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190615
매실의 씨를 발라내라고 말했더니 남자 1은 완전히 겁에 질린 표정으로,
"그걸 어떻게 다해? 뭐하러 많이 보내셔 가지고... 내년부턴 아예 보내시지 말라고 해."
며느리인 나는 따러가지도 않은 걸 보내주신 게 고맙기라도 한 마음인데, 친아들은 그냥 매실 씨를 발라내기가 엄청 싫은 것 같다. 혹은 자신은 이 일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전제하에 아마도 결국은 하게 될 나의 힘듦을 걱정하는 듯한 발언이다.
"계속 두면 독성이 생긴다잖아. 100일 지나서 건져내야 한다는데, 7,80%가 흠집 난 것들이니 칼 잡은 김에 씨도 같이 발라내자고."
"그냥 하지 마."
버릴 마음은 없었지만,
"그래? ... 그럼 딱 버리면 되겠다."
남자 2는,
"할머니는 왜 많이 보내셔 가지고...(엄마 힘들게)"
아이가 특별히 효자 여서도 아니고, 할머니를 싫어해서도 아니다. 기말고사 준비로 바쁜 자신에게는 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엄마에 대한 믿음에서 마음 놓고 엄마 우호적인 발언을 하고 있을 뿐이다.^^
아무것도 안 시키고, 힘든 티도 안 내고, 완성품만 보여줬다면 남자 1은 내심 흐믓해 했을 것이다. 남자 2는 아직 매실진액에 관심도 없으므로, 지나가다 보고 '엄마가 또 뭔가를 만들었구나.' 하고 말았을 것이다.
어머니의 아들이나 나의 아들이나 모두 자신의 입장에서만 매실을 바라보고 있다. ㅜㅜ
일기를 쓰던 도중 이변이 발생했다. 새벽 1시 축구를 보기 위해 일찌감치 잠자리에 든 남자 1이 갑자기 일어나서는 칼을 잡은 것이다. 그리고 매실 씨를 발라내기 시작했다. 11kg 중 어느 정도나 발라낼 지 일기를 쓰면서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 Total
- Today
- Yesterday
- 독서모임
- 보르헤스
- 알바
- 그림
- 도서관
- 도스토예프스키
- 구몬영어
- 구몬쌤
- 댓글
- 한의원
- 학습지
- 수심가
- 서도민요
- 엄마
- 한의원에서 일하기
- 초한가
- 82년생 김지영
- 입문코디교육
- 노래
- 사서
- 필사
- 0초사고
- 일기
- 주부학교
- GC클럽
- 한의원에서 알하기
- 냉이주먹밥
- 가객
- 아저씨의 꿈
- 아카바 유지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