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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8

 

도스토예프스키의  ‘가난한 사람들’을 ‘한 번’ 읽고 난 저의 느낌을 적을 예정이므로,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은 읽는 것을 중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궁금한 것.

하숙비를 낼 돈이 없어서(바르바라를 위한 물건을 사는 것으로 수입의 많은 부분을 쓴다) 부엌 옆 칸막이로 만든 임시 거처 같은 방에서 지낼 정도로 궁핍한데, 매일 쓰는 편지의 종이와 잉크는 어떻게 조달하는 것일까? 파지라도 구해다가 쓰는 것일까? 직장의 잉크와 종이를 퇴근할 때 슬쩍 들고 오기라도 하나? 같은 하숙집에 사는 작가에게서 얻어 온 이면지로?

짧은 메모 형식이 아니라 잠시 스쳐가는 생각까지도 다 문장으로 남겨놓고 싶어 하는 사람처럼 글을 길게 쓰기 때문에, 많은 양의 종이와 잉크가 필요했을 것 같은데도 글 어디에서도 제부쉬낀이 종이와 잉크를 구하느라 애를 먹는 장면은 나오지 않고, 늘 충분히 확보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신발도 밑창이 떨어진 신발을 1년 넘게 신고 다니고 있고, 입던 제복을 팔아서 바르바라에게 물건을 사 줄 정도인데도 종이만큼은 걱정 없이 쓰고 있다.  이 책이 나온 1846년 러시아의 종이 값이 궁금해질 정도.^^

하숙집의 문학모임에서 책을 낭송하거나, 필사본의 시집 애기가 나오거나, 다른 사람의 책을 빌려다 바르바라에게 주는 얘기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책이 귀한 물건이었을 것이고, 종이도 흔한 물건은 아니었을 것 같다는 것이 나의 생각. 옥에 티를 찾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목이 ‘가난한’ 사람들이기에 이것도 궁금하다.^^

한편으로는 다른 생각도 해 본다. 자신의 노력만으로 가난을 벗어나기는 어렵지만 마음까지 가난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기에, 식비의 일부를 종이와 잉크 사는 데 쓴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짐작하는 것.

제부쉬낀과 바르바라는 글이 주는 치유의 힘을 통해 물질적인 가난을 버텨낸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서로가 사는 곳의 창문이 보일 정도로 가까운 곳에 살면서도 가끔 만날 뿐(직접 보여주지는 않고 편지 속 문장을 통해 ‘저녁 드시러 오세요.’, ‘병문안을 와주세요’의 문장을 발견할 수 있는 정도이다.) 거의 대부분은 편지를 통해 서로의 일상을, 그날의 감상을 나눈다. 글이 주는 치유의 힘을 알고 있어서라기보다는 두 사람이 처한 환경(먼 친척이라고는 하지만 나이차도 많이 나는 미혼 남녀의 만남에 호의적이지 않을 주변의 시선?) 때문이겠지만, 맥주 한잔의 수다로 풀었다면 불가능했을 위로를 편지로 인해 주고받았다고 느낀다. 이 둘의 관계 설정에서부터 도스토예프스키는 글로 만날 수밖에 없는 관계를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아마도 글이 주는 치유의 힘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니체가 도스토에프스키를 심리학자라고 표현한 글도 본 적 있다. 더 쓰고 싶지만 좀 더 묵혀 두고~

 

내일쯤 다시 읽어보면 또 어떤 느낌이 찾아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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