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190720
엄마의 일기들을 휴대폰 창에 입력하다가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아버지의 얄미운 정도와 그 행동을 받아들이는 엄마의 감정 상태에 따라 일기 속에서 아버지를 부르는 호칭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내 아버지의 이름이 홍길동이라면, 애틋하지도 다툼이 있지도 않는 그저 그런 날엔 그냥 홍길동 씨이다. 이보다 조금 더 아버지에 대해 애틋함이 커지면 길동 씨, 좀 더 다정해지면 '아빠'가 된다. 우리 앞에서는 한 번도 이런 표현을 쓰신 적이 없지만 일기 속에서 아버지는 큰언니 이름이 앞에 붙은 아무개 아빠도 아니고 그냥 아빠였다. 자신의 남편을 ‘우리 아빠’라고 얘기하는 것이 어색하고 이상하다고 생각해 왔었는데, 우리 엄마가 그러실 줄이야^^
반대로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으실 때는 길'똥' 씨 혹은 성까지 그대로 붙여 관공서에서 부를 때처럼 홍길'똥' 씨가 된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이름이 살아있기라도 하다.
아버지에 대한 서운함이 커졌을 땐 우리 아버지를' 하숙생'이라고 부르신다. 같이 살지만 가족은 아닌 존재이다.
하숙생보다 더 강도 높은 표현이 한 가지 더 있긴 한데, 아버지의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비공개로 남겨둔다.^^
가장 감정상태가 별로인 호칭 순으로 정리해 보면,
하숙생~ 홍길똥씨~길똥씨~ 홍길동 씨~ 길동 씨~ 아빠 순이다. 아버지는 모르시는 아버지의 숨겨진 이름들 속에서 엄마의 하루를 보았다.
'하루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 줄도 못 읽은 날 (0) | 2019.07.22 |
---|---|
편지가 필요한 날 (0) | 2019.07.21 |
둥글둥글해진 날 (0) | 2019.07.19 |
1846년의 종이 값이 궁금해지는 날 (0) | 2019.07.18 |
5년 후를 준비하는 날 (0) | 2019.07.17 |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
링크
TAG
- 그림
- 주부학교
- 도스토예프스키
- 한의원
- 일기
- 도서관
- 구몬영어
- 82년생 김지영
- 아카바 유지
- 수심가
- 서도민요
- 사서
- 입문코디교육
- 필사
- 가객
- 학습지
- 냉이주먹밥
- 0초사고
- 알바
- 초한가
- GC클럽
- 보르헤스
- 한의원에서 일하기
- 노래
- 댓글
- 아저씨의 꿈
- 한의원에서 알하기
- 구몬쌤
- 독서모임
- 엄마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