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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9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에 대한 저의 메모가 일기입니다. 아직 책을 읽지 않으신 분께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읽지 말아 주세요.^^
『고용주가 아닌 고용인이 일의 하고 안함을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은, 내가 일을 하던 시기나 일을 그만둔 지 아주 오래인 지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왠지 안 받아들이면 미안해질 것 같은 고용주의 제안, 배려조차 (자신은 요구한 적이 없으므로) 수용여부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바틀비는 생각하는 것 같다.
주변 눈치보느라, 나 때문에 분위기 망칠까 봐, '내가 하고 말지' 할 것 같은 순간조차 바틀비는 자신의 선택을 포기하지 않는다. 뭘 저렇게까지 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끔은 독불장군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가 아닌 것을 내 의지인 양, 나의 선택인 양 착각하면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내 책을 읽는 너희는 알기나 하나?'라고 되묻는 것 같기도 같다.
부럽지만 사실은 겁나서 못했던 행동들을 거침없이, 하지만 조용히 해치우는 바틀비.
생존에 필수적인 행동인 먹는 일조차 선택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 당연시해 온 행동들에 계속 의문을 제기한다. 죽는 순간까지도...
죽기를 각오한 투사의 모습. 철탑 위에서 고공농성하는 듯한...
살 것이면 그런 절박함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이리저리 흘러다니지 말고.』
이 책을 읽은 여파와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나는 오늘 내게 온 어떤 제안에 대해 하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하면 좋겠다, 재밌겠다, 심지어 하고 싶은 마음까지도 있었지만, 여러 여건상 할 수가 없었으므로, 하지 않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하고 싶은 걸 못한 것과 하지 않는 쪽을 선택한 것은 마음에 남는 느깜이 다른 것 같다.^^
허먼 멜빌의 단편, 필경사 바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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