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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일기

거울을 보는 듯한 날

솔초 2019. 6. 20. 00:50

20190619

 

브런치에도 올리고 있는 노래 일기에 어떤 분이 댓글을 달았다. 그분의 댓글 내용 중에는 ‘노래를 연습하고 사랑하는 분의 좋은 글을 알게 되고 읽게 되어 감사하다.’는 표현이 있다. 나의 일기가 그렇게 읽혔다는 건 다행이고 기쁜 마음이지만, 이런 말을 들을 만하게 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며칠 전, 글쓰기에 대해 내게 얘기하던 지인이 보내준 카톡에는 이런 글이 있다.

 

「(중략)

나는 남들이 내가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나를 모를 리 없다고 믿는 편입니다. 감출래야 감출 수 없는 것들이었음을 글을 쓰면서 더 알게 됩니다.

 

글을 쓰고 나면 남들이 알려줍니다.

 

(중략)

 

글을 쓰기 전에도, 남들은 이미 나의 행동과 말속에서 자기 가치관대로 깊이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점점 알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글을 쓴다는 것은 감출 수 있는 무언가를 드러내는 것이 아닌 것만 같습니다.

 

남들이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던 나에 대한 깊은 통찰에, 나 역시 동의하고 있다는 일종의 <항복 선언문> 같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도민요를 배우면서 처음 블로그를 시작하고, 블로그를 시작한 김에 매일 글을 쓰기 시작했으며, 나의 기록이어도 다른 사람에게 읽을 만한 글이 되려면 잘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보자 싶어 필사를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아직은 ‘노래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분’이라는 것에 동의하기가 곤란하다. 쑥스럽다. 하지만, '글을 쓰고 나면 남들이 알려준다'는 며칠 전 지인의 카톡은 이 분의 등장을 예고라도 한 것처럼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다.

 

이 분이 나의 일기를 읽고 다시 노래를 배울 힘을 조금이라도 얻을 수 있었다면, 나는 이 분의 댓글을 보고, 글 속에 숨겨진, 내가 모른 척해 왔던 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나를 바로 보지 못하고 그분의 댓글을 통해 반사된 모습으로 나를 알아차렸다. 그 분의 댓글은 오늘 나의 거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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