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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수업 셋.3gp

초등학교 1,2,3,학년 국어교과서 안에는 '우리말 꾸러미'가 따로 있고,

1-1의 '듣기, 말하기' 의 경우 모음을 발음하는 방법이 입모양 사진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2010년도 3월 발행)

 

 

2017. 7. 3

 

해주 아리랑, 해볼게요

전해지고 있는 수십 가지의 아리랑 중 해주아리랑이란 것도 있구나 정도는 알고 있었고, 배워 본 적은 없지만 들어 본 적은 있으니 가락이야 금세 익힐 수 있겠지 생각했다.

 

선생님이 먼저

아리아리 얼쑤 아라리요~” 선창을 하시고,

내가

아리아리 얼쑤 아라리요~” 따라 했다.

나는 분명 선생님 노래 그대로 따라 한다고 했는데 아니어도 너무 아니었던 모양이다. 예상보다 가혹한 지적이 쏟아졌다. “움직임은 그대로 가되 입술을 너무 쫙쫙 찢으려고 하지 마세요내가 그렇게 입을 크게 벌렸나? 입도 별로 큰 편도 아닌데...

(하지만 녹음 내용을 나중에 들어보면 나는 정말로 입을 쫙쫙 찢고 있었다^^) 음의 길이나 고저나 박자가 틀린 것을 논할 상황도 아니고 그 모든 것에 앞서는, 입모양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니, 지금까지 가요나 동요나 그 모든 노래들을 도대체 어떻게 불렀던 거야?

지금 하는 개인 레슨과 2년간 취미반인 문화센터에서 했던 수업은 구성원들의 기대와 목적 자체가 다르기에 비교할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듣고 열심히 따라 하는 것으로 잘한다는 소리도 조금은 들었던 터라, 이번에도 열심히 연습하면 되겠지 생각한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이 상태로 연습을 어찌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기초가 안 되어 있는 것이다. ~ 어렵다. 진짜. 나는 지금 혼자 배우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이 민요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어떤 문제로 고민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처럼 입모양까진 아닐 거야.

 

선생님이 다시

아리랑 고개는 웬 고갠가하시고,

나는

아리랑 고개는 웬고갠가를 따라 했다.

고갠가까지 가지도 못하고 이번엔 아리에서 걸렸다.

리 하면서 소리가 내려와요. 나 보세요. 이 똑같잖아요. 근데 선생님(:)은 자꾸 내려가요.”

에서 로 옮겨오는데 소리가 내려온다고 한다. 소리를 올리거나 내리는 재주가 내게는 없다.(그런데 신기하게도 6개월이 지난 지금 다시 들어보면 내 소리가 입 안에서 목구멍 언저리로 내려와서 걸쳐있는 것이 느껴진다ㅋㅋ)

심지어 나의 아리아리이 혀를 지나치게 말아서 영어의 ‘R'발음처럼 들린다고도 하셨다. 영어 할 때 ‘R‘ 발음도 제대로 못하는데ㅠㅠ

 

말할 땐 그렇지 않은데 나의 발음하는 방법이 부자연스럽고 민요 같지 않다고 말씀하셨다.

민요 할 때만 그런 거라면 잘하려는 마음이 나의 노래를 더 무겁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음악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다시 전공할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잘해보고 싶어서 무모하게, 백두산 한번 안 가본 내가 서도민요를 그것도 개인 레슨으로 하고 있으니 수업 한번 한 번이 얼마나 비장하게 느껴졌을까?

인생의 3분의 2를 서도민요와 함께 한 선생님과 겨우 3시간 서도민요를 배운 내가 만난 지 세 번쨋날, 나는 생각을 바꿔보기로 했다. 잘하려고 하지 말자, 지금 내가 잘할 수도 없지만 잘 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 ? 발성에 대해 배워 본 적도 없고 서도민요도 처음이니까.

당분간 기초를 잡아주시려는 가혹한 지적들이 계속되겠지만 뒤집어보면 이런 것들이 내가 개인 레슨을 원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마음들을 내려놓을 때 입술의 긴장도 어깨의 힘도 빠질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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