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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8

-나의 A함소아 답사기-

코디쌤들이 일하는 책상 위엔 모니터, 카드단말기, 최소한의 필기구, 다음날 근무 때 다시 쓰기 위해 풀어놓은 그물망 머리핀, 그 외엔 아무 것도 없다.
실제 일을 하다보면 문구류와 인쇄물들이 쌓이기 마련인데, 아무 일도 안한 것처럼 말끔.
종이컵, 머그잔 하나도 없다.
업무와 상관없는 물품이나 개인 물건을 두지 않는 것은 환자와의 소통에 필요한 것들만 두겠다는 나름의 자세라고 내게는 보였다.

호흡기치료기 겉면에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스티커를 붙여놓았다.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하는 배려다. 치료시간이 끝날 때 알람이 울리긴 하지만, 아이의 부모가 멀리서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큼지막한 글씨로 '2분' 혹은 '3분' 이렇게 걸리는 시간을 써붙여 놓았다.
우리 분원도 같은 기기를 쓰고 있지만, 이런 세심한 디테일들로 인해 전혀 다른 기기인 듯한 느낌이 든다.

다목적 공간인 듯 보이는 방에 들어가 보았다. 월간 계획이 캘린더 양식에 하나하나 적혀있다.
내 일정표에도 있는 세미나 일정도 보인다. 주간/월간 MBO제출일, 손익보고 제출일, 직배수수료/카드수수료 확인 하는 날, 급여이체일, 아이들이 갖고 노는 인형들 세탁하는 날까지 적어놓았다. 잊지 않기 위해서, 정해진 기한 안에 하기 위해서는 나도 이렇게 정리해두면 좋을 것 같다.
그때그때 할 일과 한 일, 못한 일을 적어두긴 했지만 한 달 계획을 통째로 머리에 담아두지는 않았다. 월간MBO를 작성해본 적은 있지만, 이것 또한 익숙하지 않아서 실제 업무로 연결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약서랍에는 약봉투에 담긴 약들이 가지런히 담겨져있다. 역시 해 본 적이 있지만, 이또한 꾸준히 하지는 못했다. 10개, 15개, 21개 등 자주 나가는 수량 만큼 여러 개를 담아두는 건 나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이기도 하지만, 환자의 시간을 아껴주는 일일 것 같다. 이렇게 담아두다 보면 재고파악도 더 빨라지겠지? 이런 건 다른 직원들과 업무분장이 필요할 것 같다.

약 냉장고 문에는 들어있는 약들의 목록이 적혀있고, 비닐봉투에 유통기한이 적힌 약봉투들이 들어있다. 이렇게 정보를 공유하면 정리해둔 사람이 휴무이더라도, 갑자기 누군가 그만두더라도, 실수가 줄어들 것이다.

이런 모습이 최선이 아닌 평범한 일상이 되었을 때, 한의원이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겠구나~
나 뿐 아니라 여럿이 하나의 생각을 가지고 움직일 때 환자의 만족도도 커지겠구나~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알 것 같다. 하지만 내 앞에 놓인 작은 돌들은 더 잘 보이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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