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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일기

오~ 놀라운 날

솔초 2019. 7. 30. 22:00

20190730

오후 4시쯤 되어서 성인 여자 2명과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 3명이 들어왔다. 조용하던 도서관이 시끌시끌해졌다. 자리를 잡는 것도, 의자를 끌거나 집어넣는 것도, 아이들이 신고 있는 고무신발도, 계속 소리가 난디.

자리를 잡고 앉으면 조용해지겠지 생각했다. 다행히 주변에 다른 이용객은 없었다. 자신들만 있다고 생각해서 편안하게 느껴졌던 걸까? 자리를 잡고 나서도 쉼 없이 자잘한 소음들을 만들어냈다. 작지도 크지도 않은 대화들은 도서관이 아니라 휴게실에 있는 듯 보였다. 비밀번호 입력창이 나오자 짜증이 났는지 내가 입력해주러 가기도 전에, 내게 요청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자료 검색용 피시를 손가락으로 거칠게 눌러댔다. 신발을 벗고 올라가는 마루에는 미처 말하기도 전에 아이들이 신발을 신고 날아올랐다. 관리자인 내가 에어컨을 켜기도 전에 여자 둘은 자신의 집 에어컨을 켜듯 알아서 켰고 온도도 조절했으며, 의자를 넣었다 뺐다, 당겼다 밀었다, 모든 것이 자신의 집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이루어졌다.  그래도 어른인 두명의 여자에게 기대를 걸어 보았지만, 이 정도를 소음이라고 여기지 않는 듯 아이들은 신경쓰지 않고 둘만의 대화에 열중하는 듯 보였다.

다른 이용자가 없긴 했지만, 그래도 여긴 도서관인데, 조용히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는 줘야 할 것 같았다. 이 정도는 소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금만 조용히 해 주세요.”

내가 이렇게 말했을 때 여자 둘은 못 들은 척했다. 설마, 내 말이 안 들렸던 걸까? 어마어마한 소음도 아닌데 뭘 이 정도 가지고 그러나 생각했던 걸까?

여전히 아이들은 자유롭게 이야기하면서 문제를 풀고, 의자를 끌고, 소리 나게 걷고, 문을 확확 열어젖히며 도서관을 드나들었다.

손으로 입을 가리는 모양을 하며 정중하게 한번 더 이야기했다..

조용히 해 주세요,~”

못 듣는 척하는 건지, 내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인지 여전히 아이들을 향해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다.

공공장소의 소음에 대한 기준치를 라륨수치 정하듯이 정해 두어야 하는 걸까?

잠시 나갔던 사서 선생님이 들어오고 나서 나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의 부산스러움에 침묵으로 혹은 묵인으로 일관했던 두 여자 중 한 명은 몇 년 전 나의 전임자였으며, 최근에 다른 학교의 정식 사서가 되었다는 사실을.

‘으....으응? 뭐라고요? 이 정도의 소음은 소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한 저 사람이 학교 도서관의 사서가 되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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