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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일기

'가객'과 만난 날

솔초 2019. 6. 18. 23:57

20190618

노래를 '들려준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었던 시간...

노래를 부르는 것은 청중이 없거나 청중이 있는데 무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노래를 들려준다는 것은 청중을 염두에 두고, 청중을 향해 부르는 것이다. 노래를 부르기에도 벅찬 내가 노래를 들려주는가객들을 만나고 와서 드는 생각, 어제는 미처 적지 못한 이야기를 하루 지난 오늘(6.19) 업데이트 해 본다. 

 

6명의 연주자와 2명의 특별출연자가 연주를 했는데, 이 중 내가 아는 노래는 수심가와 창부타령, 노랫가락, 한오백년, 정선아리랑, 뱃노래, 자신뱃노래.

공명가, 변강쇠타령, 뉠리리타령, 소춘향가, 심지어 우리 선생님이 부르신 배따라기, 자진 배따라기는 전혀 모르는 노래이다. 

아는 노래는 익숙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호감이 바탕에 깔리는 반면, 나의 기대치와 다르거나 못 미친다고 느껴질 경우 실망하게 되는 단점이 있다.

모르는 노래는 호감도가 제로인 상태에서 시작되지만, 연주자의 연주역량에 따라 마음에 깊이 남는 곡이 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별출연 1

소춘향가.

모르는 노래. 하지만 무대 분위기, 연주자의 분위기, 메탈로폰과 공명실로폰이라고 적혀있는 타악기들의 소리를 들으면서 이 노래는 슬픈 러브스토리라는 느낌을 받음. 소춘향가의 가사를 모르지만, 이 무대를 통해 받은 느낌은 슬픔. 연주자가 담고 싶던 감성도 슬픔이었는지 궁금했다.

 

연주자1

공명가.

서도민요 중에서 가장 긴 노래라는 사회자의 설명을 듣고 잔뜩 긴장하고 들은 노래중간에 가사를 잃어버리면 어떡하나, 노래하다 힘이 빠지면 어떡하나, 내가 부르는 것도 아닌데 살짝 긴장~ 그 긴 노래를 책 읽어 주는 남자처럼 편안하게 불러 주었다. 노래로 하는 낭독회 같은 느낌~ 

 

연주자 2

수심가와 엮음수심가.

내가 배우면서 불러 본 수심가는 진한 그리움을 담은 노래였는데, 너무도 덤덤한 듯 들리는 수심가. 하루가 지난 오늘 어제 들은 수심가를 떠올려보다가 과거완료형의 슬픔이었나 생각이 들었다. 이미 마음에서 정리한 그리움, 슬픔을 과거를 회상하듯이 부르는가 싶었던 노래.

 

연주자3

배따라기와 자진배따라기

연주자가 직접 장구를 치면서 노래를 해서 무대가 더 풍성하게 느껴졌다. 점잖게 감상하던 객석의 청중들이 조금씩 들썩이기 시작했고, 나의 경우 낯선 노래임에도 호감도 상승. 들려준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직접 느껴보았다. 노래의 반은 연주자, 나머지 반은 청중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연주. 청중과의 교감이 겉으로도 드러나기 시작한 연주.

 

연주4

노랫가락 창부타령

노래의 반은 청중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 또 하나의 연주. 무속인 복장을 한 연주자에게 복채를 들고 무대로 올라오는 청중 2명이 있었고, 이들의 등장을 재치 있게 받아서 부채로 객석을 향해 복을 빌어주는 동작을 하는 연주자의 센스가 돋보였던 무대. 역시 노래는 부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한 무대. 

 

연주자5

변강쇠 타령

전래동화극을 보는 듯 했다. 노래 가사 속에 나오는 아궁이 귀신이라는 말이 너무 재미있어서 공연이 끝나면 가사를 검색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노래이다. 남장을 한 여자연주자의 노래도, 연기도 재미있어서 짧은 극을 보듯 경청함. 위의 배따라기와 함께 낯선 노래가 청중과 어떻게 친해지는가를 경험하게 한 연주.

 

연주자6

정선아리랑, 한오백년, 뱃노래, 자진뱃노래

익숙한 노래를 편안한 목소리로 감상할 수 있었던 시간. 잠시 배웠던 경기민요를 떠올리게 한 시간.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사람들이 따라부르기 좋은 노래들이 있어서 좋았음.

 

특별출연2.

재즈로 변신한 민요를 듣는 것 같았다. 구음이 대부분인 가사 탓에 몽환적인 분위기, 주술적인 느낌도 들었고, 마지막에 애인에게서 편지가 왔소(기억하기론 이런 문장이었음)’라는 가사가 서너 번 반복되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같은 문장인 세 가사가 전부 다르게 느껴졌다. 앞의 주술적인 느낌의 구음에 대한 의문이 조금은 해소되는 느낌.

 

 연주자에 대한 감상은 조금씩 달랐지만, 이 모든 연주가 하나의 시간으로 제게, 같이 본 저의 친구 네월이와 문화해설사에게 새겨졌습니다. 덕분에 초 여름밤, 과거인듯 현재인 시간에 푹 빠져보았습니다. 가객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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