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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수업 일곱.3gp

1시간 반 정도 걸으면 양재시민의 숲까지, 반대방향으로 가면 분당까지 이어지는 탄천의 산책로. 

경기민요를 처음 배우던 문화센터와 가까워서 초반에 가끔 갔던 곳.

 

 

2017. 7.31

 

화장실(‘반복되는 일상의 행위노래 부르기를 하나의 패턴으로 만들면 연습량이 늘지 않을까 해서 궁리해 본 것인데, 노래에 집중하다 보면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솜이불 안(잠시 시도해 보았지만 왠지 이불속의 먼지들을 다 들이마실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붙박이장 안(답답한 데다가 공간이 좁아서 바로 나오고 싶어졌다), 집 안(가장 편안한 곳이지만 혹시나 위 아랫집에 내 소리가 들릴까 봐 여름에도 문을 꼭꼭 닫게 된다), 주차되어 있거나 달리는 차 안(달리는 차는 소음에 대한 걱정은 안 하게 되는데 안전이 염려되어서 온전히 집중하기는 어렵다. 반면, 주차된 차는 안전하긴 한데 크게 부를 경우 차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온다고주차장을 지나가다가 노랫소리가 나서 나를 발견한 가족들의 증언이다.), 등산하는 사람들로부터 적당히 떨어져 있지만 너무 한적하지는 않은 산 중턱 너른 바위(연습하긴 좋았지만 갑자기 누군가가 나타날까 봐 늘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또 까마귀들이 노랫소리를 듣고 약간 흥분한 듯이 낮게 날아다녀서 무서웠다. 실제로 몇몇 어르신들은 혼자 있는 내게 이런저런 접촉을 시도하였고, 그런 날은 아예 연습을 못한 적도 있다. 한동안 서울 시내 이 산 저 산을 다니면서 노래하기 안전한 바위를 찾아다녔는데, 혼자인 이상 안전한 곳은 없다는 게 결론. 친구를 바꿔가며 일행을 만들어 보았지만 노래에 관심이 없는 친구와 꾸준히 가기는 어렵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노래 연습을 같이 할 친구가 있거나, 내가 노래를 할 때 다른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다. 좀 시끄럽지만 잠을 잔다든지, 책을 본다든지, 명상을 한다든지 ^^), 대낮의 노래방(편안히 부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하필 내가 간 날 다른 방에 손님이 전혀 없는 듯했다. 이 넓은 노래방에 나와 카운터의 남자 주인만 있다는 생각에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정작 주인아저씨는 아무 생각 없었겠지만 30분을 남겨둔 채 무서워서 그냥 나왔다), 이용객이 없는 시간을 골라 찾아간 우리 아파트 탁구장(원래 탁구장 용도가 아닌 공간에 탁구 테이블을 둔 곳으로, 혼자 있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노래를 하면 소리가 울려서 귀의 피로도가 좀 심하다), 청계천이나 탄천 등 안전한 산책로(귀에 이어폰을 꽂고 들으면서 너무 크지 않게 따라 부르는 정도는 가능하지만, 하루살이가 자주 출몰하는 철엔 나도 모르게 흡입하는 일이 생긴다. 청계천이나 탄천이 범람하지는 않을 정도로 비가 많이 오는 날엔 목소리 키우는 연습을 하기에 좋다. 빗소리에 묻혀서 내 소리가 잘 안 들리기 때문에 더 크게 부르게 되는 장점이 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으로 보는 것쯤은 감수해야 한다. ‘쯧쯧, 미쳤나 봐하는 표정으로 보는 분들도 있었고, ‘어머, 노래 연습하나 봐하면서 자기들끼리 수군대는 소리를 다 들으면서도 모르는 척해야 한다. 이미 지나갔던 아저씨 한 분이 다시 내 앞으로 되돌아왔을 땐 진짜 무서워서 신고하고 싶었다. 다행히도(?) 나를 뚫어져라 한번 쳐다보고 그냥 갔는데, 왜 다시 돌아와 나를 확인하고 갔는지는 굳이 알고 싶지 않다ㅜㅜ

지금까지 해 본 장소 중 안전하고 소음에 대한 걱정 없이 연습할 수 있는 곳이 하나 있긴 있었다. 아침에 운동하러 가는 구립문화센터의 노래 연습 교실이다. 이곳의 시간표를 확인한 뒤 빈 시간대에 몰래 들어가 연습을 하는 거였다. 완전 방음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소리도 작게 들려서 몇 번 이용했는데, 센터 직원이 강의가 없어도 빈 교실을 사용하시면 안 된다고 해서 계속할 수가 없었다.

 

이어폰만 꽂으면 수업내용을 듣는 것은 어디서든 가능한데 정작 맘 편히 부를 곳이 없다. 배에 힘도 주고 크게 불러보고 싶은데 집에서 연습을 하게 되면 이 정도면 들리려나? 아랫집에?, 더 크게 해도 되려나?’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노래를 해도 소심한 소리를 내게 된다.

그래서 현재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큰 소리는 위 아랫집에 들리지 않을 만큼만 큰 소리이다. 그냥 음악을 크게 틀어놓았다 생각하고 낮 시간에 잠깐만 크게 하는 건 괜찮겠지. 비용이 좀 들더라도 내가 수업할 때 이용하는 노량진의 연습실 같은 곳을 알아봐야 하나? 오늘도 나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전공 여부를 떠나 노래를 배우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연습을 하게 될 텐데 일상적이어야 할 이 연습의 공간은 전혀 일상적이지가 않은 것 같다. 다들 어떻게 연습을 하고 계시는지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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