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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0
'야월선유가'는 세 사람이 처음으로 저녁을 함께 먹는 자리에서 나왔다.
나, 민요쌤, 그리고 한의사쌤이 그 셋이다.
나와 민요쌤은 민요를 배우는 사람과 가르치는 사람 사이다.
나와 한의사쌤은 환자와 한의사이자 독서모임의 친구인데, 오늘은 내게 민요쌤을 소개해 준 사람으로서 이 자리에 나왔다.
민요쌤과 한의사쌤은 나를 통해 친구가 되었고, 한의사쌤 환자의 지인이 마침 민요쌤의 친구이기도 해서 세 사람의 관계가 생겨날 수 있었다.
나란말 쓰기(수평어)를 실천하고 있는 한의사쌤은 민요쌤에게도 나란말을 제안했고, 민요쌤도 흔쾌히 동의했다. 셋의 나란말 대화가 시작되고 30분 쯤 지났을까, 한의사쌤은 세 사람을 위한 이름을 지었다.
민요쌤: 깜놀. 마침 까만 점퍼를 입고 있기도 했는데, 까마득한 심연에서 노래를 퍼올릴 것 같은, 그래서 세상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것만 같아서 지었다고 했다.
이런 이름을 만난 지 30분 만에 지을 수 있다니 깜놀이다.
솔초: 꽃놀. 노래를 발휘할 때가 됐는데 안 하고 있다는 민요쌤 얘기를 듣고는, 이제 노래를 꽃피워보라고 지어주었다.
예쁜 이름 안에 채찍을 품고 있다.
한의사쌤: 달놀. 마침 저기 창 밖에 달이 있으니 나는 달놀로 하겠다고 말했다.(더 자세한 설명이 있었는지는 기억 안 난다)
밤 8시쯤 식당으로 걸어오는 길에 본 상현달 즈음의 달이 떠올랐다. 좀 전에 '깜놀'이 된 민요쌤이 내게 말했다.
"다음 수업 때 야월선유가 가르쳐 드릴게요.^^"
재작년 8월, 내가 전주 가맥 축제에 다녀왔다고 했을 때에는 술타령을, 지난봄 '꽃을 봐도 슬프다'라고 세상 다 살아버린 사람처럼 있을 때엔 '공도라니 백발이요 면치 못할 것 주검이로다~'와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로 시작되는 창부타령을 알려주셨다.
나란말을 위한 이름을 짓다가, 창 밖의 달을 떠올리다가 오늘은 야월선유가를 배우게 되었다. '달놀'이라는 이름이 아니었다면 언젠가 배우게 되었을 노래! 제목도 처음인 이 노래가 이미 좋아졌다. 민요쌤은 어려울 거라고 하는데도 나는 기대가 된다. 위의 노래들처럼 노래가 온 이유, 그 순간이 특별하면 그 노래는 이미 내 것이 된 것 같다.
갖고 있는 민요집에 야월선유가가 없어서 민요집의 빈 공간에 불러주시는 가사를 받아 적었다.
- 야월선유가 -
일진풍월 돛을 달고
청풍명월 반취하여
월궁항아 벗을 삼고
십리청강 나려를 가자
에야데야 에헤야~
에~~야~~어~ 야~~
가사를 받아 적으면서 가사를 한글로 풀어본다.
<달도 뜨고 바람도 부네.(뱃놀이하러 가게) 돛을 달자.
시원한 바람에, 밝은 달에 반쯤 취하겠어.
달나라 선녀를 친구 삼아서
푸른 강물 위를 십리쯤 날아볼까?>
아주 어려운 한자들은 아니지만 한자의 뜻을 확인한 다음 다시 풀어 본다. 늘 이렇게 하지는 않는데, 달밤과 함께 찾아온 노래라 특별하다. ^^
日盡風月 돛을 달고
淸風明月 半醉하여
月宮姮娥 벗을 삼고
十里淸(靑)江 나려를 가자.
<하루가 저물었다. 바람도 좋고 달도 떴네. 이런 날 뱃놀이를 안 할 수 없지~~^
맑은 바람에, 밝은 달빛에 이미 반쯤은 취한 듯 해.
달나라 궁궐에 산다는 선녀를 꼬셔서
맑은(혹은 푸른) 강물 위를 십리쯤 날아보자고 할까.>
나는 이렇게 받아 적고 풀이하고 불러보니까 노래에 담긴 정서가 짐작되지만 노래를 듣기만 하는 사람에겐 어떨까?
우선 가사를 보면 '돛을 달고'는 들리지만, '월궁항아'는 잘 안 들릴 것 같다. '반취하여'도 눈으로 읽는 게 아니라면 뜻이 잘 전해지지는 않을 것 같다. 내 경우 일상에서 멀어진 단어들은 들어도 잘 들리지 않을 때가 많았다.
단어 뜻 하나하나 해석해서 노래를 듣지는 않는다 해도 이런 생소함이 노래를 멀게 느끼지 않나 생각한다.
아쉽다. 친해지기 위해 여러 겹의 노력이 필요하다.
'야윌선유가'가 지금 불렸다면 토마스 쿡의 '우리는 하늘을 날았다와' 같은 노래일 것 같다. 마르크 사갈의 '도시 위에서'도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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