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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2
거의 한 달 만에 수업을 하려 하니 첫 수업 때처럼 긴장이 되고 낯설다.
작정하고 쉬기로 한 것이 아닌데, 화요일마다 할 수 없는 일들이 자꾸 생겨났다. 하려다 미뤄지고 다시 미뤄지는 일이 반복될 때마다, 노래에 대한 내 마음도 같이 미뤄지는 것 같아서 몸은 편한데도 마음은 점점 불안해졌다.
다음은 노래 수업을 하지 못한 지난 한 달에 대한 요약이다.
10월 22일(화) : 선생님의 몸이 안 좋아서 미룸.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대학국악축제에 선생님이 출강하는 대학 두 곳이 모두 참가했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로 인한 몸살이 아니었을까 짐작함.
꺼내놓았던 장구를 다시 넣으면서, ‘연습도 안 했는데, 차라리 잘 됐다.’ 하고 안도함.
10월 29일(화) : 두 대학교 중 한 학교의 공연일과 내 수업이 겹침. 시간을 잠깐이라도 내보겠다고 하셨지만, 시간이 안 맞아서 결국 못 오심.
꺼내놓았던 장구를 다시 넣으면서, ‘이러면 연습을 더 안 하게 되는데…’ 하고 걱정함. 다음 주엔 꼭 수업을 하게 되길 바란다고 선생님과 카톡을 함. 심지어 오랫동안 연습하지 않아서 쌓인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자 연습도 쪼끔은 함.
11월 5일(화) : 기말고사 중인 아이가 나름 열공했던 과목에서 폭망 하는 사태 발생. 기운 없이 누워있는 아이를 보는 순간 노래 할 맘이 싹 사라짐.(이럴 땐 감정이입이 너무 괴로운 일이다.) 노래수업을 다시 미루고, 아이에게 맛있는 걸 해 먹인 뒤 다시 시험 준비 모드로 되돌려 놓음.
11월 12일(화) : 수심가 한 번, 초한가의 일부를 세 번 부르고 나니 수업은 끝이 금세 끝이 났다. 틀리던 데를 여전히 틀려가면서 노래를 부르고 나니 익숙해진 뿌듯함과 허기(노래가 끝나면 배가 고프다.^^), 피곤함이 몰려왔다.
이 느낌이 반갑다. 한 달의 긴 ‘방학’을 보내고 다행히 제 자리로 돌아온 듯해서……
노래 수업이 있던 다음 날 친구가 기사 하나를 보내 주었다. <한현우의 커튼콜>에> 소개된 가수 송창식에 대한 글이다.
「나에게 연습이란 스님들이 수련하고 좌선(坐禪)하는 거랑 똑같은 의미예요. 스님들이 나이 먹었다고 좌선 안 하나요. 나는 노래를 잘하기 위해서 연습하는 게 아니고 인생 내내 공부로 연습하는 거예요.」
「인천중 2학년 때 경기도 음악콩쿠르에 학교 대표로 나갔는데 1등 없는 2등을 했어요. 제일 잘했으면 1등을 주지 1등 없는 2등은 뭔가 했었죠. 그 뒤로 제물포고를 안 가고 서울예고 성악과로 진학했죠. 그런데 예고에 가보니까 내 노래는 노래가 아닌 거예요. 노래 부르는 패턴이 있더라고요. 왜 2등을 줬는지 금방 이해가 됐어요. 음악이라는 게 필기 공부처럼 하나의 공부구나, 평생 해야 하는 수련이구나 깨달은 거죠.」
「노래는 인생 자체예요. 이 우주에서 흐르는 모든 물리적 법칙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거라고요. 어떤 소리를 내든지 간에 그것만의 이치대로 딱 맞게 내야 돼요. 노래 부르는 도중에 막 흥분해도 한편으론 다른 내가 있어서 노래하는 나를 내려다보는 여력이 있어야 발전이 돼요. 그게 바로 명상이에요. 삼라만상에 들어가 있으면서 또 다른 내가 ‘아, 저렇게 삼라만상에 들어가 있구나.’ 할 때 그것이 명상이고 좌선이며 노래죠.」
“노래를 잘하기 위해서 연습하는 게 아니고 인생 내내 공부로 연습하는 거예요.”
이 말은 꼭 노래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자세로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가 공부이고 공부가 생활인 삶!
위의 말을 나는 이렇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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