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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일기

5분에 담긴 한오백년

솔초 2019. 10. 13. 20:32

대회:제25회 경기국악제 전국경연대회   장소:남한산성 아트홀 소극장

20191009

9월에 마음먹은 대로 했다면 나는 이 대회에 나갔어야 한다. 공휴일과 일요일에 열리면서 아이의 중간, 기말고사와 겹치지 않고, 서울 근처에서 열리는 대회로 미리 마음에 둔 대회이기 때문이다.

처음 대회 검색을 할 때까지만 해도 아직 한 달이나 남았으니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막상 날짜가 다가오니 나갈 수 없는 이유들이 쏟아진다.

지난 5월과 8월처럼 연습이 부족해도 대회는 나가야지 하는 마음조차 내지 못했다. 가진 에너지는 100인데 10가지 일에 나눠주던 것을 15가지 일에 나눠쓰게 된 것처럼 생활 전반이 영양실조 상태가 되었다.

민요 선생님이 꼭 나가라 하신 것도, 대회를 안 나간다고 뭐라 하실 것도 아니지만, 맘 먹은 일을 하지 못하니 아쉬웠다.

공부라도 하면서 아쉬움을 풀기 위해 대회장엔 가보기로 했다. 나가지 않는 대회에 가서 혼자 듣고 기록하는 일은 동료가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메꾸는 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일조량이 부족한 겨울에 비타민 D주사를 맞듯이 인위적으로학구열을 주입해 주는 것이다.^^

1시 정도에 도착하니 막 일반부 대회가 시작되고 있었다. 나중에 심사결과와 함께 볼 생각으로 참가번호(이름은 불러주지 않음), 옷차림, 성별, 노래 제목과 함께 나의 느낌을 적었다

기권한 참가자를 제외한 16명이 노래를 불렀는데, 어르신들이 많았고, 남자참가자들이 많았고, '한오백년'을 부르는 분들이 많았다.

'한오백년'을 부른 참가자들 중에서 한 분의 노래는 마음에 오래 남는다. 말하듯이 편안하게 노래를 시작하는 것도 놀라웠지만, '눈물이 난다.'라는 가사에서는 정말 눈물을 흘리듯이 노래를 부르셨다.

한오백년의 느낌을 살려 잘 부르는 사람은 유튜브에도 많지만, 이분은 살아온 삶을 담아 자신만의 한오백년을 부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심사결과를 듣지 못하고 돌아오긴 했지만 나는 그분이 수상권 안에 있을 거라고 일기를 쓰는 지금도 짐작하고 있다. 대회 일기를 미루다가 결국 쓰게 된 것도 이 분의 노래를 기억하기 위해서인데, 내 짐작과 달리 수상자 안에 없다 해도 한 사람의 청중에게 울림을 준 그분의 노래는 수상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참가번호는 6번이며 하안색 바지저고리에 파란색 조끼를 입으셨다. ~^^

"혹시 이 글을 나중에라도 보시게 된다면 성함이라도 남겨주세요. 진행자가 참가번호만 불러주어서 성함을 알 수가 없었네요.

노래는 이렇게 하는 거구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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