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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수업 다섯.3gp

이옥봉이 궁금해져서 구입한 하응백님의 책, '몽혼' 표지

 

이옥봉의 시 '몽혼(夢魂)'

 

2017. 7. 20

 

처음 수심가 11글자를 배우던 날,

이 사람이 그리워하는 대상이 꼭 남자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간절히 원하는 무엇일 수도 있고, 그 대상이 무엇이든 나만의 간절함을 담아 부르시면 됩니다.” 그리고 조선시대의 시인 '이옥봉'의 시라고 덧붙이셨는데, 내겐 좀 생소한 이름이었다.

교과서에서 들어본 여자 시인이라면 황진이, 이매창, 신사임당, 허난설헌, 그 외에 작자미상이라는 묶음 속에 더 있을지도 모르는 누군가 정도?

한자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노래 한 줄을 듣는데 선율의 느낌만으로 슬픔이 느껴졌다. 노래에서 전해지는 슬픔이 거대해서 내가 슬프다 해도 감히 울 수 없을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세상에는 이런 노래가 다 있구나.’ 조용조용 속삭이는 듯한데 매우 호소력 짙다. 이 노래를 잘 하려면, 내 안에 슬픔이 얼마나 더 쌓여야 하는 걸까 생각했을 정도였다.

태어나서 처음 들어 본 수심가, 듣자마자 슬픔으로 사람을 압도하는 노래엔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는 걸까? 조용히, 눈물없이, 말하듯이 운다고 해야 하나? 이옥봉의 간절함은 무엇이었을까?

 

하응백 님이 쓴 이옥봉의 몽혼(夢魂)’이라는 책을 보면 수심가의 가사가 되어준 몽혼을 포함, 이옥봉의 다른 시들 33편이 실려있다.

이 책에 소개된 이옥봉에 대한 역사를 추려본다면 이옥봉(李玉峰)은 옥천군수를 지낸 이봉(李逢)의 소실의 딸로, 이봉은 조원(趙瑗)이라는 사람에게 딸을 소실로 받아줄 것을 부탁하였다. ‘시를 쓰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조원과 혼인을 성사시키지만, 억울한 사람의 누명을 풀어주고자 이옥봉은 혼인 당시의 약속을 깨뜨리고 시를 쓰게 되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조원과 평생 헤어져 살게 된다...

 

40세 정도까지 살았다고 나와 있는데 이 중 조원과는 10년 정도를 같이 살았다고 한다. 스무 살 정도에 결혼을 했다고 가정해 보면, ‘평생의 두 사랑과 사이좋게 10년씩 나누어 산 것 같다. 아니, 남편과 살 땐 시를 그리워하고, 시와 살 땐 남편을 그리워했으니 이 둘과는 따로 또 같이 산 것 같으려나? 평생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그리워한 사람의 가슴에서 나온 시 몽혼의 일부로 지어진 수심가의 1절 가사는 아래와 같다.

 

약사몽혼(若使夢魂)으로 행유적(行有跡)이면 문전석로(門前石路)가 반성사(半成砂)로구나

생각을 하니 님의 화용(花容)이 그리워 나 어이 할까요

 

이 글을 읽다가 혹시 수심가? 어디 한번 들어볼까?’ 생각이 든다면, 지금 바로 유튜브를 열기보다는 잠시라도 위의 가사를 소리 내어 읽고, 의미를 생각해 보고, 숨어있을 선율을 떠올려보았으면 한다. 400여 년 전 이옥봉의 마음을 떠올려 보면서~ 여기에 다른 누군가의 슬픔도 더해지고, 여러 사람이 부르면서 서서히 노래가 되고, 평양기생도 부르게 되고, 내 선생님의 선생님도 부르고, 지금 나의 선생님을 통해 나에게까지 오는 그 기나긴 여정을 각자의 감성과 상상으로 한 번쯤 그려보다가 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

글자와 글자 사이의 숨은 소리들을, 한숨들을, 소리였다가 흐느낌이 되는 그 감정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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