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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전국 서도소리 경연대회-

 

 

1년 전, 아니 올 봄까지의 계획대로만 했었어도 오늘 나는 저 무대 위에 서 있었을 것이다.

 

17회 전국 서도소리 경연대회의 신청마감이 지난 수요일이었지만 나는 너무 많은 생각들을 하다가 결국 신청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이유는? 잘 모르기도 하고, 알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다시 지난 수요일로 돌아가더라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

신청은 하지 않았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노래 부르는 것은 무척 보고 싶었다. 서도민요를 대회 타이틀로 하는 대회 중 하나여서, 정작 나가지는 않았으면서도 놓아 버린 것이 많이 아쉬웠다.

 

대회장에 들어서자 로비에 있는 스피커에서 초한가가 흘러 나왔다. 참가자 중 한사람의 노래인 것 같다. 기분이 묘하다. 오늘 나갔더라면 나도 초한가를 불렀을 텐데올라가 보니 이미 신인부 참가자 중 25번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오전에 초/중등부, 신인부, 일반부를, 오후 2시부터 고등부와 명창부의 예선, 본선을 진행했다.

신인부의 참가자가 가장 많다. 34! 내가 참가했다면 35명이 되었겠지. 기권한 참가자가 한 명도 없다. 일반부의 경우 신청자 25명 중 7명이나 기권을 했다고 사회자가 말해 주었다. 용기를 내서 신청을 하고도, 현장에 와서 포기를 하는 마음을 나는 조금은 알 것 같은데...

 

객석에 앉아 심사위원이 되어서 한 사람 한 사람 점수를 매겨 본다. 부문별로, 참가자별로, 참가곡명을 쓰고, 실수하거나 잘하는 점을 쓰고, , , 하로 표시를 해 놓고 특별히 잘하는 사람은 번호 앞에 별 표시를 해 놓는다. 나중에 심사결과 때 맞춰보기 위해서~ 그냥 흘려듣는 것보다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 그냥 그렇게 해 보았다.

 

침을 급히 삼켜서 시작이 불안정한 사람, 첫 가사를 두 번씩이나 새로 시작한 사람, 노래를 기가 막히게 불러놓고도 가사를 건너 뛴 사람, 초보인 내 귀에도 음정 박자가 불안하게 들리는 사람, 손을 어찌해야 할 지 몰라 허공을 더듬는 사람, 인사를 해야 하는 타이밍에 리더가 노래를 시작해 버려서 팀원들이 인사하다 말고 노래를 시작하는 단체 팀도 있었다.

신인부 참가자인데 일반부 참가자보다 잘하는 사람도 있고, 일반부와 명창부에 둘 다 참가한 열혈 참가자도 있다.

 

내가 배우고 있거나 앞으로 배우게 될 서도민요의 노래들이 계속 흘러나온다. 잘하는 사람은 잘하는 사람대로, 서툰 사람은 서툰 사람대로 그 사람이 가진 최고의 에너지로 들려주기에 현장에서 듣는 노래는 다 좋다.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 사람들은 얼마나 연습했을까? 몇 년째 노래를 하고 있는 걸까? 연습은 어떻게 할까?’ 여러 생각이 스쳐간다.

 

아침 11시부터 시상식이 끝난 6시까지 꼬박 7시간을 반성하는 마음으로 참가자들의 노래를 경청했다.

 

 

대회는 내가 가장 잘 할 때까지, 혹은 조금 더 잘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가는 것이 아니다. 내보이기 민망하더라도 현재의 실력으로 평가받는 것이다.

무엇이 부족한지, 강점은 무엇인지, 다음 대회에선 어떤 부분을 더 연습할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부르는지, 혹은 공부하는지를 부르고 또 들으면서 배우는 것이다.

 

대회를 위한 연습은 대회 며칠 전 혹은 몇 주 전에 하는 것이 아니다. ‘하루 일기를 쓰듯이, 글을 모으듯이 노래연습도 매일의 시간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연습은 평상시에 꾸준히 하다가 내게 맞는 대회가 있을 때 나가는 것이다.” -솔초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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