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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3
에어로빅 반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는 자리였다. 한 회원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노래 한 곡을 하겠다고 말했다. 나와 2년간 경기민요를 같이 배웠던 회원이기도 하다.
'한평생 허덕이면서 남은 것이 그 무엇인가'로 시작하는 노랫가락을 부르기 시작했다. 갑자기 종장 가사를 잊으신 건지, 아니면 자연스럽게 나를 시키고 싶었던 것인지 불쑥 내게 가사를 물어본다.
기억이 안 나서 모르겠다고 했더니, 다시 처음부터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를 마친 어르신은,
"내가 했으니 ○○씨도 한 곡 해야지."
"전 안해요~^^"
내가 괜히 한 번 빼는 거라고 생각하거나 한번 더 말하면 할 거라고 생각했는지 다시 시킨다. 권하는 게 아니라 대놓고 시켰다.
"그래도 해. 이럴 때 한 곡 해야지."
나는 할 맘이 전혀 없었다. 누가 시킨다고 없던 맘이 생기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듣고 있는 다른 회원들은 이런 장기자랑을 원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분위기가 난감해졌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제가 하고 싶어지면 할게요."
어르신은 서운한 표정을 지었지만, 어쩔 수 없다.
자신이 먼저 부르면 내가 받아서 하는 그림을 생각했었나 보다. 챙겨주면 마지 못해라도 혹은 고마워서라도 노래를 할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부탁하지도, 윈하지도 않는데 갑자기 시키는 건 오지랖이다. 그리고 내 마음과는 별개로 나와 자신이 이렇게 즉흥적으로 시켜도 받아줄 만한 사이라고 혼자서 믿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다른 회원들 앞에서 드러내고 싶은 마음도 있는 것 같다. 어떻게 혼자서 그렇게 생각이 전개될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어르신은 다른 회원들, 에어로빅 강사에게도 노래며 춤 등을 시키기 시작했다.
이 분 또래의 회원, 어르신이 시키는데 거역할 수 없지 하는 회원, 그냥 하지 뭐 하는 회원도 있었고, 쓸 데 없이 나선다고 못마땅해 하거나 이 상황이 빨리 지나가기를 지루한 표정으로 견디는 사람도 있었다.
아~ 이런 오지랖!!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내가 좋은 마음에서 하는 것이니 남도 좋을 거라고, 또 며느리 같은, 딸 같은 사람들인데 해주겠지 라고 생각하는 건 혼자만의 착각이다.
'아! 나는 남도 나와 같은 생각일 거라고 내맘대로 넘겨짚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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