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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수업 여섯.3gp

 

'전설의 고향'의 한장면처럼 눈보라가 치는 북한산

 

 

2017. 7. 26

내가 어려서 보던 드라마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아시려나?전설의 고향이라고. 귀신이 자주 나와서 이불속에 숨어서 겨우 볼 수 있었던 납량특집 드라마의 대명사. 종영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덜 무섭게 느껴졌을 땐, ‘우리나라의 귀신이라는 귀신은 이제 다 나온 거야? 이제 귀신이 나와도 하나도 안 무섭네.’ 그래서 서운한 생각이 들었었는데, 지나고 생각해보니 더 이상 귀신 얘기에 이불속으로 숨지 않아도 될 만큼 내가 커버렸었다는 건 한참이 지나고서야 깨달았었다.

어느 회엔 가에 소리를 하는 여주인공의 이야기가 나왔다. 그게 판소리인지 민요인지 아니면 다른 무슨 장르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 회의 귀신은 기억이 없고 소리를 못해서 그 여자 주인공이 혼쭐이 나는 장면만 기억에 남아있다. 스승이 먼저 호탕하게 만고강산 유람할제를 하면, 어마어마하게 작게 기어가는 목소리로 여주인공이 만고강산 유람할 제를 따라 했다.

소리가 작다고, 아니면 그게 아니라고, 별다른 설명도 없이 북채만 두들기며 호통을 치는 스승의 모습이 어려선 못마땅했었고, 여주인공이 몹시 안쓰러웠었다. ‘저 아저씨(스승 역할)는 아주 혼나야 해, ' 생각하면서

 

지난주 다섯 번째 수업부터 초한가를 배우기 시작했다. 오늘이 두 번째 수업이지만 내용은 아직 잘 모른다. , 중국의 역사엔 초나라도 있고 한나라도 있었지, 땅도 넓고 나라 이름도 엄청 자주 바뀌었으니까 정도...?

 

첫 수업을 듣고 얼마 안 되었을 때 전국 서도민요 경창대회가 무형문화재 전수회관(서울 강남구 소재)에서 있었는데, 그 때 공부도 할 겸 객석에 앉아 아침부터 오후 심사결과까지 지켜보고 왔던 적이 있었다. 너무 피곤해서 졸기도 했고, 나처럼 조는 누군가를 보다 내가 다시 깨어나기도 하면서. 그때 전공자들은 물론 나 같은 아마추어 참가자들이 많이 불렀던 노래가 초한가인 걸로 보아, 수심가와 함께 서도민요를 하는 사람들의 기본이 되는 노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도 많이 들어본 노래를 배우니 수심가 때처럼 걱정스럽지는 않았다.

 

, 우선 한번 해보죠

! (예비박 소리) 소리가 들린 뒤,

내가 만고영웅 호걸들아까지 불렀다.

선생님이 아니고 만~’

내가 만고영웅

선생님이 만~고영웅

내가 다시 만고영웅

선생님이 노래 대신 이번엔 말씀을 해 주신다. “만이 너무 짧아요. ‘마안고영웅

나도 이제서야 마안고영웅’(계속 틀리도록 얘기도 안 해주고ㅜㅜ)

 

이번엔 호걸들아~’만 따로 불러주신다.(어딘가 틀렸구나)

좀 전 선생님의 소리를 떠올려본 뒤 호걸들아를 다시 부른다.

호걸들아~’를 한 번 더 강조해 주신다.(어디가 틀린 건지 나는 아직 못 찾았다)

내가 앞의 것과 다를 게 없는 호걸들아를 소심하게 불러본다.

“‘들아가 빨라요. ‘들아! 호걸들아~ ”

지금 내 귀의 역량으로는 선생님의 들아와 나의 들아의 길이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못 찾아낸다. 그래도 최대한 여유있게 들아를 해 보았다.

그리고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높고 낮고 길고 짧고를 일일이 설명할 수는 없어요, 안 될 때는 설명을 할 거지만, 소리는 듣고 따라하는 게 먼저예요.

 

지금 생각해보니, 원하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 별다른 설명도 없이 북채만 두들겨대던 전설의 고향 속 아저씨는 멋진 스승이었다. 일일은 설명하기보다는 듣고 따라 하는 것이 먼저임을 그도 알고 있었던 듯하다. 그 자신이 이미 만고강산을 유람하는 사람이 되어 노래하고 있을 뿐, 알아차리는 것은 배우는 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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