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24 이외수 작가의 ‘글쓰기의 공중부양’을 읽고 있다. 글을 쓰기 위해서 작가가 해 온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인 ‘단어채집’을 따라 해보기로 하고, 시간 날 때 마다 -사실은 시간을 내서 해야 하는 일이지만- 기록을 하고 있다. 이외수 작가가 써놓은 예를 옮겨 보면, 머리. 대가리. 대갈통. 대갈빡. 골. 뇌. 대뇌. 소뇌. 작은골. 큰골… 머리카락. 모발. 모근. 비듬. 머릿기름. 머릿니. 서캐 …대머리. 생머리. 고수머리. 귀밑머리…관자놀이. 뒤통수. 뒤꼭지… 이마. 마빡. 박치기… 머리에 속한 관계어 - 모자. 왕관. 가체. 가발. 어여머리…참빗. 꼬리빗. 얼레빗… 샴푸. 린스. 트리트먼트…미용실. 이발소. 바리깡. 미용사. 이발사…퍼머. 염색. 스크래치. 헤어드라이어… 내..
20180523 노래일기에 처음으로 댓글이 달렸다. 블로그 시작한 지 5개월 만이다. 열다섯 번째 일기에 친구가 격려차원에서 달아준 댓글을 빼면 처음 있는 일이다. 한 분이 7, 8, 22번째 일기에 각각 1개씩 댓글을 써 주셨다. 방문자 수는 조금씩 느는데 댓글도 공감도 거의 없어서 ‘내 글이 별로 공감을 얻지 못 하는구나’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내가 다른 사람의 블로그에 들어가 말없이 읽고 나오듯이,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구나 싶었다. 그 또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첫 댓글은 반갑다. 특히 노래일기를 ‘열독’하신다는 표현에는 책임감까지 느껴졌다. 댓글이 수십 개 씩 달리는 분들도 처음에는 이런 기분이었을까?
20180522 휴일엔 종일 같이 있다 보니 아이를 빼고 나의 하루를 설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아이의 일과와 내 일과가 거의 겹친다. 그러다보니 일기에서 아이의 사생활이 드러나는 일이 많아졌다. 아이가 원치 않는 일이나 표현이 있을 수 있어서 미리 보여주고 동의를 구하거나 허락을 받는 편이다. 지금으로선 아이와 나의 생활이 분리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랄 뿐… 내 주변에서는 나와 같은 엄마를 거의 보지 못했다. ‘나와 같은 엄마’란 과외와 학원이 있는데도 숙제와 공부를 따로 ‘챙겨주는 엄마'를 말한다. 오늘 내게 자유시간이라곤 일기 쓰는 시간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생활을 그만 둘 수 없는 이유는 현재까지 해 본 공부 방법 중 가장 나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가장 낫다’는..
20180521 나는 지금 버스를 타고 어딘가로 가고 있다. 바로 앞 장면은 집 앞 도서관이었고, 그곳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얘기를 하고 있었다. 벽에는 포스터 같은 게 붙어 있다.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중에 아마도 ‘영화촬영장 체험하기’가 있었고, 내가 그것을 신청하게 되어 이 버스에 탄 것 같다.) 배우들끼리 얘기하는 소리도 들린다. 나 같은 일반인 중 한 사람이 “저는 농활을 신청했어요.” 하고 말을 걸어왔다. “(구경만이 아니라) 아, 그런 것도 할 수 있어요?” 대답을 하면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버스가 잠시 멈추자, 정류장 표지판이 보였다. 한눈에 알아보기 힘든 내용이 표지판에 가득 적혀 있다. 그런데 노선표가 아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내가 할 일을 적어둘 때 쓰는 노란색 네모난 포스..
20180520 먼저, 풀어야할 수학문제의 분량을 확인한다. 아이 얼굴에 그늘이 진다. 짜증 섞인 한숨도 나온다. ‘부등식의 해와 그 성질’에 대한 문제 10페이지가 이번 주 과외숙제다. 일주일 숙제로 많은 편은 아니지만 한꺼번에 하자면 ‘힘들다’ 할 수도 있는 분량이다. 내가 내 준 숙제도 아니건만 아이의 원망, 짜증, 푸념은 늘 나의 몫이다.('하기 싫다'가 아니라 '힘듦을 알아달라'는 응석이다) 그러면서도 ‘안 해.’라는 말은 절대 안 한다. 하기는 하는데 ‘하나도 급하지 않아.’ 하는 느낌을 일단 내게 전달한다. 잘 모르는 문제를 푸는데 휘파람을 불고 앉아있다. 등을 의자 등받이에 기대고 느긋하게 있기도 한다. 발을 까딱까딱 하거나 등, 머리, 발 등을 긁적긁적 하면서 부산스러운 분위기를 만든다...
