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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2
피시 4대, 복사기 3대의 용도와 비번, 사용법 등을 익힌다. 에어컨과 환풍기, 전원 스위치의 위치를 확인하고 두 시간 마다 꺼질 때마다 다시 가서 켜줘야 한다는 것도 기억해 둔다. 토요일 오후엔 디비디로 영화 상영을 하고 이에 따른 준비물, 챙길 물건들을 기억한다. 창고에 있는 물건, 그리고 사서책상 뒤편에 따로 모아둔 책들과 파일의 용도 성격도 기억해 둔다.
출퇴근 시간을 기록하고 도서관 방문자들을 기록하고 대출신청서 작성 용지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또 하나의 서식이 있었다는 것도 생각한다. 대출이 되는 책과 안 되는 책, 애들은 안 되는데 교사는 되는 DVD(교사도 개인용도가 아니라 수업용으로만 가능)의 대출규정도 제대로 기억해야 한다.
번호키 비밀번호 두 개와 숫자 열쇠의 비밀번호도 적어둔다. 제일 중요한 사서선생님의 휴대폰 번호도. 방학 동안 며칠에 한 번 정도 나오기 때문에 해결하기 힘든 일이 생겼을 땐 전화로 조언을 구해야 한다.
사서 선생님과 내가 방학 중에 해야 할 폭탄 같은 일 중의 하나는 1학기 동안 학급문고로 보내졌다가 도서관으로 돌아온 900여 권의 책들을 원래 있던 자리에 꽂아두는 일이다. 오늘 책의 위치 파악도 할 겸 90권을 혼자 꽂아 보았다.
'813.6 조26모' 이런 식으로 숫자~한글~숫자~한글의 조합으로 구성된 청구기호를 120권쯤 읽고 꽂았더니 나중에는 6이 8로 보이기 시작했다. 시작은 모두 813인 책들 사이를 왕복하다 보니 속이 메스꺼운 듯한 느낌도 들었다. 너무 많이 봐서 몽롱한 느낌? 운동도 못했는데 종아리가 운동 많이 한 날처럼 당겼다.
하루 종일 2,30명의 아이들이 오래 머물다가 갔다. 문 열자마자 들어와 공부를 하는 아이, 방과 후 수업이 끝나고 들러 책을 보는 아이, 학원 가기 전에 들러 학원 숙제를 하는 아이, 5시 59분까지 만화책에 빠져있는 아이…
그래서 도서관에 8시간을 있었지만 책은 단 한 줄도 읽지 못했다. 단, 책 제목은 수백 개를 본 것 같다. 몇 달 지나면 있는 책들의 위치를 다 외울 수도 있을 것 같다. 무려 15500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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