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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일기

처음 모이는 날

솔초 2019. 7. 23. 23:43
20190723

소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적을 예정인데, 아직 책을 읽지 않은 분들께는 방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매핑 도스토예프스키를' 보면서 소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두 가지 사실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나온다.

편지쓰기와 무한하고 전폭적인 사랑, 두 가지에 대해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친형과 나란히 공병학교에 지원하는데 자신은 붙고 형은 떨어져 형은 다시 육군공병학교에 지원, 서로 떨어져 지내게 된다.
이때 형과 편지를 주고받은 경험이 제무쉬낀과 바르바라의 관계에 적용된 것 같다. 만나지 않았으나 만난 것 같은, 글이어서 실제보다 더 깊게 만난 것 같은, 한 순간의 수다로 사라지는 게 아니라 한 자 한 자 눌러 쓴 글을 상대방이 읽고 그 반대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둘 다 글이 주는 쾌감을 알아버렸을 것 같다. 쓰면서 내가 달라지고 글이 달라지면서 사람인 나도 달라지고,  연애편지지만 사실은 삶의 기록이자 일기같은 글을 쓰면서 글과 사람이 상승효과를 내었던 자신의 경험을 소설에 담고 싶었을 것이다.

아내가 있는 상태에서 여대생 아포리나리아에게 빠져 같이 유럽여행도 가는데, 먼저 유럽에 도착한 아포리나리아가 현지에서 만난 의대생에게 빠진다. 자신을 찬 의대생을 원망하며 통곡하는 여자를 어이없게도 비난도 아닌 위로하면서 오누이로 지내기로 하는데, 여자의 변덕에 따라 오빠도 되고 남친도 되는 아보리나리아바라기 생활을 하면서 수시로 구애를 한다. 물론 이후에 딴 여자와 재혼을 하지만 ㅎㅎ
일방적인듯 한편 전폭적인듯 한 사랑의 경험이 바브바라에 대한 제무쉬낀의 마음에 담겼을 듯하다. 온전히 자신만 바라보지 않은 반쪽, 반의 반쪽 사랑이라도 붙들고 싶을 만큼 절망적이었거나 노래가사처럼 '그 아픔까지 사랑한 거야'라서 감내할 수 있었거나...

편지에 대한 얘기를 좀 더 하자면 도스토예프스키는 후두염으로 목소리를 상실한 적이 있는데(16세) 평생 이 병이 따라다녔다고 한다. 
글에는 말과는 다른 울림이 있다는 것을 소리를 잃었던 시기에 알게 된 건 아닐까?

편지는 바로 앞에 있는 사람에겐 쓰지않는다.  대부분은 조금이라도 '이동'을 해야 만날 수 있는 사람에게 쓴다. 도스토에프스키는 여러 여성을 공간을 이동하면서 살아서 누구보도도 편지(글)의 속성과 효과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자신의 경험을 작품 속 인물들을 통해 180년 후의 나에게도 전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나처럼 가난한 사람들을 읽은 사람들과 오늘 저녁 7시에 만난다. 5년지대계 독서모임 첫 날,  두근두근~^(모임이 끝난 지금 만난 얘기를 쓰자니 오늘이 지나갈 것 같다. 오늘 모임 애기는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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