20180519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평양냉면이 궁금했다. 맛보다는 그 날 이후 평양냉면이 갖게 된 상징성 때문이다. 지금까지 냉면이라고는 함흥냉면만, 그마저도 냉면을 좋아하지 않는 가족들과 살다보니 일년에 한두 번 먹는 게 전부였다. 외출 중이던 곳에서 가까운 평양냉면집을 검색해 보니 두 군데가 뜬다. W와 P. W냉면집은 오후 3시~5시 사이가 휴식시간이라 먹을 수가 없었고. P냉면집으로 갔다. 점심때가 지나서인지 손님은 없었고, 직원으로 보이는 남자 넷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메뉴를 살펴보니 1/2 메뉴들이 눈에 들어온다. 양이 적은 사람들이나 여러 가지를 골고루 시켜먹을 때 좋을 것 같다. 셋이서 평양냉면 2인분, 녹두지짐과 제육을 각각 1/2씩 주문했다. 먼저 제육이 나왔다. 연분홍색..
20180518 오늘 내가 할 일은 「오전 10시 필라테스, 1시 반 '영어로 대학가기 무료특강' 듣기, 그리고 5시 서도민요 수업」이다. 필라테스는 1년 전부터 그 시간에 해왔고, 서도민요 수업은 금요일 1시 반에 주로 했었지만 오늘은 무료특강 때문에 5시로 늦춰 놓았다. 요즘 등산도 수영도 끊다시피 한 채 겨우 필라테스 하나로 버티면서 살고 있는데 오늘은 그마저도 하지 못했다. 8시 20분에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그대로 누웠다. 그리고 잠들었다. 눈을 뜨니 12시… 낮잠이라는 걸 모르고 살아왔는데 최근 몇 개월 사이 체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그래도 특강은 갈 수 있어서 다행이야.’ ‘1시반 특강'으로 저장된 알람을 확인하고는 분당선을 탔다. 무료특강을 발견한 밴드에 들어가서 다시 일정을 확인해..
20180517 초등학교 5학년 때 ○○○방송국에서 하는 어린이 노래자랑 프로그램에 나간 적이 있다. 지금도 초등학교 때 친구들 중에는 그 날 내 표정이 어땠는지, 무슨 옷을 입고 있었는지, -또다른 친구는 내가 울었다는 얘기도 하는데 정말이지 기억에 없다^^ - 방청석에는 누가 앉아있었는지를 기억해내는 놀라운 친구들이 있다. 그 중 한 친구의 증언에 의하면, ‘동요프로그램 예선을 보러가는 친구를 응원하러 같은 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정작 그 친구는 떨어지고 내가 예선을 통과했고, 방송에 출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때의 일기장을 찾아봐도 ‘친구들하고 같이 ○○○방송국에 갔다’ 정도로만 되어 있어서 방송국에 찾아간 계기는 친구들의 기억을 따르고 있다. 혼자서 예선을 보겠다고 방송국까지 찾아갈 ..
20180516 ‘스토리 글판 공모전’ 공지가 떴다. 지난 번 응모에는 떨어졌다. 응모 글이 천개가 넘었던 것 같은데 뽑힌 한 사람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만약 내 글이 실린다면 광화문 글판, 시청앞 글판이 안 부러울 텐데… 오늘 들어가 보니 이미 1280개의 댓글이 달려 있다. 이번 글판의 주제는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이다. 공모와 상관없이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생각나는 대로 써보면, 1. 두 달 전보다 3kg은 쪄 보여. 운동 조금만 더 해봐(무조건 '보기 좋다'고 위로하는 친구에게) 2. 네 일기, 가끔은 재밌더라(‘네 일기, 에피소드가 재미없어’라고 말했던 친구에게) 3. 노래, 지난주보다 좋아지셨는데요?(서도민요 선생님께) 4. 엄마랑 공부하면 재밌어(두 달 남은 기말고사를 잘보고 싶어 ..
20180515 서울시 홈피에 올린 정책제안에 대해 담당자와 통화를 했다. “제 개인 블로그나 국악 관련 사이트 게시판에 올려도 될까요?” “가능합니다.” “그런데 ○○○님 본인 되시나요?” “네” “저희가 일자리 관련 부분은 대답해 드릴 수가 있는데요, “학교 앞’부분은 대답하지 않을 의무가 있거든요.” ‘대답하지 않을 의무’란 학교관할은 교육청이므로 서울시에서 해결하기 힘들고, 상대의 고유 업무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 없다, 해서도 안 된다는 의미로 들린다. 내 생각엔 이 제안이 괜찮다면 교육청직원과 시청직원이 일정기간 팀을 이루어서 일하면 될 것 같은데, 아직 채택된 것도 아니라서 말을 하지는 못했다. “그 두 가지를 같이 해결해 줄 수 있는 기관이 우리나라에 있나요?” “없습니다.” “그럼 이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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