘연립방정식’을 공부해야 한다. 아이가 돌..
20180423 외출하면서 아파트 단지 안 통행로를 보니 블록의 무늬가 바뀌어 있다. 새로 공사를 한 것은 아니다. 벚꽃이 진 뒤 남아있던 꽃술들이 떨어져서 계단에 무늬처럼 박혀 있다. 삼전동 근처를 지날 때는 은행나무 꽃들이 수북히 떨어져 블록이 온통 연두색이었다. 많이 떨어진 곳은 비로 쓸어 담는 모습도 보였다. 얼마 전까지 꽃의 일부였지만 더 이상 꽃이 아닌 꽃술, 꽃이지만 꽃인 줄 잘 모르는 은행나무 꽃… 땅을 보고 걸으면서 생각해 본다. 봄을 이뤄낸 이들의 공에 대해서 …
20180422 오늘은 시댁 못자리 하는 날이다. 매년 온가족이 가서 도왔었지만 아이는 시험당사자라서, 나는 공부도우미라서, 강아지는 일꾼이 아니라서 못가고, 남편 혼자 못자리를 도우러 갔다. 며칠 근육통을 달고 살더라도 차라리 못자리 일을 돕고, 새참을 내가고, 마당으로 부엌으로 뛰어다니는 게 공부보다 훨씬 수월하다는 걸 어머니는 아실까? 혼자만 가서 입나온 남편은 최근 한 달, 아니 아이의 학사일정에 맞춰 일상을 살아가는 나의 고충을 알까? 전에는 몰라주는 게 서운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몰라주는 게, 모르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창밖으로 빗소리가 들린다. 며칠째 쌓인 미세먼지도, 6월의 오후 같던 어제의 더위도, 얼룩진 내 마음도 이 비에 다 씻겨가기를…
20180421 다음 주 목금이 아이의 중간고사다. 몇 주 전부터 틈틈이 시험과목을 봐주고 있다. 역사책을 펴놓고 어제 하다 만 ‘삼국의 발전과 가야’를 같이 공부한다. 아이가 소리 내어 읽고, 중간 중간 내가 설명해주고, 다시 아이가 요약해서 말해 보거나 밑줄을 긋고, 지도를 찾아 보고… 그렇게 하다 보니 2시간 19분이 걸렸다. 그리고 테스트 한바닥 하는 데 40분, 오늘은 2시간 59분 동안 역사 공부를 했다.(스톱워치를 켜 놓고 공부의 총량을 체크한다) 진짜 중2들한테 욕먹을 소리이지만 다시 해보니 공부가 참 재밌다. 뭐가 중요한지, 어떻게 외워야 하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 고등학교 땐 국사, 세계사가 정말 싫었는데… 해야 할 때는 하질 않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는데 안 해도 되는 지금 ..
20180419 저녁 7시 35분, 길 건너 슈퍼에 가는 길에 알게 되었다. 오늘 저녁 달이 참 예쁘다는 걸… 달을 향해 핸드폰 카메라를 갖다대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앞으로 내게 오는 하루하루에 이름을 붙여주면 어떨까?' 그냥 2018년 4월 19일만으로는 아쉽다. 오늘뿐 아니라 모든 하루하루가… 오늘의 이름은 '초승달이 예쁜 날'이다. 그냥 냉장고 속의 야채들을 모아서 볶음밥을 해 먹었더라면, 그래서 굳이 슈퍼에 가지 않았더라면 초승달도 못 보았을 테고, 하루하루에 이름을 붙일 생각을 안 했을 수도 있다. 무엇을 먹느냐가 나의 생각을 결정하기도 하는구나 ^^ 그 날이 그 날 같던 평범한 하루하루에게 이름을 붙일 생각을 하게 만든 ‘2018년 4월 19일 저녁 7시 35분의 초승달’에게 깊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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